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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높은 사전투표율 그 뒤엔 문·안 경쟁, 정권 교체 기대감

중앙일보 2017.05.06 01:07 종합 4면 지면보기
제19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2일차이자 어린이날인 5일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별관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길게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제19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2일차이자 어린이날인 5일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별관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길게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5일 오후 2시쯤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별관. 건물 2층 엘리베이터에서 시민들이 쉴 새 없이 내렸다. 이 건물 대강당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사전투표를 하기 위해서다. 
 

지역 투표소서 유권자 만나보니
가족 10명이 함께 와 투표도

거동이 불편해 지팡이를 짚고 온 노인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투표소로 향하는 동안 바로 옆 계단에서도 시민들이 오르락내리락했다. 지난해 말 군을 제대한 아들과 함께 방문한 최대엽(48)씨 부부는 “정식 투표일인 오는 9일엔 다른 일정이 있어서 긴 연휴를 이용해 미리 투표했다”고 말했다. 가족 10명이 한꺼번에 찾아와 동시에 투표하고 가기도 했다. 
 
투표소 밖에서 인증샷을 찍고 곧바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주변 사람들에게 투표를 권유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지난 4일부터 이틀간 사전투표율은 전남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세종에 이어 두 번째(34%)로 높았다. 광주광역시(33.7%)와 전북(31.6%)도 투표율 3·4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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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빛가람동 사전투표소에서 만난 회사원 윤종우(37)씨는 “정권을 바꾸기 위해 한 표를 행사했다”고 말했다. 다른 유권자는 “호남 지역에선 정권 교체에 대한 기대감이 다른 지역보다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고 했다. 역대 총선이나 대선 때에도 호남 지역의 투표율은 타 지역에 비해 높지만 이번엔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호남 유권자들의 촛불 민심이 사전투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장모(32·광주광역시)씨는 “지난해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 사태를 지켜보며 탄핵 이후 새 대통령을 뽑을 투표일만 기다려왔다. 정식 투표일까지 기다릴 수 없어 사전투표를 했다”고 말했다. “10년 만에 보수 정권이 바뀔 기회가 왔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호남 지역에서 투표율이 높게 나온 배경엔 선거 구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선거 초반 여론조사에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호남을 놓고 치열한 선두 다툼 경쟁을 벌였다. 국민의당 소속 광주 지역 국회의원 8명 모두가 사전투표 첫날 투표를 마치기도 했다.
 
윤성석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 호남이 박근혜 정권의 실패를 지켜보고 이번 대선에서 구(舊) 야권 후보에게 적극적으로 투표한 것”이라며 “호남 정치의 정당성을 확인받으려는 욕구와 유력한 야당 후보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결합돼 높은 투표율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주=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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