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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부상에 멈춘 ‘터보엔진’ … 그에겐 인삼이 보약이었다

중앙일보 2017.05.04 01:00 종합 25면 지면보기
김승기 KGC인삼공사 감독  [사진 KBL]

김승기 KGC인삼공사 감독 [사진 KBL]

 
‘터보(turbo)’. 

KGC인삼공사 통합 우승 조율사
선수로 잘 나가다 부상에 휘청
“계단 오르기도 힘들어 눈물 펑펑”
전창진 감독 제의에 지도자 변신
KGC서 감독 데뷔 ‘최강팀’ 일궈

 
프로농구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통합 우승을 차지한 안양 KGC인삼공사의 김승기(45) 감독 이름 앞엔 항상 이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저돌적인 플레이로 코트를 누볐던 ‘터보’는 이제 코트 바깥에서 쉼없이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터보 감독’은 오세근·이정현·양희종 등 국내선수 트리오에 데이비드 사이먼, 키퍼 사익스 등 외국인 선수 2명까지 합친 베스트5를 ‘KBL의 어벤저스’로 만들어냈다.
 
서울 삼성과 극적인 승부를 펼친 끝에 챔프전 정상에 오른 다음날인 3일 김 감독을 만나 우승 소감을 물어봤다. 김 감독은 “이제 홀가분하다. 당분간 농구 생각은 하지 않고, 집에서 살림을 도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원주 TG삼보(현 동부)에서 선수로 뛰었던 2002-03 시즌과 동부 코치를 맡았던 2007-08 시즌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던 그는 감독으로도 정상에 오르면서 국내 프로농구 최초로 선수·코치·감독으로 각각 우승을 차지하는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운이 좋았을 뿐이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좋은 걸 배우고, 좋은 농구를 할 수 있었기에 이런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선수 시절엔 백업 멤버로 출전했고, 코치 시절엔 감독을 보좌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엔 온전히 감독으로서 주연을 맡아 우승을 차지했으니 심경이 남다를 법 하다. 김 감독은 “이 기록은 누구도 깨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그는 용산고-중앙대-상무 시절엔 한국 농구를 이끌 최고의 유망주 가드로 주목받았다. 터프한 플레이 때문에 농구대잔치 시절엔 남성 팬들이 유독 많았다. 1997년 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에선 한국이 28년 만의 우승을 차지하는 데 주역이 됐다.
 
김 감독은 “현역 시절 화려했던 농구 인생은 1997년까지”라고 했다. 97년 상무에서 제대한 뒤 화려한 복귀를 꿈꿨지만 정작 프로농구에선 주목을 받지 못했다. 아시아선수권 때부터 아팠던 무릎이 프로 생활을 하면서 내내 말썽을 일으켰다. 무릎 뼈가 앞으로 튀어나오면서 붓는 탓에 수술을 해야 했지만 그는 참고 뛰었다. 김 감독은 “ 그땐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아프단 사실을 숨길 수 밖에 없었다. 어느 날엔 계단을 오르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눈물도 많이 흘렸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아픈 무릎을 부여잡고 9년을 뛰었다. 프로농구 통산 381경기에 출전, 평균 5.34점 2.6어시스트의 기록을 남겼다. 그는 “프로에서 수모를 겪으면서 지도자로선 꼭 성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2006년 5월 그는 지도자로 변신했다. 당시 동부를 이끌던 전창진 감독이 그를 코치로 영입한 것이다. 그는 탁월한 전술운용과 카리스마있는 리더십을 자랑하던 전 감독을 옆에서 지켜보며 배웠다. 2009년 전 감독이 kt로 자리를 옮긴데 이어 2015년 KGC인삼공사 감독으로 부임할 때도 그는 코치로 따라다녔다. 김 감독은 “전술 뿐만 아니라 선수들을 어떻게 이끌어야 할 지 연구를 많이 했다”면서 “전창진 감독님은 ‘팀의 모든 걸 알아야 하고, 참을 줄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전 감독님께 좋은 걸 많이 배웠다”고 털어놨다.
 
뜻밖에 그에게 기회가 왔다. 2015년 7월, 전 감독이 불법 스포츠도박 연루 의혹을 받고 자리를 비워 그는 감독 대행을 맡았다. 시즌 도중이던 지난해 1월엔 정식 감독이 됐다.
 
김 감독은 이제 농구대잔치 시절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수 출신 지도자들의 도전을 받는 입장이 됐다. 이번 챔프전에서 상대한 이상민 감독은 물론 문경은 SK 감독, 추승균 KCC 감독에 이어 현주엽 LG 감독까지 지도자로서 성공을 벼르고 있다. 김 감독은 “선수 땐 내가 한참 뒤졌다. 그러나 지금은 역전은 물론 앞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관중들을 열광시키는 재밌는 농구를 펼치는 게 나의 목표”라고 말했다.
 
김승기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이 2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을 마친 뒤, 그물커팅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 KBL]

김승기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이 2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을 마친 뒤, 그물커팅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 KBL]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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