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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뽀통령’ 뽀로로 증시에서 만나요

중앙일보 2017.05.08 02:30 경제 1면 지면보기
‘뽀통령’ 뽀로로 제작사인 ㈜오콘의 증시 상장이 본격 추진된다. 오콘의 관계자는 “최근 미래에셋대우와 주관사 계약을 맺고 상장을 위한 준비 작업을 시작했다”고 7일 밝혔다. 오콘은 1996년 설립된 애니메이션 창작 전문 스튜디오로, TV 시리즈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를 창작한 오리지널 제작사이자 저작권 보유사다.
 

제작사 ‘오콘’ 내년 초 상장
캐릭터 가치만 5000억원
카카오 김범수도 지분 투자
지재권 산업 재평가 계기로
상장에 맞춰 수익 모델 강화
완구·패션사업 등 협업 추진

오콘은 실적 등 상장에 큰 걸림돌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오콘은 뽀로로 창작사라는 상징성이 있는 데다 로열티 매출이 계속 증가하면서 영업이익률이 30%대에 이른다”며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상장을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콘은 지난해 133억원 매출에 4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매출은 크지 않지만, 오콘의 매력은 캐릭터 가치다. 지식재산권(IP) 업계에서는 뽀로로의 캐릭터 가치만 4000억~5000억원으로 추산한다. 특히 오콘에는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도 거액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김일호 대표가 지분의 73%를 가지고 있어, 상장을 위해선 지분 분산이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뽀로로 상장이 크게 두 가지 의미를 지닌 것으로 평가한다. 먼저 대표적인 IP 회사가 자본시장에 편입되면서 애니메이션이 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게 됐다는 점이다. 국내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의 제작 역량은 세계 톱 클래스에 속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산업 자본의 유입이 없어 경영에 애로를 겪는 회사가 많았다.
 
IT 전문가인 박용후 피와이에이치 대표는 “국내 대표 캐릭터인 뽀로로의 상장은 ‘애니메이션은 돈이 안 된다’는 IP업계 고정관념을 깨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콘이 상장하면 애니메이션 산업 생태계가 활성화되는 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국내 콘텐트 산업 가운데 게임이나 영화, K팝 등에서는 메이저 제작 업체가 등장해 이들을 중심으로 콘텐트 생태계가 형성돼 왔다. 그러나 애니메이션 분야에서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 기업이 없어 제작·유통·연관산업들이 생태계를 형성하지 못했다.
 
실제 오콘은 이번 상장을 계기로 ‘플랫폼 비즈니스’ 사업에 본격 뛰어들 계획이다. 콘텐트 제작에 주력하던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 ‘IP 홀딩스’로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한다는 얘기다. 오콘은 ‘뽀롱뽀롱 뽀로로’와 ‘선물공룡 디보’를 130여 개 국가에 진출시켰다. 독일·아일랜드 등 유럽 국가들과 TV 시리즈 애니메이션 ‘이니스 쿨’을 공동 제작하고, 뽀로로 극장판을 한국과 중국 공동으로 제작하는 등 다각도로 해외 시장을 공략해왔다. 김일호 오콘 대표는 “상장 후 조달되는 자금을 중소 스튜디오들을 해외에 진출시키는 ‘마중물’로 사용할 것”이라며 “이들과 손잡고 중국·인도·동남아·남미 시장을 본격적으로 개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스라엘이나 미국 실리콘밸리가 경쟁력을 갖는 이유는 성공한 선발 기업들이 인수합병(M&A)이나 협업에 나서면서 후발 기업들에 ‘엑시트(투자금 회수)’ 기회를 제공한 선순환 구조에 있다”며 “오콘의 제작·유통 경험을 후발 기업들과 공유하고, 단독 상장이 힘든 중소 스튜디오들이 상장에 준할 정도로 기업 가치를 인정받도록 제휴 구조를 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오콘은 ‘슈퍼잭’ ‘토이캅’ 등 자체 기획물과 중소 제작사들이 만든 신작 TV 시리즈를 내년부터 잇따라 해외에 출시시킬 예정이다. 중소 제작업체들 가운데 ‘제2 뽀로로 신화’가 나올 길이 열리는 셈이다.
 
상장을 계기로 오콘은 콘텐트와 브랜드 사업이 일체화된 수익 모델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완구·패션·캐릭터 테마 공원 전문업체들과의 협업이나 M&A에도 나설 계획이다. 지난달 발표한 ㈜동양·한일합섬과의 뽀로로 속옷 브랜드 ‘뽀로로케어’ 공동 사업 계약도 이 같은 전략에서 나왔다.
 
김종범 오콘 부사장은 “캐릭터 상품 등 브랜드 사업을 개발 초기 단계부터 관련 업체들과 협업해 체계적으로 해외에 진출하고 효율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콘은 TV용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 출시 후 지금까지 뽀로로 로열티로만 1000억원 이상을 벌어 들인 국내 최대 캐릭터 전문 회사다. 사업 초기 마케팅에 강점을 가졌던 아이코닉스와 동업 관계였으나 ‘뽀로로 친부 소송’을 거치면서 독립적인 제작·유통에 나서고 있다. 현재 뽀로로 저작권은 오콘과 아이코닉스가 각각 27%, 나머지는 SK브로드밴드와 EBS가 약 23%씩 보유하고 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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