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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흑색선전·인신공격 퍼붓고 통합정부 말할 수 있겠나

중앙선데이 2017.05.07 00:02 530호 2면 지면보기
사상 처음 도입된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결과는 정치권은 물론 유권자들에게도 놀라움과 신선한 충격을 던지고 있다. 지난 4~5일 이틀간 이뤄진 사전투표율은 26.06%(전체 유권자 4247만9710명 중 1107만2310명 투표)였다. 역대 사전투표 중 최고치다. 따라서 9일의 투표율까지 합산하면 18대 대선(75.8%) 투표율을 웃돌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9대 대선에 대한 유권자들의 높은 관심은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려는 성숙된 민주주의 의식과 대통령 탄핵, 촛불정국을 거치면서 축적된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하는 강렬한 염원이 담긴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진보냐 보수냐, 그리고 어떤 후보를 지지하느냐를 떠나 법이 지배하는 공정한 사회,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는 정의로운 사회, 다양한 가치가 존중되는 평화롭고 자유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기대가 이번 사전투표율로 표출된 것이란 해석이다. 징검다리 황금연휴 속 많은 유권자가 친구·가족의 손을 잡고 투표소를 찾았다. 출국에 앞서 여행가방을 든 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며 마치 축제와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선은 유권자 의식과 한국의 민주주의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대전환점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이틀 남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각 후보와 정당이 축제와 같은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선거가 치러지도록 분위기를 다잡아 주는 게 필요하다. 소위 ‘지지층 결집’이란 명분 아래 눈살 찌푸리게 하는 ‘아니면 말고’ 식의 흑색선전과 막말, 인신 공격, 가짜뉴스 퍼나르기 같은 추태를 벌여 오점과 시빗거리를 남기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시대정신 또한 협치와 통합을 요구하고 있다. 19대 대통령은 누가 당선되더라도 한 정당이 독단적으로 국정을 운영해 나갈 수 없도록 구조화돼 있다. 국회 의석 분포가 그렇다. 더불어민주당 120석, 자유한국당 94석, 국민의당 40석, 바른정당 20석, 정의당 6석이다. 누가 돼도  여소야대(與小野大)다. 협치를 바탕에 둔 대연정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또 현재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과반 이상 득표자가 나올 가능성도 희박해 보인다. 40%대의 지지를 얻은 후보가 대통령이 될 공산이 크다.
 
지난 역사를 돌이켜 보면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5명의 대통령(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이 40% 안팎의 득표에 그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유일하게 과반 득표(51.6%)를 달성했지만 독단적인 권력 운용으로 결국 헌정사상 최초의 탄핵 대통령으로 남게 됐다. 통합정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으로 가야 하는 코스이자 국민의 요구라는 게 입증된 셈이다.
 
더욱이 인수위 없이 곧바로 취임하는 새 대통령은 선거일 다음 날부터 ‘운전석’에 앉아야 될 운명이다. 당장 국무총리 지명을 비롯해 새 정부를 구성해야 하고 북핵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문제, 청년 일자리 창출, 점차 희미해져 가는 한국 경제의 동력을 되살리는 일 등 할 일이 산적해 있다. 그런데도 자칫 대선 승리에 도취돼 이념과 성향이 맞는 인사들을 선별하는 식의 ‘코드 인사’를 강행하거나 ‘적폐 청산’을 앞세운다면 당장의 현안을 해결하기는커녕 조각(組閣) 단계부터 삐걱거려 출발부터 어려움을 겪게 될 게 뻔하다.
 
새 정부가 정상적으로 출범하려면 야당의 협력을 이끌어 내 분권과 협치에 기초한 통합정부를 구성하는 정공법으로 나가야 한다. 통합정부로 가려면 결국 현재 표를 놓고 다투고 있는 경쟁 후보들과 그들이 속해 있는 정당이 파트너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경쟁자는 미래의 협력자인 셈이다. 각 후보가 선거판을 흐리는 도를 넘는 비방전과 지나친 상대방 흠집 내기를 자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대선, 선거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란 걸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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