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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NH회 사건 43년 만의 무죄...법원 "국가의 과오 용서바란다"

중앙일보 2017.04.27 19:40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 체제 출범 이후 첫 대학 공안사건인 ‘고려대 NH회’ 사건의 피해자들이 43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김태업)은 내란 음모 등의 혐의로 기소됐던 함상근(67)씨 등 7명이 낸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1970년대 초 고려대에 재학 중이던 이들은 73년 서울 시경 대공분실과 중앙정보부로 강제 연행될 때만해도 기나긴 ‘죄인 생활’을 예상하지 못했다. ‘NH회’라는 지하 조직을 만들어 정부를 비방하는 유인물 ‘민우(民友)’를 제작했다는 것이 연행 이유였다. 임의 동행 형식으로 끌려간 이들은 구속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5~11일 간 불법 구금 상태로 조사를 받았다.
 
얼마 뒤 이들에게는 간첩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간첩 교육을 받고 대한민국의 전복을 꾀한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징역 5년을 선고 받았다. 74년 6월 대법원은 이 판결을 확정했다.
 
지난 2013년 함씨 등은 “당시 서울시경 대공분실과 중앙정보부가 조작한 사건이었다”며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이들은 “구타와 물 고문 등 가혹 행위를 당해 후유증을 앓았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지난 2월 재심을 개시했다. 재심 재판부는 “불법 구금 상태에서 작성된 피의자 신문 조서 등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증거 능력이 없다”며 “이 증거들로는 범죄를 증명할 수 없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며 토론했던 젊은 지성인들이 위법·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고통 속에서 살아왔다”며 “국가가 범한 과오에 대해 진정으로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함씨는 “이번 판결이 유신의 잔재를 없애는 하나의 과정이 된 것 같다. 수십년 간 쌓였던 고통이 씻기는 것 같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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