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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자연산 엄마와 양식 아빠로 새 족보 쓴 명태 부화 한 달…자연산 명태잡은 숨은 공신은

중앙일보 2017.05.08 00:01
최초로 어미 명태를 잡아 한해성수산자원센터에 보낸 황룡호 선주 최종국씨. 박진호 기자

최초로 어미 명태를 잡아 한해성수산자원센터에 보낸 황룡호 선주 최종국씨. 박진호 기자

 

“딱 보고 명태인지 알았지, 살려야 하니까 바로 활어통에 넣고 항구로 복귀했죠.”

부경호 선장인 김두복(63)씨는 명태 집안의 새 족보를 쓰게 한 새 어미 명태를 잡은 순간을 또렷이 기억했다. 

해수부와 강원도 ‘명태살리기 프로젝트’ -자연산 명태 잡아오면 최고 50만원 사례
어부 김두복씨, 자연산+양식으로 명태 집안 새 족보 쓴 어미 명태 지난 3월 잡아
앞서 김춘식씨, 2014년 동해서 자연산 숫컷 명태 잡고
최종국씨가 2015년 자연산 암컷 명태 잡아 양식에 성공

33년간 어업에 종사해 온 김씨는 지난 3월 4일 오전 7시 30분쯤 강원도 고성군 거진항에서 배로 25분가량 떨어진 바다에서 명태를 잡았다.
김두복씨가 잡은 새로운 자연산 어미 명태. 박진호 기자

김두복씨가 잡은 새로운 자연산 어미 명태. 박진호 기자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선원과 함께 자망을 걷어 올리던 김씨는 갈색 몸통에 반점이 있는 물고기를 발견하고 명태인 것을 직감했다. 발견 당시 명태의 길이는 50㎝였다. 김씨는 명태가 다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자망에서 꺼내 활어통으로 옮겼다. 그리고는 곧바로 고성수협을 통해 강원양식생물연구소에 연락한 뒤 거진항으로 복귀했다. 명태는 강원양식생물연구소에서 설치한 냉각기통에서 며칠간 폐사 여부를 지켜본 뒤 3월 7일 한해성수산자원센터로 옮겨졌다.
김씨는 “내가 잡은 자연산 엄마 명태와 양식 아빠 명태 사이에서 치어가 부화했다는 보도를 봤다”면서 “이 치어들이 잘 살아서 바다로 나가 동해안 명태가 국민 생선의 명성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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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1990년대 ‘국민생선’이라 불리던 명태는 현재 ‘금태’로 불릴 만큼 귀한 물고기가 됐다.  
강원도환동해본부에 따르면 1995년 6722t이던 명태 어획량은 2015년 3t으로 급격히 줄었다. 무분별한 어획으로 20년 만에 어획량이 0.04% 수준으로 급감하면서 국민들 밥상엔 주로 러시아산 명태가 올라가게 됐다.
이에 따라 해양수산부와 강원도 한해성수산자원센터는 2014년부터 명태 복원을 위해 ‘명태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해수부 등은 어민들이 살아있는 명태를 잡아올 경우 최대 50만원의 사례금을 지급했다.
 
해양수산부와 강원도가 내건 '명태 현상금' 포스터. [중앙일보DB]

해양수산부와 강원도가 내건 '명태 현상금' 포스터. [중앙일보DB]

새로운 모계의 발견으로 명태 복원에 탄력이 붙고 있다. 지금 같은 복원 속도라면 2020년엔 국민 밥상에 국내산 명태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김씨처럼 명태 양식 성공엔 숨은 공신이 많다. 그들은 모두 20~40년을 바다에서 보낸 베테랑 어민들이다.  
23t급 항룡호 선주인 최종국(53)씨는 명태 복원 및 양식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자연산 명태 2마리를 잡아 한해성수산자원센터에 보낸 어민이다.
최초의 어미 명태를 잡아 한해성수산자원센터에 보낸 황룡호 선주 최종국씨. 박진호 기자

