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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비용은 얼마?" 트럼프가 모르는 동맹 계산법

중앙일보 2017.05.03 07:55
사드배치 비용청구가 한미동맹 약화는 아닐 것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한미군 사드배치 비용 10억 달러(약 1조 3천억 원) 발언으로 한미동맹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것으로 보인다. 허버트 맥매스트 국가안보보좌관이 한미간에 재협상이 있기 전까지 기존협정이 유효하다고 한 것도 재협상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수의 우리 국민은 동맹국인 미국이 자기들 군대에 자기들 무기를 배치하면서 우리에게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불만을 터뜨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사진 위키미디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사진 위키미디어]


트럼프 대통령의 사드배치 비용 요구가 당장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 또는 한미동맹의 약화나 와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냉전종식으로 인해 공산주의의 팽창을 저지하고 일본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을 방어해야 한다는 논리적 근거는 약화됐지만, 한미동맹은 여전히 미국의 세계전략에서 중요하다. 중국이 미국의 잠재적 도전세력으로 성장했으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가진 국가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동맹의 기반은 공통의 이념과 가치 및 호혜

동맹이란 둘 이상의 국가들이 상호 안보협력을 약속하는 것이다. 그래서 동맹은 대체로 방위조약의 형태로 나타난다. 한 국가가 적대국에게 침략당할 경우 동맹국이 지원하거나 참전하여 동맹국의 안보를 지킨다는 개념이다. 이런 동맹이 맺어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어야 한다. 서로 추구하는 이념(ideology)과 가치(value)가 같아야 하고, 동맹을 맺음으로써 서로 이익(mutual benefit)이 되어야 한다. 반면, 동맹의 위협인식에 변화가 오거나 상호 간의 신뢰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또는 동맹국의 국내 정치적 변동에 의해 동맹이 해체되거나 심지어 적대관계로 변하기도 한다.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으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계에 사용되는 엑스밴드 레이더가 옮겨지고 있고 주민들이 나와 진입을 막고 있다. [사진 프리랜서 공정식]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으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계에 사용되는 엑스밴드 레이더가 옮겨지고 있고 주민들이 나와 진입을 막고 있다. [사진 프리랜서 공정식]

트럼프 대통령의 10억 달러 발언이 한국의 전략적 및 경제적 가치를 모르고 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분명 이념과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문제는 상호이익을 어떻게 증진시키는 것이다. 동맹의 상호이익은 돈으로만 계산되는 것은 아니며, 서로 주고받는 이해관계가 있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여러 차례 한국을 ‘안보 무임승차국’이라고 언급했다. 한미동맹을 단순히 돈으로 계산할 수는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계속 비용을 청구할지 모른다.

호혜의 입장에서 한미동맹 접근해야 문제해결 가능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식 이념과 가치의 확산보다 동맹의 상호이익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용 청구 언급이 못마땅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는 늘 한미동맹을 주어진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나 반성할 필요도 있다. 미국을 전쟁과 가난에서 해방시켜 준 영원한 엉클샘(Uncle Sam)으로 인식해서는 굳건한 한미동맹이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국제정세는 급변하고 있다. 공통의 이념과 가치에 중점을 두었던 과거의 한미동맹은 호혜와 상호이익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미국의 국내 정치경제 분위기는 해외개입을 지지하지 않으며, 트럼프는 그 분위기를 잘 활용하여 대통령에 당선됐다. 앞으로 한국에 대해 어떤 정책을 취할지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념과 가치의 대립이 모호해진 탈냉전 시대에 서로 도움을 주지 못하는 동맹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21세기의 국제정세는 ‘공동안보’와 ‘협력안보’를 강조하고 있다. 일방적 수혜(受惠)와 시혜(施惠)관계가 아니라 호혜적 관계의 동맹을 의미하는 것이다. 물론 사드배치의 비용문제는 따져야 하겠지만, 미국이 우리를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바라지 말고 우리가 미국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엄중한 안보상황을 대처해 나갈 수 있다.
 
구본학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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