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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강남 갔던 제비가 요즘 잘 안 보이는 이유는?

중앙일보 2017.05.06 00:01
빨래줄 위에 앉은 제비 [사진 김철록 교사]

빨래줄 위에 앉은 제비 [사진 김철록 교사]

지난해 5월 밀양시 상남면 한 이용원에 둥지를 튼 제비집을 밀성초등학교 학생들이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다. [사진 김철록 교사]  

지난해 5월 밀양시 상남면 한 이용원에 둥지를 튼 제비집을 밀성초등학교 학생들이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다. [사진 김철록 교사]

 
지난달 29일 경남 밀양시 삼랑진읍 송지시장. 제비 20~30여 마리가 시장 천장과 상가 지붕 아래 60여곳에 둥지를 틀고는 쉴 새 없이 들락거리며 “지지배배” 울어댔다. 밀성초등학교 과학전담 교사인 김철록(45) 교사가 5~6학년 학생 5명에게 제비가 왜 사람이 많은 곳에 집을 짓는지 설명을 했다. 김 교사는 “제비는 사람 가까이 오지 않는 까마귀·까치·황조롱이와 천적이어서 사람이 살거나 이동이 많은 곳에 둥지를 지어 사람과 함께 공생한다”며 “70~80년대에만 해도 봄이면 농촌은 물론 도시지역에서도 제비를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잘 보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시장 인근에는 삼랑진 늪 등 낙동강 배후 습지가 많아 제비의 먹이도 많고, 둥지를 짓는 데 필요한 진흙이나 마른 풀 등을 구하기도 쉬워 다른 곳보다 제비가 더 많다”고 덧붙였다.

경남교육청, 매년 초ㆍ중학교 교사ㆍ학생 ‘제비 생태탐구 프로젝트’ 진행
올해는 93개 초ㆍ중학교에서 이달 중순부터 제비 둥지 수와 개체 수 조사

제비는 자신이 살던 둥지 기억하고 봄이 되면 다시 돌아와
사람 가까이 오지 않는 까마귀 등과 천적이라 사람있는 곳에 둥지

집 주변을 날고 있는 제비 [사진 김철록 교사]

집 주변을 날고 있는 제비 [사진 김철록 교사]

전깃줄에서 장난을 치고 있는 암수 제비 [사진 김철록 교사]

전깃줄에서 장난을 치고 있는 암수 제비 [사진 김철록 교사]

 
경남에서는 2015년부터 초등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제비 생태탐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농촌 공동화와 도시화로 급격히 수가 줄어든 제비를 모니터링 해 보호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경남 교사 모임이 2000년부터 람사르 환경재단과 함께 소규모로 진행해온 사업을 경남교육청이 환경교육의 하나로 공교육에 끌어들이며 사업을 확대한 것이다. 올해는 5월 8일부터 5월 19일까지 18개 시·군 93개 초·중학교 교사와 학생 900여명이 공동으로 학교 주변의 제비 둥지 수와 개체 수 조사에 나선다. 2015년 조사 결과 경남에는 100만㎡당 평균 179마리의 제비가 분포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사람들의 이동이 많은 시장통이나 마을 회관·다방 등에서 제비집이 주로 발견됐다. 
지난해 5월 밀성초등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밀양시 곳곳에서 제비조사를 하고 있다. [사진 김철록 교사]

지난해 5월 밀성초등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밀양시 곳곳에서 제비조사를 하고 있다. [사진 김철록 교사]

 
제비가 한반도에 찾아오는 시기는 삼짇날(음력 3월3일)무렵이다. 주로 태국·필리핀·캄보디아 등 따뜻한 나라에서 겨울을 보낸 뒤 번식을 위해 한국·중국·일본 등을 찾는다. 그러다 찬바람이 부는 9월말에서 10월에 다시 이른바 강남(중국 양쯔강 이남)으로 대표되는 따뜻한 나라로 간다. 몸은 참새 정도 크기지만 날개와 꼬리가 길기 때문에 더 커 보인다. 등과 허리는 광택이 있는 흑청색, 머리와 목은 밤색, 아래쪽은 흰색이다. 가장 큰 특징은 날개와 꼬리가 둘로 나눠져 있다는 점이다. 전세계적으로 남극과 북극을 제외한 전 지역에 서식하며 80여종이 있다. 
  
