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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유권자와 당선자

중앙일보 2017.05.08 01:00 경제 10면 지면보기
내일은 대통령 선거일이다. 이번 대선은 대통령 궐위 상태에서 치러져 개표 완료 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당선 확정을 의결한 직후 곧바로 임기가 시작된다. 당선자 신분을 거치지 않는다는 의미다.
 
19대 대선은 예외지만 선거가 끝난 뒤 선출된 후보를 ‘당선인’으로 불러야 할지, ‘당선자’로 불러야 할지 헷갈린다는 이가 많다. 표준국어대사전엔 두 단어가 동의어로 올라 있다. ‘당선인’이라고 하든, ‘당선자’라고 하든 문제될 게 없다.
 
두 용어를 두고 혼선이 빚어진 것은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가 ‘당선인’으로 불러 달라고 언론사에 요청하면서다.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에 ‘당선인’으로 돼 있다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반론도 만만찮다. 상위 법률인 헌법 조항엔 ‘당선인’이 아닌 ‘당선자’로 나와 있어 ‘당선자’라고 하는 게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놈 자(者)’보다 ‘사람 인(人)’을 사용하는 게 격이 높아 보인다는 권위주의적 발상 아니냐는 비판에도 직면했다. 우리 귀엔 ‘당선자’가 더 익숙하다. ‘유권자’와 더불어 ‘당선자’를 보편적으로 써 왔기 때문이다. ‘-자’와 ‘-인’은 사람의 뜻을 더하는 접사로 상속인·상속자, 중개인·중개자처럼 의미가 같은 말로 뒤섞어 쓸 때가 많다. 범법자·피의자 등에도 붙지만 학자·기자에서 보듯 ‘-자’에 특별히 비하의 뜻이 담긴 것도 아니다.
 
다만 장애·노숙 등 특정 어휘에 붙으면 낮춰 부르는 말로 인식되는 경향이 생기며 인권 존중 차원에서 장애인·노숙인이 공식 용어로 굳어졌다. 당선인·당선자의 경우는 이와 다르다는 점에서 굳이 한 용어를 고집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이은희 기자 e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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