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나김치식당을 운영하는김일춘씨가 2일 오전 식당에서 식사준비를 하고 있다. 청주=프리랜서 김성태
김일춘·박영숙씨 부부 2008년부터 1000원에 아침 식사 제공
환경미화원·일용직 노동자·회사원들에게 든든한 한끼
손님들 양껏 먹고 1000원 짜리 지폐 바구니에 넣고 가
김씨 부부 "1000원은 고맙다는 마음의 징표, 오히려 손님께 감사"

충북 청주시 서원구 남이면에 있는만나김치식당은1000원에 백반을 먹을 수 있다. 청주=프리랜서 김성태
이 부부가 1000원 밥상을 제공한 건 2008년부터다. 박씨는 “1990년부터 김치 제조·판매 사업을 시작한 뒤 직접 만든 김치도 홍보하고 안 팔린 묵은 김치를 활용하기 위해 2006년 식당을 열게 됐다”며 “사업이 번창하면서 주변 분들에게 보답할 길을 찾다 2008년 말 무료로 아침밥을 제공하게 된 게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만나김치식당 한 켠에 놓인 노란색 바구니 안에 1000원 짜리 지폐가 쌓여있다. 청주=프리랜서 김성태
공짜로 주던 백반에 1000원의 값을 매긴 건 밥을 거저 먹으면 민망하다는 손님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다. 박씨는 “무료 식사를 제공한 뒤 2주가 넘어도 사람들이 식당을 많이 찾지 않아 이유를 물었더니 ‘공짜로 주니까 오히려 미안해서 못오겠다’는 말을 했다”며 “한 푼이라도 내면 더 떳떳하게 밥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한 손님의 권유로 1000원을 받기로 했다”고 했다.
이 식당은 아침 식사 시간 외에 묵은지 찌개와 돼지 주물럭, 묵은지 오리구이 등을 판매한다. 아침 밥은 부인 박씨가 밤 늦게까지 국과 반찬을 미리 준비해 놓으면 남편 김씨가 오전 5시에 밥을 지어 준비한다. 1000원 밥상은 설과 추석 명절을 제외하고 매일 제공된다.
손님들이 아침 식사를 하는 동안 김씨 부부는 무심한 척 주방 안을 청소하거나 재료를 다듬는다. 김씨는 “혹여 1000원짜리 밥을 먹는다는 사실을 부끄럽게 여길 사람들이 있을까봐 지폐 바구니만 놓고 식사는 자율적으로 드시게 한다”며 “돈을 내는 건 손님들의 자유다. 1000원은 밥을 잘 드셨다는 마음의 징표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김일춘씨가 1000원짜리아침 밥상을보여주고 있다. 청주=프리랜서 김성태
오랫동안 1000원 밥상을 제공하다 보니 고마움을 표시하는 손님도 있다. 5년 전 식당을 자주 찾던 50대 남성은 볼펜 한 뭉치를 식당에 선물했다. 박씨는 “매번 고맙다는 말만 하던 손님이 집에서 쓰거나 기념품으로 받은 볼펜을 주섬주섬 모아 선물로 주셨을 때 뭉클했다”며 “1000원 밥상이 어려운 이웃들과 시민들에게 든든한 한끼를 제공하고 위안까지 준다는 사실이 행복하다”고 말했다.서울에 사는 한 블로거는 청주를 직접 방문해 아침 밥을 먹은 뒤 "진짜로 1000원 식당 맞네요"라며 박씨에게 확인 전화까지 했다고 한다.
이 식당 단골이라는 사회복지사 이정수(43·여)씨는 “밥 한공기 값으로 매일 따뜻한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만나김치식당은 지역의 자랑”이라며 “이웃을 위한 봉사의 마음이 없다면 1000원 밥상이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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