제비는 자신이 살던 둥지를 기억하고 봄이 되면 다시 돌아오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수컷이 암컷보다 먼저 온다. 둥지 주변에 둥지를 지을 재료가 많은 지, 먹이 확보는 쉬운지를 따져 본 뒤 암컷을 불러오는 것이다. 지난해 쓰던 둥지를 재사용하기도 하고 다시 수컷과 암컷이 힘을 모아 새둥지를 만들기도 한다. 둥지는 진흙과 지푸라기에 타액을 섞어서 주로 만든다. 수직벽에 밥그릇 모양으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통 8일 정도면 둥지가 만들어지고 여기에 알을 낳을 자리에 깃털을 깔아 마무리 한다. 이찬우 람사르환경재단 조류학 박사는 “제비는 일부 일처가 많고, 4~7월에 걸쳐 1~2회(1회 당 3~7개 알 낳아) 번식을 한다”며 “둥지를 만들고 새끼를 키우는 일을 암수가 공동으로 담당하지만 알 품기는 암컷이 주로 한다”고 말했다.  
[사진 김철록 교사]

[사진 김철록 교사]

[사진 김철록 교사]

[사진 김철록 교사]

[사진 김철록 교사]

[사진 김철록 교사]

[사진 김철록 교사]

[사진 김철록 교사]

[사진 김철록 교사]

[사진 김철록 교사]

  
제비와 새끼들이 주로 먹는 것은 파리·모기·잠자리·멸구·나비 등 대부분 하늘을 날아다니는 곤충이다. 5마리의 새끼가 있는 둥지에 부모 제비가 하루에 최대 639번이나 먹이를 물고와 주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새끼 제비는 부화 후 20일 정도면 둥지를 떠난다. 하지만 1~7일간 어미가 있는 둥지를 잠자리로 이용하며 스스로 먹이활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기도 한다.   
 
제비는 옛날부터 작물이나 수목의 해충을 잡아 먹어 인간에게 유익하다고 생각했다. 또 사람들이 사는 집에 둥지를 틀어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친근한 새였다. ‘봄 제비는 옛집으로 돌아온다(제비가 옛 집을 찾아 가듯 타향에 갔던 사람이 고향으로 돌아간다)’ 같은 제비 관련 속담이 많은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러나 산업화 이후 논 등이 줄어들고, 도시 지역의 습지 등이 매립되면서 집 지을 재료와 먹이감이 줄어들면서 차츰 제비의 수도 줄었다.  ‘제비 조사 전문가’로 불리는 오광석(43) 진주관봉초등학교 교사는 “일본의 경우 40년 전부터 제비 관련 모니터링을 하면서 제비가 살 수 있는 인공 둥지를 만들어 주거나 집안에 제비가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도록 창문에 구멍을 내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우리 경남도 해마다 전수조사를 통해 데이터가 축적되면 제비가 되돌아 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제비들이 습지에서 둥지에 사용할 진흙을 가져가는 모습. [사진 김철록 교사]

제비들이 습지에서 둥지에 사용할 진흙을 가져가는 모습. [사진 김철록 교사]

  
정대수 경남교육청 생태환경교육 담당 장학사는 “제비가 둥지를 트는 곳은 사람이 북적이는 곳이어서 예로부터 명당으로 여겨왔고, 제비가 많아진다는 것은 농촌과 도시가 습지와 생태가 건강해 그만큼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지표”라고 말했다. 그는 “환경적 요인도 있겠지만 결국 사람들의 마음에서 제비라는 존재를 도외시한 것이 제비를 잘 보지 못하게 한 것은 아닐까 하는 반성 속에 제비 보호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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