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찬권한국위기관리연구소선임연구위원
한국 안보에 주변국만 나서고
대선후보들, 안보 자구책 없이
외세 의존적인 수사만 되풀이
대통령 안보관 꼼꼼히 점검해야
반면에 북한 위협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우리는 통수권자 부재 속에 정치·군사·외교적 지렛대도 미약한 데다 각 당의 대선후보들은 구체적인 안보 자구책은 없고 외세 의존적 수사(修辭)만 공허하게 주장하는 형국이다. 국민 또한 작금의 안보 위기에 무관심한 안보불감증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안보 나사가 풀어진 총체적인 위기 그 자체로 보인다. 위기 인식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스스로 느끼지 못하면 위기가 아니라는 측면에서 현행 안보 위기의 극복 방향을 짚어 보고자 한다.
먼저, 현재 위기는 국가 존망과 생존이 직결된 사안임을 냉철하게 인식하고 대비해야 한다. 제3자 격인 주변국은 비상사태 대비에 전력투구하는 반면 이해 당사자인 우리는 강 건너 불처럼 바라보며 일상을 영위해 가는 불안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셋째, 미국의 대북 군사공격 가능성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하고 대비해야 한다. 국내외 안보전문가 대부분이 대북 선제타격은 전면전 비화, 한·미 양국의 피해 등을 이유로 실행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 물론 필자도 타당성 있는 견해라고 생각되나 미국은 자국의 사활적인(Critical) 이익을 위해서는 일방적인 군사대응도 불사해 왔다는 사실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일례로 한국전쟁 이후 북한의 정치군사적 도발이 발생할 때마다 한·미 양국의 위기 인식의 차이로 인해 한국의 대북 응징은 번번이 무산돼 왔다. 반면 미국은 1968년 푸에블로호 납치와 76년 판문점 도끼만행 발생 당시 강력한 대북 응징을 단호하게 추진했던 사실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넷째, 차기 대통령은 중장기 안보정책·전략의 수립·집행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 우선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역할 기능 활성화와 더불어 산하 사무처 조직을 분야별 기능(function section)과 글로벌 지역담당(region section)으로 재편해야 한다. 그리고 이원화된 대통령 외교안보 참모조직(외교안보수석, 국가안보실)을 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처럼 하나로 묶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안보 위기 정책 결정 과정에서 집단사고(group-thinking) 오류의 방지책으로 민간기업의 레드 팀(red team)이나 상급자 지시에 반대 의견을 내는 시스템(Dissent Channel)의 도입 등도 필요하다. 또한 이전 정부의 흔적 지우기(Anything But 홍길동) 폐단도 법·제도적으로 막아야 외교안보 리스크 감소는 물론 대외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국가가 존재하는 한 안보는 결코 외면해서도 안 될 핵심 가치다. 문제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상존하는 현실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정치·외교·군사적 수단을 이용한 위기 통제나 강압 흥정을 통해 위기를 해소할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굳건한 한·미 동맹의 기반 위에서 통수권자의 확고한 안보관, 강인한 의지와 힘(virtu), 그리고 정치 리더십으로 극복할 수밖에 없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윈스턴 처칠 총리는 독일의 대공습으로 심각한 피해를 당하자 “우리는 끝까지 독일에 대항하여 싸울 것입니다. 우리 섬나라를 어떤 희생을 치르고라도 지켜낼 것입니다. 길에서, 거리에서, 언덕에서 싸울 것이며 절대로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연설을 통해 대독 항전 의지를 밝히며 국론 통합과 단결을 호소했다. 지금 대한민국은 안보 위기라는 고르디우스 매듭(Gordian Knot)을 풀 수 있는 현명한 정치 지도자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기다.
정찬권 한국위기관리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