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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새 정부, 세계 경제훈풍에 올라 타려면

중앙일보 2017.05.08 01:00 경제 10면 지면보기
정인교인하대 부총장

정인교인하대 부총장

‘개천에서 용 난다’는 옛말이 됐다고들 한다. ‘열심히 일해도 사축(회사의 가축)’, ‘노오력(노력을 비꼬는 말)해도 안돼요. ’등 절망적인 단어만이 청년 세대에 회자되고 있다.
 
왜 그럴까. 많은 경제학자는 ‘지대추구사회(rent seeking society)’를 원인으로 지적한다. 지대추구란 각종 이해집단이 자신만의 진입장벽을 높게 쌓아가며 경쟁을 회피하고 독점적 이득을 취하는 것을 말한다.
 
해결 방안은 ‘기득권 내려놓기’다. 진입장벽을 높이 쌓아 도전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이득을 손쉽게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불공정거래를 반복하는 일부 기업, 성과보다 과도한 임금을 상시로 요구하는 일부 노조, 자격증을 방패 삼은 일부 고부가가치 서비스 부문들도 모두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한국 사회의 새로운 희망은 여기서 출발한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새 정부를 짊어지고 갈 대통령을 뽑는 선거 날이 이제 하루 남았다. 우리 대선주자들은 한국 사회의 희망 공식에 대해 얼마나 선명하게 이해하고 있을까. 유권자들은 각 후보의 한국사회 현안 해법에 귀 기울이며, 적극적으로 물어보고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은 매 대선 때가 되면 경제인들이 대선 후보에 편지를 쓴다고 한다. 지난 대선 때도 역시 트럼프 후보와 클린턴 후보에게 각각 ‘Dear 45’라는 편지가 도착했다. 여기서 숫자 45는 45대 미국 대통령을 의미한다. 미국 상공인들이 희망하는 국가 경제의 비전, 기업 관련 제도와 환경 등을 모아 전달하는 방식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처음으로 대선 후보에 보내는 편지 한 통이 발송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각계 각층의 자문을 받아 ‘19대 대선후보께 드리는 경제계 제언’을 전달했다. 서울의 대기업부터 지방 작은 기업의 목소리,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다양한 학자들의 조언을 녹여냈다고 한다. 경제계는 이 편지에서 ‘이 상태로는 단 한 해도 더 갈 수 없다’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묻고 있었다. 공정사회, 시장경제, 미래번영 등 국가 경제의 백년대계를 결정할 핵심 어젠다에 대한 후보자의 상세한 밑그림을 요구했다.
 
이제 정치권이 화답해야 한다. 경제계가 어떤 생각으로 이런 방식을 택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면 정치인들은 또다시 여의도 만의 논리에 갇히게 될 것이다. 문제만 키우고 갈등만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또다시 표를 구하려 해서는 새로운 정권의 ‘진정한’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모두가 공감하고 실천할 수 있는 해법을 담은 청사진과 이를 위한 결연한 의지가 필요하다.
 
세계 경제가 동반상승 중이라지만 한국만 잠잠하다. “ 정치권의 좌고우면이 10년 만에 찾아온 세계 경제의 훈풍에 합류할 기회를 스스로 내친 것은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하다. 어느 때보다 정치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다. 우리의 ‘Dear 19’는 잘 도착했는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정인교 인하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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