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약세로 자본 유출 우려
2015년부터 외환시장 규제 강화
무역결제 비중 2년 새 반 토막
오락가락 행보, 국제화 악영향
그러나 위안화가 기축통화 반열에 오르려면 국제통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위안화의 무역결제를 허용하고 자본시장 개방을 확대해야 한다. 환율 자유화도 필요하다.
한데 SDR 편입 5개월여 만인 3월 11일 중산(鐘山) 중국 상무부장은 “일부 기업의 맹목적이고 비합리적인 투자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브리핑에서다. 중국 당국은 잉여 현금을 달러로 바꿔 해외 인수합병(M&A)에 사용하는 것을 위안화 약세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판단했다. 중산 상무부장의 엄포는 위안화 약세를 방치할 수 없다는 뜻을 담고 있는 셈이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국제화와 환율 안정 사이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위안화를 국제화하려면 무역·재정수지 적자를 용인하면서 위안화를 전 세계에 퍼뜨려야 한다. 그러려면 위안화 약세를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국제통화로서 위안화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는 없다는 게 중국의 입장이다.
기축통화국으로서 1960년대 미국이 겪었던 ‘트리핀 딜레마(Triffin dilemma)’를 중국도 맛보고 있는 셈이다. 트리핀 딜레마는 기축통화국이 통화 패권을 유지하려면 해외에 끊임없이 유동성을 공급해야 하지만 그럴수록 통화가치는 떨어지는 현상이다.

위안화 사용이 1년 새 급격히 줄어든 것은 중국 당국의 외환시장 규제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2009년부터 위안화 결제를 허용했다. 위안화 직거래시장 개설 등 위안화 국제화에 발 벗고 나섰다. 한국도 지난해 4분기 전체 결제 가운데 2%, 대중국 수출의 6.7%가 위안화 결제였다. 그러나 위안화 사용이 늘면서 위안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졌다. 이렇게 되자 중국 당국은 2015년부터 규제 강화에 나섰다. 현재는 500만 달러(약 56억원) 이상 해외로 송금하거나 환전할 경우 당국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위안화 가치의 지속적인 하락은 대중국 교역 기업의 환차손으로 이어져 위안화 결제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위안화 최대 유통시장인 홍콩의 3월 말 위안화 예금 잔액은 6년 만에 가장 낮은 5072억 위안으로 집계됐다. 중국으로 되돌아간 위안화가 다시 나라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갈지자 행보는 중국이 기축통화국으로서 신뢰를 얻는 데 악영향을 줄 전망이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1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해외 송금에 대한 조사와 외환 매입 등 중국 당국의 통제는 위안화의 국제화를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위안화는 IMF의 SDR 통화바스켓에 포함돼 있음에도 국제통화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은 지난 2년 동안 되레 줄었다”고 지적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