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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 두말하면 잔소리…칼국수·밥 무한제공 넉넉한 인심까지

중앙일보 2017.05.06 00:01
명동교자의 칼국수. 닭육수에 닭고기 고명과 만두를 올려낸다. [중앙포토]

명동교자의 칼국수. 닭육수에 닭고기 고명과 만두를 올려낸다. [중앙포토]

매주 전문가 추천으로 식당을 추리고, 이를 다시 독자 투표를 거쳐 1·2위 두 집을 소개했던 '맛대맛 라이벌'. 2014년 2월 5일 시작해 1년 동안 모두 77곳의 식당을 소개했다. 1위집은 대부분 '오랜 역사'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집이 지금도 여전할까, 값은 그대로일까. 맛대맛 라이벌에 소개했던 맛집을 돌아보는 '맛대맛 다시보기'를 시작한다. 3회는 칼국수(2014년 4월 9일 게재)다.
 

맛대맛 다시보기 ③명동교자
50년 명동 지킨 터줏대감
당일 식재료만…마늘도 매번 새로 갈아
미쉐린가이드, 냉동식품 없어 놀라

명동교자의 칼국수. 닭육수에 닭고기 고명과 만두를 올려낸다.  [중앙포토]

명동교자의 칼국수.닭육수에 닭고기 고명과 만두를 올려낸다. [중앙포토]

명동교자는 사실 명동칼국수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서울 명동에서 50년 가까이 한 자리를 지켜온 데다 1960년대 명동에서 문을 열었을 때 이름이 명동칼국수였기 때문이다. 이름은 78년에 바꿨다. 당시 명동칼국수란 간판을 내건 칼국수집이 명동에 워낙 많아서 아예 옛 이름을 버리고 새 이름을 만들어 브랜드를 지키기로 한 것이다. 비슷한 이름을 모두 같은 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예나 지금이나 명동교자는 명동의 본점과 분점은 딱 두 곳이 전부다. 명동교자의 교자는 교자상을 뜻하는데 손님에게 정성스럽게 대접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 1978년 명동교자(구)명동칼국수로 상호를 출원하고 이름을 바꿨다. [중앙포토]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 1978년 명동교자(구)명동칼국수로 상호를 출원하고 이름을 바꿨다. [중앙포토]

 
불 난 가게 앞에 줄 선 손님들
명동교자는 사실 수하동에서 시작했다. 박연하(85) 대표가 66년 친척이 운영하던 수하동의 작은 칼국수집 '장수장'을 인수한 게 출발이다. 69년 지금 분점 자리로 옮기며 이름을 명동칼국수로 바꿨다. 입소문이 나며 손님이 늘자 박 대표가 당시 최고의 상권 명동으로 이전한 것이다. 수하동에서 멀지 않아 단골이 따라올 수 있다는 점도 명동을 선택한 이유였다. 
명동에 문을 연 첫날부터 문전성시였다. 76년엔 지금 본점 자리에 있던 건물을 통째로 사서 두번째 매장을 열었다. 하지만 이전 1년 만인 77년 불이 나 집기와 지붕, 간판이 다 타버렸다. 박 대표의 둘째 며느리인 채연희(47) 재정이사는 "아버님이 넋 놓고 앉아있는데 점심 시간이 되자 가게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하더라"며 "그걸 보고 다들 정신이 번쩍 들어 급하게 천막을 치고 국수를 만들어 팔았다"고 말했다. 손님들은 한동안 지붕 없는 가게에 앉아 칼국수를 먹었다. 박 대표가 "미안하다"고 하면 손님들이 "괜찮다"며 웃었단다. 꽤 오랫동안 간판을 못 달았는데도 사람들의 발길은 이어졌다. 
 
식자재 값 오르면 더 푸짐하게
명동교자 칼국수는 육수에 면을 넣어 함께 삶는 충청도식이다. 박 대표 어머니가 만들던 국수를 재현한 것이다. 그동안 조금씩 레시피가 바뀌었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땐 소뼈를 우려낸 육수에 닭고기를 일일이 찢어 고명으로 얹어냈다. 하지만 명동으로 이전한 후 닭 육수가 여러 사람 입맛에 두루 맞다고 생각해 닭육수로 바꿨다. 위에 닭고기 간 것을 얹고 좀 더 푸짐하게 내기 위해 만두를 함께 낸다. 만두 고명은 박 대표의 넉넉한 인심이 담겨 있다. 명동교자는 칼국수 사리와 육수, 밥까지 원하면 계속 준다. 물론 무료다. 
식재료 값이 오를 땐 오히려 더 푸짐하게 준다. 예를 들어 배추값이 올라 김치가 금치로 불릴 땐 오히려 더 많이 낸다. 채 이사는 "아버님은 '아마 다른 데서는 적게 먹을테니 이곳에서라도 넉넉하게 먹고 가야하지 않겠느냐'고 늘 말씀하신다"고 설명했다.
 
당일 식재료 사용 원칙…냉동실 없어 
그날 사용할 식재료는 당일에 받아 사용하고 남은 것은 모두 버린다. 가게에 식재료를 보관하는 냉동실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늘조차 미리 갈아서 보관하지 않고 요리할 때마다 빻아서 사용한다. 테이블 위에 김치통을 올려 놓으면 인건비를 줄일 수 있지만 혹시 다른 손님이 자신이 먹던 젓가락으로 김치를 꺼내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손님 상에 올라간 음식은 모두 버린다.  
명동교자 칼국수는 영계를 5시간 이상 푹 고아 낸 육수에 면을 넣어 함께 삶는 충청도식이다. [중앙포토]

명동교자 칼국수는 영계를 5시간 이상 푹 고아 낸 육수에 면을 넣어 함께 삶는 충청도식이다. [중앙포토]

지난해(2016년) 미쉐린(미슐랭) 가이드 서울편 발간을 위해 심사위원들이 방문했을 때 냉동식품이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한다. 채 이사는 "미쉐린 심사위원이 육수통에 재료를 아끼지 않고 넣는 것과 냉동 식품 없는 것에 놀라더라"고 전했다. 명동교자는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의 빕 구르망으로 선정됐다. 
2014년 맛대맛에 소개된 후 달라진 게 있다. 예약이다. 다만 점심 시간이 지난 후, 그것도 20명 이상일 때만 가능하다. 사실 그 전엔 아무리 지위가 높고 유명한 사람도 줄서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려야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을 당시 수행원이 미리 와서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했을 때도 거절했다. 결국 이 전 대통령도 줄 서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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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 하나로 50년 동안 명동을 지켜온 명동교자는 100년 식당을 꿈꾼다. 채 이사는 "시할머니 손맛에서부터 부모님 노력으로 이어진 명동교자를 100년 넘게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대표 메뉴: 칼국수(8000원), 만두(1만원), 비빔국수(8000원) ·개점: 1966년(69년에 현재 1호점 자리로 이전)·주소: 중구 명동10길 29(중구 명동2가 25-2), 분점 명동10길 8(중구 명동2가 33-4)·전화번호: 02-776-5348 (분점 02-776-5348)·좌석수: 250석(1·2·3층), 분점 210석(1·2층)·영업시간: 오전 10시30분~오후 9시30분(설·추석 명절 당일 휴무)·주차: 불가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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