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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 애틋한 부모님 러브 스토리, 가족자서전 쓰며 알았죠

중앙일보 2017.05.08 01:00 종합 24면 지면보기
아버지 김창주씨의 팔순 잔치에서 찍은 가족사진. 왼쪽부터 둘째 상아씨, 첫째 상희씨, 아버지 김창주씨, 막내 윤경씨, 셋째 은경씨. [사진 김윤경씨]

아버지 김창주씨의 팔순 잔치에서 찍은 가족사진. 왼쪽부터 둘째 상아씨, 첫째 상희씨, 아버지 김창주씨, 막내 윤경씨, 셋째 은경씨. [사진 김윤경씨]

8년 전 어머니 노선자씨가 암으로 돌아가셨다. 홀로 남아 아내를 그리워하는 아버지 김창주씨의 팔순 잔치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상희·상아·은경·윤경 네 딸은 어머니의 8주기와 아버지 팔순 선물로 아주 특별한 것을 준비했다. 가족의 탄생과 성장을 기록한 가족자서전이다. 그렇게 네 딸은 지난 2월 책 『김창주와 네 딸들』(꿈너머꿈·사진)을 출간했다.
 

『김창주와 네 딸들』 출간 뒷얘기
8년 전 먼저 떠난 어머니 추모
아버지 팔순 앞두고 딸들이 앞장
“사랑 표현, 말보다 글이 쉬워”

자서전 출판을 기획하고 주도했던 막내딸 윤경(44)씨는 “유명인도 아니면서 자서전 만들기에 도전한 건 어머니가 남긴 상자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어머니 유품을 정리하다 상자를 하나 발견했는데 결혼 전 아버지와 주고받은 연애편지, 생일·기념일에 가족과 주고받은 카드, 딸과 그 딸의 자식까지 보살피며 쓴 육아일기 등과 옛 사진들로 가득했어요. 도서관학을 전공한 어머니답게 가족이 기억할 만한 순간들을 꼼꼼히 모아두신 거죠. 언젠가 이걸 잘 정리해야겠다 다짐했는데, 8년을 흘려보내고 지금에서야 상자를 다시 열게 된 거예요.”
 
사실 윤경씨도 무엇을 어떡해야 할지 처음엔 막막했다. 시중에 나온 자서전을 샅샅이 살펴봤지만 연대기를 중심으로 쓴 유명인의 책은 자신들에게 맞지 않았다. 윤경씨는 두 달간 ‘자서전 쓰기’ 특강을 들으며 스스로 책을 기획했다. “부모님의 러브 스토리를 초반에 적고, 나머지는 우리가 성장하면서 기억하는 부모님과의 에피소드 중심으로 정리하기로 했죠.”
 
농협에서 33년을 근무하고 정년퇴임한 아버지 김창주씨는 글쓰기가 낯설었지만 아내와의 연애 스토리, 단칸방에서 시작한 신혼살이 등을 진솔하게 기록했다. 11대 11의 미팅에서 시작된 연애, 비둘기 한 쌍을 들고 무작정 ‘딸을 달라’며 외갓집에 들이닥친 사연 등 딸들이 미처 몰랐던 부모님의 러브 스토리는 달달하면서도 애틋했다.
 
서울·대전·강릉·부산에 흩어져 사는 네 딸 역시 일기장을 뒤져가며 부모님과의 소중한 기억과 자신들의 역사를 기록했다. 매일 아침 어머니가 주방에서 케일 가는 소리가 기상나팔을 대신했던 사연, 아버지가 술 한잔 하신 날 밤이면 어김없이 진행됐던 네 딸의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등등. 서로의 기억을 확인하기 위해 네 딸은 SNS에 단체방을 만들고 수시로 대화도 나눴다.
 
윤경씨는 가족자서전 쓰기의 장점을 ‘결과보다 과정’이라고 꼽았다. 가족에 대해 미처 몰랐던 점들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정말 열심히 살아오셨구나, 아버지는 엄마를 참 많이 사랑하셨구나 깨달았죠. 언니들과는 그때그때 말하지 못하고 쌓아만 놨던 감정들을 털어낼 수 있었어요. 기억은 각자에게 유리한대로 저장되니까 말 한마디가 상처로 남을 줄은 몰랐던 거죠. 수시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지금의 고민과 어려움도 알 수 있었죠.” 윤경씨는 개인적으로 ‘가족 책 만들기’ 캠페인이라도 하고 싶다고 했다. 가족이 다 같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서가 다 큰 어른들끼리는 가족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잘 표현하지 못하죠. 마음을 전하기에 말보다 글이 쉽더라고요.”
 
『김창주와 네 딸들』의 마지막 부분은 싱글인 윤경씨가 아버지와 함께 일본 온천여행을 다녀온 사연으로 채워져 있다. 윤경씨가 가족자서전을 읽는 독자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메시지다. “아버지가 정말 좋아하셨어요. 아버지 지인들은 절보고 ‘효녀 김청이’라고 부르죠.(웃음) 어머니가 계실 때부터 ‘부모님 모시고 여행 한 번 가야지’ 하다가도 일에 쫓겨 늘 ‘나중에’라는 말만 반복했는데 진짜 실천하고 보니 그 좋은 여행의 추억에 이미 어머니는 없었어요. 지금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나중이 부모님께는 안 올지도 몰라요. 생각났을 때 바로 행동으로 옮기세요.”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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