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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결함 고쳐야” vs “안전 입증할 것” 현대차 21만대 오늘 강제리콜 청문회

중앙일보 2017.05.08 01:36 종합 14면 지면보기
현대·기아차 21만 대의 강제리콜 여부가 달린 국내 최초 ‘자동차 리콜 청문회’가 8일 열린다. 국토교통부 제작결함심사평가위원회가 내린 리콜 권고에 현대·기아차가 지난달 25일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 제조사가 정부의 리콜 권고를 수용하지 않아 청문회가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싼타페 연료호스, 아반떼 제동 이상
제네시스 시동 꺼짐, 모하비 너트 …
청문회 결과 이르면 1주일 뒤 발표

현대·기아차는 결함이 운전자의 안전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논리를 펼 예정이다. 자동차 관리법 31조는 안전 기준에 적합하지 않거나,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이 있을 경우에만 리콜을 규정한다. 즉 이 두 가지 규정만 잘 지켰다면 결함이 있더라도 리콜하지 않아도 된다.
 
쟁점은 다섯 가지다. 먼저 진공식 브레이크 파이프 결함 여부다. 브레이크 파이프는 발로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 이 힘을 전달하는 쇠로 만든 관이다. 아반떼 GD 등 일부 차량의 브레이크 파이프가 손상돼 차가 제때 멈추지 않는다(제동능력 저하)는 게 국토부의 리콜 권고 사유다.
 
그러나 현대차는 “제동능력 저하가 안전과 무관하다”고 맞설 것으로 보인다. 브레이크 파이프가 고장 났던 차량의 제동 거리(브레이크가 작동할 때부터 차량이 정지할 때까지 움직인 거리)가 최대 111m였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제동장치 부품이 고장 난 상황에서 차량의 제동 거리가 168m 이내라면 합법으로 규정한다.
 
기아차 모하비의 타이어 휠이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주요 쟁점 중 하나다. 주행 도중 타이어 허브 너트(hub nut)가 풀리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허브 너트는 바퀴 정중앙으로 이어지는 동력 축이 바퀴에 맞닿은 부분을 조여 주는 너트다.
 
하지만 기아차는 허브 너트가 풀려도 안전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펼 예정이다. 바퀴를 꽉 잡아서 차량을 멈춰주는 브레이크 장치(캘리퍼·caliper)가 여전히 타이어와 휠을 지탱하고 있어서 타이어가 바로 빠질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의 2.0 디젤엔진(R엔진) 연료 호스의 균열 문제도 도마에 올라 있다. 국토부는 고무 호스에 균열이 있어 연료가 새면 화재가 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만약 엔진에 불이 날 가능성이 있다면 심각한 안전 문제이기 때문에 반드시 리콜을 실시해야 한다.
 
현대차는 R엔진이 휘발성이 낮고 발화점이 높은 경유만 사용하는 엔진이라서 찔끔 새는 기름에 불이 붙기는 어렵다고 본다. 또 연료 호스는 엔진 커버로 덮여 있는데, 새어 나온 연료는 엔진 커버를 타고 전조등(head lamp)이 있는 앞쪽으로 흘러간다. 이곳엔 주행 중 맞바람이 불어 항상 온도가 낮아 발화점(250~260도) 이상으로 뜨거워지는 게 불가능하다는 게 현대차 논리다.
 
연료 탱크에 들어 있던 기름이 증발할 때 나오는 가스를 포집하는 장치(캐니스터·canister)도 결함이 있다. 캐니스터는 이 가스를 엔진으로 보내 재연소시키는데 가스 농도를 낮추는 부직포가 오염돼서 시동이 꺼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국토부는 시동이 꺼지면 안전한 운행에 지장을 준다고 보고 리콜을 권고했다. 반면 현대차는 “(정차 시 엔진꺼짐 현상은 있지만) 주행 중 엔진이 꺼질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합동 조사를 통해 이를 증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중앙일보 4월 12일자 경제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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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위원이 현대차 주장을 기각한다면 국토부는 5개 쟁점 중 일부 혹은 모든 사안에 대해 강제리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전례가 없긴 하지만 만약 현대·기아차가 강제리콜 명령까지 거부한다면 국토부는 제작중지·판매중지 명령도 내릴 수 있다.
 
반면 현대차 주장이 청문회에서 받아들여지면 강제리콜 명령은 없다. 이런 경우 기존 제작결함심사평가위의 자발적 리콜 권고 조치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이 권고를 현대·기아차는 받아들이지 않는 형태로 사건이 종료된다. 강제리콜 여부를 결정하는 청문회 결과는 이르면 약 일주일 후에 발표될 예정이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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