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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건강하게 키운 어머니처럼 … 시민 관심이 한국 키운다”

중앙일보 2017.05.08 01:17 종합 18면 지면보기
미숙아였던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한 최성동씨는 일반부 대상을 받았다. [사진 중앙선관위]

미숙아였던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한 최성동씨는 일반부 대상을 받았다. [사진 중앙선관위]

“2.2㎏. 제가 태어났을 때 몸무게입니다.”
 

시민 ‘강연 콘테스트’ 결선 현장
대학생 최성동씨, 감동 연설로 대상
약골서 예비역 해병 된 경험 소개
청소년부 대상 부산 반여고 학생들
“일상 속 배려에서 민주주의 시작”

지난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아트홀. 중앙일보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동주최한 ‘강연 콘테스트’ 결선에서 세종대 경영학과 4학년 최성동(27)씨가 무대에 올랐다. 가만히 청중을 응시하던 최씨가 스크린 중앙에 어린 시절 자신의 사진을 띄웠다. 비쩍 마른 꼬마가 웃통을 벗고 보디빌더 흉내를 내고 있었다. “미스터 ‘○○유치원’에 나갔을 때 사진입니다. 표정에서만큼은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힘은 산을 뽑을 만하고 기운은 세상을 덮을 만함)’가 느껴지지 않나요.” 조용했던 객석에선 폭소가 터졌다.
 
웃음이 잦아들자 최씨는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숙아로 태어나 늘 약골 소리를 듣고 살았죠. 열 살 때까진 또래보다 한 뼘이나 작았거든요.” 이번엔 최씨가 축구 유니폼을 입고 있는 초등학교 때 사진을 보여줬다. “아홉 살 때 어머니를 졸라 유소년 축구팀에 들어갔죠. 후배들보다도 키가 작아 놀림도 많이 받았지만 남들보다 두 배 더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축구선수로 활동한 5년 동안 여섯 번이나 뼈가 부러졌지만 팔에 깁스를 하고 훈련에 참가할 만큼 그는 ‘악바리’였다.
 
하지만 어린 최씨에게 커다란 시련이 찾아왔다. 십자인대 파열로 세 차례 수술을 거치며 축구선수의 꿈을 접어야 했던 것이다. 중학교 때부턴 축구 대신 공부에 매진했고 한 차례 재수 끝에 경영학과에 진학했다. 대학 2학년을 다닌 후엔 해병대에 도전했다. “어릴 적 부상 때문에 양 무릎에 연골이 거의 없어요. ‘잘만 하면’ 현역 입대를 피할 수 있었죠. 하지만 저 자신에게 다시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흥미로운 이야기로 자신의 인생을 풀어놓던 최씨가 이번엔 굵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숙아로 태어난 저는 축구선수를 거쳐 해병대를 나왔습니다. 지금은 키 1m78㎝의 건장한 청년이 됐고요. 제가 이렇게 건강히 자랄 수 있던 이유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최씨의 질문에 객석은 다시 조용해졌다. “바로 어머니의 관심과 사랑이었습니다. 미숙아였던 저를 사랑으로 보듬고 시련을 겪을 때마다 저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어머니가 있었기에 오늘의 제가 가능했습니다.”
 
잠시 말문을 가다듬고 객석을 응시하던 최씨가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대한민국도 마찬가집니다. ‘헬조선’과 ‘흙수저’, 청년실업에 높은 자살률까지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죠. 제게 어머니가 그랬듯이 시민들의 관심과 사랑이 대한민국을 키웁니다. 우리 모두 자기의 위치에서 희망을 품고 열심히 노력한다면 미숙아도 건강한 청년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날 강연으로 최씨는 대상을 받았다. 심사위원인 정진영 경희대 부총장은 “삶에서 얻은 깨달음을 통해 우리 사회에 희망과 용기를 북돋웠다”고 평가했다. 이 대회는 3년째 중앙일보가 어젠다로 제시하고 있는 ‘참여하고 책임지는 시민’ 문화를 널리 확산하고 법정기념일인 ‘유권자의 날’(5월 10일)을 기념하기 위해 개최됐다.
 
표길영씨는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사진 중앙선관위]

표길영씨는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사진 중앙선관위]

강현모군은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사진 중앙선관위]

강현모군은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사진 중앙선관위]

우수상을 받은 전경옥(28)씨는 선거를 다이어트에 비유했다. 전씨는 “다이어트와 선거 모두 공약보다 실천이 중요하다”며 매니페스토를 강조했다. 실제로 전씨는 예선·본선·결선이 열린 6주 동안 ▶오후 6시 이후 금식 ▶주 5회 운동 등을 공약해 10㎏을 감량하며 실천의 중요성을 몸소 보여줬다.
 
장려상 수상자인 김경한(23)씨는 초·중·고 12년간 섬진교를 사이에 두고 집(전남 구례)과 학교(경남 하동)를 통학한 경험을 이야기했다. 경상도·전라도 사투리를 맛깔나게 표현한 김씨는 “지연·학연 등 출신 때문에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정치 풍토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4년 탈북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송지영(38)씨도 남북한의 선거 제도와 문화를 비교하며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해 장려상을 받았다.
 
연극으로 학교의 권위주의 문화를 비판한 부산 반여고 학생들이 청소년부 대상을 받았다. [사진 중앙선관위]

연극으로 학교의 권위주의 문화를 비판한 부산 반여고 학생들이 청소년부 대상을 받았다.[사진 중앙선관위]

청소년부에선 권위주의적인 학교의 현실을 연극으로 표현한 부산 반여고 학생들이 대상을 받았다. 허채윤(17)양은 “ 거창한 곳에만 민주주의가 있는 게 아니라 학교처럼 일상적인 공간에서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중앙선관위 김대년 사무총장은 “깨어 있는 시민이 많아야 민주주의가 바로 선다”며 “일상 속에서 민주주의의 원리를 실천하는 시민이 많아질 수 있도록 선관위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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