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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공상담소] 학생 대표 아니면 카네이션도 안 돼요 … 선물 대신 직접 쓴 손편지는 얼마든 OK

중앙일보 2017.05.08 01:30 종합 17면 지면보기
Q. 중학생 1학년 딸을 둔 주부입니다. 요즘 스승의날을 앞두고 학부모 단체 채팅방에 들어가 보니 논쟁이 뜨겁던데요. ‘작게나마 교사에게 선물을 해야 한다’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법(청탁금지법) 때문에 꽃 한 송이도 안 된다’ 등 의견이 분분합니다. 청탁금지법도 지키면서 선생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할 방법이 없을까요. (전모씨·37·서울 양천구)
  

스승의날 어떡하죠

A.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첫 스승의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선물을 두고 학부모들이 적지 않게 혼란에 빠진 게 사실이죠. 청탁금지법은 흔히 공직자·언론인·교수·교사에게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까지는 허용한다는 의미로 다소 잘못 해석돼 ‘3-5-10법칙’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간혹 “교사에게 5만원 이하 선물을 주는 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을 상시적으로 평가·지도하는 교사는 학생과 ‘직무연관성’이 인정되기 때문에 ‘3-5-10법칙’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캔커피 한 개처럼 사소한 물건이라도 주고받았다가는 처벌 대상이 됩니다. 따라서 스승의 날이어도 학생·학부모가 교사에게 카네이션 한 송이 건네는 것조차 청탁금지법에 저촉됩니다.
 
물론 이에 대해 “지나치다”는 의견도 상당합니다. 스승의날을 맞아 부모가 자녀에게 스승에 대한 존경과 감사를 가르치는 미풍양속이 사라지게 됐다는 겁니다. 그래서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보완책을 내놨습니다. ‘학생 대표가 교사에게 공개적으로 제공한 카네이션 꽃은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이라는 겁니다. 예를 들면 반장이 학급을 대표해 공개된 자리에서 담임 교사에게 카네이션을 건네는 건 가능합니다. 하지만 대표성 없는 일반 학생·학부모가 개별적으로 제공한 꽃은 법 위반입니다.
 
권익위가 스승의날 선물로 카네이션을 예로 든 건 ‘감사와 존경’의 의미 외에 ‘청탁이나 금품’으로 해석할 만한 여지가 가장 작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다른 선물은 어떨까요. 김덕희 서울시교육청 청렴총괄팀장은 “카네이션 이외의 선물은 어떤 것이든 당연히 청탁금지법 위반”이라고 강조하더군요.
 
이처럼 법 규정이 엄격한데도 스승의날을 그냥 넘기기 맘에 걸려 교무실에 몰래 선물을 두고 가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모바일 상품권을 교사에게 전송하는 일도 종종 있다고 합니다. 교사들은 “학부모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솔직히 난감하다”고 털어놓습니다. 한 중학교 교사는 “이런 선물을 부주의하게 수령하면 교사뿐 아니라 학부모까지 과태료 또는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교사들은 “스승의날이어도 교사·학부모 모두를 위해 선물은 일절 주지 않는 게 좋다”고 거듭 당부하더군요.
 
이런 와중에 까다로운 법에도 저촉되지 않고 교사들도 반기는 선물이 있습니다. 바로 손편지인데요. 손편지는 사회 통념상 금품에 해당하지 않아 학생·교사 간에 얼마든지 주고받을 수 있답니다. 교사들 역시 “스승의날에 주는 선물의 의미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하는 것인데, 학생이 정성껏 직접 쓴 편지만 한 게 없다”며 반깁니다.
 
또 한 가지가 있습니다. 자녀가 이미 졸업한 학교의 스승에게는 선물이 가능합니다. 졸업생이 주는 선물은 ‘직무 관련성’이 없어 ‘100만원 이하’까지 가능하거든요. 올해 스승의날에는 현재 선생님께는 마음을 담은 손편지를, 졸업한 학교의 선생님께는 자그마한 선물을 준비해 보는 건 어떨까요.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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