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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너마저 … 뚝 떨어진 지상파 예능 시청률

중앙일보 2017.05.08 01:12 종합 21면 지면보기
6일 방송된 MBC 예능 ‘무한도전’. [사진 각 방송사 캡처]

6일 방송된 MBC 예능 ‘무한도전’.[사진 각 방송사 캡처]

추락하는 지상파 예능의 끝은 어디일까? 유료방송의 추격으로 지상파의 위상이 흔들리는 가운데,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지상파의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한때는 시청률 30% 가까운 시청률을 올리며 ‘국민예능’으로 불렸던 ‘무한도전’이 시청률 10%를 넘지 못하는 반면 tvN ‘윤식당’은 지난달 28일 14.1% 시청률을 기록했다. ‘꽃보다~’‘삼시세끼’ 등을 만든 나영석PD가 tvN에서 선보인 예능 중에서 삼시세끼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시청률이다.한동안 휴지기를 갖고 돌아온 ‘무한도전’이 지난달 22일 박보검, 김연아 등 초호화 게스트 카드를 내걸고도 9.8% 시청률에 머문 것과 대조적이다.
 

28편 중 시청률 10% 넘긴 건 3편뿐
‘슈퍼맨이 … ’ 등 관찰 예능 틀 못 벗고
먹방·여행은 유료방송 포맷 베끼기

실제 지난 일주일간(4월 30일~5월 6일) 저녁 시간대 방송되는 지상파 예능 28편(음악방송 및 연예뉴스 제외)을 살펴본 결과 그 중 시청률 10%를 넘긴 예능은 MBC ‘복면가왕’, KBS2 ‘1박 2일 3’, SBS ‘미운우리새끼’ 3편에 불과했다. 28편 중 10편은 시청률 5%를 넘지 못했다. 주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토·일요일 예능 12편 중 8편이 시청률 5%를 넘기지 못했다.
 
5일 13.8% 시청률을 기록한 tvN 예능 ‘윤식당’. [사진 각 방송사 캡처]

5일 13.8% 시청률을 기록한 tvN 예능 ‘윤식당’.[사진 각 방송사 캡처]

콘텐트의 질 저하도 문제다. 유료방송이 트렌드를 이끌면 뒤늦게 쫓아가기 바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현재 지상파 예능은 MBC ‘무한도전’, KBS2 ‘1박2일’ 같은 리얼버라이어티나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같은 관찰 예능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먹방(SBS ‘3대 천왕’)과 여행 예능(KBS2 ‘배틀트립’), 음악 예능(MBC ‘복면가왕’) 등은 유료방송에서 화제가 된 아이디어나 포맷을 차용한 경우다. 반면 유료방송은 방송 예정 프로만 살펴봐도 새로운 시도가 눈길을 끈다. 북유럽 국가의 교육 현장을 집적 찾아 살펴보는 ‘수업을 바꿔라(tvN·18일 첫방송)’, 인문학 전문가들과 잡다한 지식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알쓸신잡’(tvN·편성미정), 연예인이 운영하는 민박에 일반인이 머무는 관찰예능 ‘효리네 민박(JTBC·6월 첫방송)’ 등이 대표적이다. ‘윤식당’의 이진주 PD는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새로운 걸 해야한다는 생각이 숙제처럼 든다”며 “지상파에 비해 시청자 접근성이 떨어지는 만큼 시청자들의 관심사를 오랜 시간 고민하게 되고 회사에서도 그걸 더 인정해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때 30%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했던 ‘무한도전’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예전 인기에만 취해 더 이상 신선하지도 창의적이지도 않다. 무도 뿐 아니라 공중파 예능 자체가 똑같이 구태하다(송현*)”는 비판이 적지 않다.
 
6월 방송 예정인 JTBC의 ‘효리네 민박’. [사진 각 방송사 캡처]

6월 방송 예정인 JTBC의 ‘효리네 민박’. [사진 각 방송사 캡처]

이같은 지상파 예능의 부진은 방송소비 환경 변화에 따른 지상파의 독점적 위상 붕괴, 스타 PD들의 유료방송 이적, 지상파의 딱딱한 조직문화와 구조 등이 이유로 지적된다. 공희정 방송평론가는 “지상파는 프로그램 하나 결정하는 데에도 거쳐야 할 ‘결재 라인’이 너무 많다”며 “유료방송은 짧게 방송한 뒤 호응이 좋으면 시즌2로 돌아오는 방식으로 짧게 치고 빠지며 트렌드를 반영하는데 지금 지상파의 의사결정 구조로는 그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MBC PD는 “(무도처럼) 한 프로그램을 10년 넘게 하는 PD가 어디 있느냐”며 “야구로 치면 선발투수가 10게임 연속 9회말까지 던지고 있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유료방송에서 일하다 지상파로 자리를 옮긴 한 PD는 “유료방송에 있을 때는 하고 싶은 기획을 했고, 망해도 티가 안 났다. 그런데 지상파는 기본 시청층이 있다는 인식 때문에 망하면 정말 압박을 많이 받는다. 그러니 들어본 무기만 들고 해본 싸움만 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지상파 내부도 위기 의식이 크다. SBS 임홍식 예능담당 홍보팀장은 “지상파는 유료방송에 비해 다양한 시청층을 고려해야 하고 소재나 표현에 상대적 제약이 많은 게 사실”이라면서 “그럼에도 위기감이 크다. 변화를 위해 PD들을 독려하면서 다양한 콘텐트를 개발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라 서울여대 교수는 “지상파들은 안정적인 포맷에 대중들이 선호하는 출연자들을 불러 쉽게 시청률을 확보하려 하는 ‘안정만능주의’에 빠져 있다”며 “무엇보다 도전을 부추기고 참신한 기획안에 너그러운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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