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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는 길에' '고향 못 가서'…서울역·고시촌·대학가 곳곳에선 사전투표 행렬

중앙일보 2017.05.04 11:45
"용지는 긴데 봉투가 너무 짧더라고요. 인주가 다른 후보 쪽에 안 묻게 후후 불어서 넣었어요."
4일 오전 이도경(24)씨가 서울 대학동 주민센터를 나서며 말했다. 행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이씨는 대선 당일 고향에 투표하러 가기가 어려워 사전투표를 택했다. 주민센터에는 이씨와 같은 처지인 대학동 일대 고시촌 청년들의 발길이 오전부터 계속됐다. 참고서들을 팔에 끼고 주민센터를 찾은 고시생 김선주(26)씨는 "오늘 마침 학원 수업이 없어 투표를 하러 왔다. 대선 당일에는 관내 투표만 가능하다고 해 서둘러 왔다"고 말했다.
4일 오전 사전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서울 대학동 주민센터. 윤재영 기자

4일 오전 사전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서울 대학동 주민센터. 윤재영 기자

19대 대선 사전투표 첫 날인 4일, 서울 곳곳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는 시민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전국 4247만9710명의 유권자 중 150만894명(3.53%)이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지난해 20대 총선 사전투표 첫날 오전 11시 투표율(1.74%)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 수치다. 당시 최종 사전투표율은 12.19%였다.
19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실시된 4일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고 있다. 사전투표는 4일과 5일 이틀 간 실시된다. 최유진 기자 strongman55@

19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실시된 4일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고 있다. 사전투표는 4일과 5일 이틀 간 실시된다. 최유진 기자 strongman55@

서울역 3층에 마련된 남영동 사전투표소에는 여행을 앞두고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북적였다. 투표소는 인증샷을 찍는 가족, 큰 캐리어를 들고 설레는 표정으로 줄을 선 연인·친구, 휴가를 나온 군인 등 다양한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친구와 북한산 등산을 위해 천안에서 기차를 타고 올라온 김혜림(48)씨는 "서울역에 도착했더니 마침 사전투표소가 마련돼 있어 투표를 끝내고 마음 편히 등산을 하러 갈 생각이다"고 말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투표를 하러 온 김형원(34)씨도 "꼭 해야 하는 투표고 이미 누구를 찍을지 마음 속으로 결정한 상태라 부지런히 투표를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투표를 마치고 여자친구와 막바지 '황금 연휴'를 즐기기 위해 부산으로 여행을 간다고 했다.
4일 오전 서울 동작구청에서 사전투표를 마치고 인증샷을 찍고 있는 청년들. 윤재영 기자

4일 오전 서울 동작구청에서 사전투표를 마치고 인증샷을 찍고 있는 청년들. 윤재영 기자

4일 오전 서울 동작구청 사전투표소에서 투표 인증샷을 찍은 조경하(왼쪽)·박원태 부부. 윤재영 기자

4일 오전 서울 동작구청 사전투표소에서 투표 인증샷을 찍은 조경하(왼쪽)·박원태 부부. 윤재영 기자

고시생들이 많은 서울 노량진 동작구청 사전투표소는 오전에만 3000명 가까이 되는 시민들이 모였다. 구청 관계자는 "이곳은 관외 투표자가 관내 투표자의 4배 가까이 된다. 오전 7시쯤에는 거의 100명 가까이 줄을 서 있었다"고 말했다. 
 
팔목에 투표 도장을 찍고 '인증샷' 사진을 남긴 은창완(26)씨는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라 사전투표를 했다. 온라인상으로 인증샷 캠페인이나 이벤트를 많이 해 나도 동참하려 한다"고 말했다. 조경하(53)·박원태(53)씨 부부도 투표소 앞에서 손을 잡고 인증샷을 찍었다. 조씨는 "집에 투표권 있는 자식이 3명인데, '우리도 이렇게 투표했다'라는 의미로 자식들에게 찍어 보내려 한다"고 했다.
 
대학가 인근 주민센터에는 젊은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서울 청파동 주민센터를 찾은 대학생 김혜진(23)씨는 커다란 여행 캐리어를 들고 있었다. 김씨는 "오늘부터 투표 당일까지 상해로 여행을 갈 에정이라 오전에 좀 서둘러 나왔다. 이번에 내 첫 대선 투표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이지은(25)씨는 투표를 마친 뒤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를 TV로 보면서 꼭 투표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친구들에게도 '이번에 투표 안 하면 연을 끊겠다' 선언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대학원생이다보니 지방에 내려갈 시간이 없어 오늘 투표했다. 투표를 하고 바로 또 연구실을 가야 한다"며 서둘러 투표소를 빠져나갔다.
 
홍상지·윤재영·김준영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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