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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에 서면 강해진다 ‘흙신’ 꿈꾸는 정현

중앙일보 2017.05.08 01:00 종합 27면 지면보기
 
 

바르셀로나 8강 이어 뮌헨선 4강
‘클레이 황제’ 나달 긴장시키기도
지구력 좋아 ‘느린 코트’ 강한 면모
서브 향상, 28일 프랑스 오픈 별러

 
2017 뮌헨 BMW 오픈 2회전에서 가엘 몽피스를 이긴 정현. [사진 ATP 홈페이지]

2017 뮌헨 BMW 오픈 2회전에서 가엘 몽피스를 이긴 정현. [사진 ATP 홈페이지]

한국 테니스의 에이스 정현(21·한체대)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키 1m85cm인 그는 이제 차세대 ‘클레이 코트의 황제’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세계랭킹 78위 정현은 클레이 코트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대회에서 2주 연속 좋은 성적을 거뒀다. 7일 독일 뮌헨에서 끝난 BMW 오픈 단식 4강전에선 기도 펠라(27·아르헨티나·158위)에게 세트 스코어 1-2(6-4 5-7 4-6)로 역전패를 당했다. 하지만 한국 선수로는 2007년 7월 이형택 이후 10년 만에 ATP 투어 단식 4강에 올랐다.
 
지난달 29일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오픈 단식 8강전에서 라파엘 나달(31·스페인·5위)과 대결해 0-2(6-7, 2-6)로 졌다. 하지만 일방적인 패배가 아니었다. 1세트에선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을 펼치면서 나달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나달은 명실상부한 ‘클레이 코트의 황제’다. 71개의 우승트로피 중 51개를 클레이 코트에서 들어올렸다. 유일하게 클레이 코트에서 열리는 메이저 대회인 프랑스 오픈에선 무려 9차례나 우승했다. 클레이 코트 승률이 92%(375승34패)다. 그런 나달이 정현을 두고 “백핸드가 아주 훌륭하다. 클레이 코트에서도 매우 민첩한 움직임을 보이는 뛰어난 선수”라고 칭찬했다.
 
이제까지 100위권 선수들이 뛰는 투어 대회에서 정현이 8강 이상에 입상한 것은 4차례다. 지난 2015년 9월 선전 오픈, 지난해 4월 US 클레이 코트 챔피언십, 올해 열린 바르셀로나 오픈, BMW 오픈 등이다. 선전 오픈을 뺀 3개 대회가 클레이 코트에서 열린 대회다.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투어 대회에 나서고 있는 정현의 통산 전적은 29승30패(승률 0.492). 이 가운데 클레이 코트 승률은 50%(9승9패)다.
 
2016년 프랑스 오픈에 출전한 정현. [사진 라코스테]

2016년 프랑스 오픈에 출전한 정현. [사진 라코스테]

 
클레이 코트는 ‘느린 코트’라고 불린다. 표면이 아주 고운 흙으로 덮여있기 때문에 하드 코트나 잔디 코트에 비해 무른 편이다. 코트 면이 푹신하다보니 공이 바운스된 뒤 타구 속도가 느려지면서 체공 시간도 길어진다. 빠르고 강력한 공도 클레이 코트에선 위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랠리가 길어지게 마련이다. 체력이 좋고, 끈질긴 수비형 선수가 유리하다.
 
6세에 테니스를 시작한 정현은 13세까지 주로 클레이 코트에서 훈련했다. 그러다 보니 긴 랠리에도 지치지 않는 힘을 기르게 됐다. 현재 정현을 가르치고 있는 김하늘 코치는 “정현은 지구력이 좋다. 클레이 코트에선 더 잘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가진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약점이었던 서브도 크게 향상됐다. 시속 200㎞에 달하는 속도에 다양한 코스로 정교하게 찔러넣는 기술까지 겸비하면서 자신감이 커졌다. 7일 BMW 오픈 4강전에서는 서브 에이스만 6개를 기록했다. 김 코치는 “지난 두 달 동안 서비스 자세를 미세하게 교정했는데, 서브의 세기와 정확성은 물론 포핸드·백핸드 등 기본기가 모두 좋아지는 결과를 낳았다”고 했다.
 
정현은 앞으로 2주 동안 챌린저 대회(세계100~300위대 출전)인 서울·부산 오픈(이상 하드 코트)에 출전한다. 이후 클레이 코트에서 열리는 ATP 투어 리옹 오픈과 메이저 대회인 프랑스 오픈(5월28일 개막)에 나갈 예정이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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