최초의 어미 명태를 잡아 한해성수산자원센터에 보낸 황룡호 선주 최종국씨. 박진호 기자

 
특히 최씨가 2015년 1월 31일 오전 6시쯤 강원도 고성군 공현진항에서 배를 타고 20분 거리에 있는 바다에서 잡은 명태는 양식 성공에 핵심 역할을 한 첫번째 어미 명태다.
고성군 죽왕면 공현진항에서 만난 최씨 역시 어미 명태를 잡았던 날을 또렷이 기억했다. 최씨는 “정치망을 걷어 올리는데 배가 통통한 물고기가 올라왔다. 명태가 잘 안 잡히다 보니 처음엔 대구인 줄 알았다”면서 “자세히 보니 산란을 앞둔 어미 명태라 곧바로 신고했다”고 말했다.
 
최씨가 당시 수심 48m에서 잡은 어미 명태는 길이가 70㎝에 달했다. 복부에 약간의 쓸린 상처가 있었지만 움직임은 활발했다.
이 어미 명태는 잡힌 지 닷새만인 2월 4일 산란을 시작했다. 당시 수정된 알은 70만개가 넘었다. 이 명태는 같은 해 10월 폐사했다. 최씨는 같은 해 4월 9일에서도 길이 50㎝의 명태를 잡아 수산자원센터에 건넸다. 이 명태는 현재도 양식 명태와 함께 수조에서 생활하고 있다.  
최씨는 “국민 생선 명태가 완벽하게 복원돼 강원 동해안이 다시 명태의 고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씨가 잡은 어미 명태가 산란한 알이 부화까지 가능했던 건 앞서 속초에서 잡힌 자연산 수컷 명태가 있었기 때문이다. 명태가 부화하려면 암컷 명태가 산란을 하고 수컷 명태가 방정을 해야만 수정란이 만들어진다.
명태 양식 성공에 큰 역할을 한 수컷 명태를 잡아 한해성수산자원센터에 전달한 한진호 선장 김춘식씨. 박진호 기자

명태 양식 성공에 큰 역할을 한 수컷 명태를 잡아 한해성수산자원센터에 전달한 한진호 선장 김춘식씨. 박진호 기자

 
첫번째 수컷 명태는 40년 넘게 어업에 종사해 온 김춘식(72)씨가 잡았다. 16t급 한진호의 선장인 김씨는 2014년 3월 19일 오전 6시쯤 속초 동명항에서 배로 20분가량 떨어진 바다에서 정치망을 걷어 올리던 중 명태를 발견했다. 당시 길이 50㎝, 거무튀튀하고 점이 군데군데 있는 명태를 발견한 김씨는 곧바로 활어통에 명태를 담아 수산자원센터에 보냈다.
이 명태 역시 아직도 수산자원센터에 있는 지름 5m 수조에서 잘 자라고 있다.
김씨는 “내가 잡은 명태가 양식 성공에 큰 역할을 해 뿌듯하다”면서 “당시에 명태가 걸린 것을 확인하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고 회상했다.
최근 한해성수산자원센터에서 자연산 어미 명태와 양식 수컷 명태가 수정란을 만들어 새로운 유전자의 치어가 부화했다. [사진 한해성수산자원센터]

최근 한해성수산자원센터에서 자연산 어미 명태와 양식 수컷 명태가 수정란을 만들어 새로운 유전자의 치어가 부화했다. [사진 한해성수산자원센터]

 
한해성수산자원센터에 따르면 이번에 새로 잡힌 엄마 명태와 양식 아빠 명태 사이에서 치어가 첫 부화 한지 한 달(4월 7일)이 지났다. 현재 1만 마리가 살아남았다. 이 치어들은 2.5m 수조 안에서 0.8㎝까지 성장했다.
수산자원센터 서주영(39) 박사는 “지금 같은 속도라면 10개월 만에 20㎝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2년쯤 뒤엔 또 다른 유전자의 명태가 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속초=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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