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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한·중 통관 애로 해소한 코패스의 힘

중앙일보 2017.05.08 01:00 경제 10면 지면보기
천홍욱관세청장

천홍욱관세청장

중국에서 한국산 유아용품을 수입·판매하는 A씨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특혜세율을 적용받기가 편해졌다고 말한다. 한국의 수출업자가 보낸 문자메시지로 원산지증명서 번호를 확인한 뒤 수입신고서에 적어 중국세관에 제출하면 끝이다. 지난해 12월 한중 세관 당국 간 전자원산지증명시스템(코패스·CO-PASS)이 개통된 뒤의 변화다.
 
통관 소요 일수가 이틀 이상 줄었고 서류상 오류도 없어져 한중간 교역환경이 크게 개선됐다. 최근 한중관계에 우려스러운 상황인데도 코패스는 흔들림 없이 한중 FTA 활용의 큰 기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FTA 해외 통관 애로 통계를 보면 전체 240건 가운데 81%가 원산지증명서의 형식상 오류에서 비롯됐다. ‘서명이 조잡하다’, ‘증명서 두께가 얇다’, ‘인장이 적색이 아니다’라는 식이다.
 
지난해까지는 통관 애로가 접수되면 관세청은 상대국에 서한을 보내거나 관세 당국 간 실무회의를 열어 해결해야 했다.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자 관세청은 코패스를 구축했다. 한국 세관이 국내 발급기관으로부터 취합한 원산지 증명서를 스캔한 전자자료를 수입국 세관 당국으로 전송하는 것만으로 수입자에게 FTA 특혜를 부여하는 시스템이다. 양국 간 합의는 물론 시스템도 동시에 구축해야 하니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일인데 한중 양국은 지난해 12월 전격적으로 공식 운영에 돌입했다. 주요 교역국 중 첫 사례다.
 
코패스 구축은 1석 3조의 효과를 가져온다. 첫째, 원산지 심사 간소화로 통관 애로를 크게 해소할 수 있다. 실제 한중간 코패스 운영 이후 문서의 형식상 오류로 인한 통관 애로는 아직 한 건도 없다. 둘째, 물류비용 감소로 우리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수입국 세관 당국이 제출된 원산지증명서의 진위를 의심하게 되면 통관이 보류되거나, 담보를 제공하고 통관해야 한다. 한중 FTA의 경우 원산지증명서 원본 제출 생략으로 연간 약 6245억원에 이르는 물류 비용이 절약될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FTA를 악용한 부정무역 방지다. FTA는 양국이 합의한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혜택이다. 코패스를 통해 수출국 세관 당국으로부터 직접 전송받은 자료를 활용하게 되면, 부정하게 관세를 탈루하는 업체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관세청은 중국에 이어 베트남,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아세안과 인도 등의 국가를 우선 추진대상국으로 선정하고 코패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FTA 확대 전략을 통해 52개국과 15건의 협정을 체결했으며 2016년 기준 FTA 체결국 대상 교역비중은 전체 교역액의 67.8%에 달한다.
 
부저추신(釜底抽薪)이란 옛말이 있다. ‘솥 안의 끓는 물을 식히려면, 장작불을 빼내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코패스야말로 상대국에서 FTA 특혜를 받는 과정의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저추신의 계책이다. 관세청은 가까운 미래에는 원산지증명서가 종이가 아닌 100% 전자문서로만 FTA 특혜를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리도록 할 것이다.
 
천홍욱 관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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