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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자의 미모맛집]17 전쟁 일으킨 그맛, 꽃게의 유혹

중앙일보 2017.05.08 00:01
최상급 꽃게인 연평도산 꽃게로 만든 백년꽃게장 간장게장.

최상급 꽃게인 연평도산 꽃게로 만든 백년꽃게장 간장게장.

이맘때 서해 바다 어민이 신바람 나게 건져내는 갯것이 있다. 바로 제철 맞은 꽃게다. 봄을 꽃게 철이라 부르는 까닭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암게가 한 가득 알을 품는 때고, 그 알 밴 꽃게를 잡을 수 있는 시기라서다. 꽃게 산란기인 7∼8월과 꽃게가 겨울잠 자는 12∼3월은 조업이 금지돼 있다.  
서해에서도 꽃게 산지로 첫손에 꼽히는 곳이 연평도다. 충청도 이남의 갯마을에서도 꽃게가 잡히지만 꽃게 전문가는 연평도 꽃게의 맛은 따라오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꽃게의 영어 이름은 스위밍크랩(swimming crab). 영어 이름처럼 꽃게는 수영을 한다. 집게발을 휘둘러 조류가 거센 연평 바다를 유영하는 연평도 꽃게는 육질이 단단해 최상급으로 분류된다. 

육질 단단한 최상급 연평도산 꽃게
알 밴 암게 잡히는 5월이 꽃게 제철
간장게장·양념게장 호화로운 맛

이른 새벽 조업에 나서는 꽃게잡이 어선.

이른 새벽 조업에 나서는 꽃게잡이 어선.

해마다 봄이 되면 연평도 앞바다는 긴장감이 고조된다. 불법 조업을 일삼는 중국 어선이 우리 바다에 활개를 치는 탓이다. 꽃게는 한국과 중국 양국에서 모두 인기 있는 식재료라 물량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과열되기도 한다. 다디단 꽃게의 맛. 그 치명적인 맛은 전쟁의 불씨가 됐다.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일부 연평도 주민의 추측일 뿐, 우리 군의 공식 발표는 아니라는 점을 미리 밝힌다. 사정은 이렇다. 1999년과 2002년 연평도 앞바다에서 발생했던 연평해전은 공교롭게도 모두 6월에 벌어졌다. 꽃게 금어기를 앞두고 꽃게잡이 어선이 막바지 조업을 하는 시기였다. 수영을 할 줄 아는 꽃게는 NLL(북방한계선)이나 조업통제선 따위는 무시하고 바다를 가로지른다. 한국 어선도 꽃게를 따라가다 무심코 조업통제선을 벗어나기도 하고, 중국에 수출할 꽃게를 잡는 북한 어선도 빈번히 우리 바다에 무단 침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자국 어선을 보호하려던 해군과 북한군이 충돌했던 사건이 연평해전이었다는 설이 있다. 어찌됐든 바다의 단내를 솔솔 풍기는 꽃게 맛은 위험하지만 거부하기 힘들 정도로 유혹적인 듯하다. 
노란 알이 꽉 찬 봄 꽃게.

노란 알이 꽉 찬 봄 꽃게.

연평도는 꽃게 주산지지만 꽃게가 거래되는 어시장이나 번듯한 식당은 이곳에서 찾기 힘들다. 연평도에서 잡힌 꽃게는 뭍으로 나와 인천항에 있는 옹진수협에서 거래된다. 연평도 꽃게를 맛보려면 연평도 꽃게를 고집하는 식당을 찾아가야 한다. 경기도 화성 백년꽃게장(031-354-8586)이 그렇다. 꽃게 도매업을 하는 이근하(49) 사장이 20여 년 전 부인과 함께 차린 식당으로 옹진수협에서 들여온 연평도 암게만 연중 사용한다.  
인천 옹진수협공판장 꽃게 경매장.

인천 옹진수협공판장 꽃게 경매장.

평생 꽃게를 만지고 살아온 이 사장은 날카로운 눈으로 최상급 꽃게를 골라낸다. 서해 남쪽에서 나는 꽃게 껍데기는 어두운 녹색을 띠는데 연평도 꽃게는 그보다 더 검은 색을 띠어 쉽게 구분할 수 있단다. 또 시장에서는 폭 9㎝ 이상인 암게가 가장 비싸게 거래되지만 이 사장은 크기보다 무게를 중시한다. “묵직한 꽃게는 육질이 조밀하고 속이 꽉 차 있다. 속이 단단한 느낌이 드는 꽃게는 살에서 단맛이 난다”고 말한다. 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배가 빵빵한 게를 골라야 농밀한 게장 맛이 제대로 난다고 한다.  
이 사장은 요즘처럼 연평도 활게(살아있는 게)를 구할 수 있는 철에도, 일부러 게를 영하 42도 이하로 급속 냉동해서 쓴다. 물 밖으로 나온 게는 숨이 붙어 있으면 하루가 다르게 살이 빠지기 때문에 통통한 게살을 유지하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또 활꽃게로 담근 게장은 양념 맛이 겉돌지만 냉동꽃게는 자연 해동되면서 양념이 게살 깊이 스며든다는 설명이다.
백년꽃게장의 주 메뉴는 국민 밥도둑이라는 간장게장. 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게 간장의 염도를 낮추고 먹기 일주일 전 만들어 짧게 숙성해 맛이 깔끔하다. 보통 양념게장은 수게로 만드는데 이 집은 양념게장도 연평도산 알밴 암게로만 만든다. 간장게장 등딱지뿐만 아니라 양념게장 등딱지에도 밥을 비벼 먹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간장게장 양념게장 가격은 대(9㎝ 이상) 9만원(5마리), 소(8㎝ 이상) 5만5000원(5마리)으로 동일하다. 게장을 주문하면 돌솥밥이 함께 나온다. 
깔끔한 맛의 백년꽃게장 간장게장.

깔끔한 맛의 백년꽃게장 간장게장.

글=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사진=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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