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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농락한 ‘납품업체들’…1조8000억원대 알루미늄 담합한 현대차 협력사 기소

중앙일보 2017.04.27 18:08
 “우리 이번에는 3264원으로 가고요.” 2012년 9월 25일 경기도 과천 그레이스 호텔에서 한 남성의 말에 옆 사람들이 “1순위(최저가)로 삼보산업이 60% 납품합시다”, “그럼 2순위는 알테크노메탈이 25%”, “3순위는 세진메탈이 15%로 가는 겁니다”며 일사분란하게 의견을 모아나갔다.
 

입찰 전날 담합회의…5년간 1800억 부당이득

 다음날 이들은 차를 타고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사옥 8층에 다시 모여 전날 약속한 금액을 그대로 적어냈고 그대로 낙찰받았다. 
 
 이들은 알루미늄합금을 납품하는 협력사 임직원들로, 이를 필요로 하는 현대자동차 등의 입찰 과정에서 알루미늄 공급가를 담합하다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 이준식)는 현대자동차의 구매 입찰을 방해한 혐의로 알테크노메탈 회장 A씨(69)씨와 한국내화 부장 B씨(51) 등 7개 납품업체 임직원 1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7개사는 지난 2012년 9월~2016년 12월 모두 28차례에 걸쳐 투찰가격, 낙찰순위 등을 담합해 총 1조 8525억원어치 납품을 낙찰받은 혐의(입찰방해)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주로 울산에 공장이 있는 이들은 입찰 하루 전 과천이나 인덕원 호텔에 모여 투찰 가격, 낙찰 순위 등을 담합했다. 입찰금액이 한 번에 2000억원대를 넘나들고, 업체들도 한번 낙찰받으면 그걸로 3~6개월간 공장을 돌리기 때문에 상당히 견고한 카르텔을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납품업체들은 매 입찰일 하루 전에 담합 회의를 개최해 공모 사실이 유출되는 것을 막았다. 낙찰업체들이 탈락업체들로부터 알루미늄합금 제품을 구매해 주는 방법으로 탈락업체에 대한 물량보전을 해줬다.
 
 검찰 관계자는 “일반적인 담합사건의 경우 영업담당 실무자들이 모여 담합을 모의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 사건은 입찰 물량이 막대해 대표이사 등 임원들이 담합회의에 직접 참여하고, 오너에게 회의 결과를 즉시 보고하여 승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은 7개사 중 6개사의 회장 또는 대표이사를 기소했다.  
 
 검찰은 지난 3월 A회장 등에 대한 조세포탈 및 횡령 사건을 수사하던 중 그를 비롯한 알루미늄합금 납품업체 전부(7개사)가 참여한 담합 정황을 파악하고 수사에 나섰다.  
 
 지난 달 현대자동차 등 입찰 담당자를 조사하고 관련 입찰 자료를 확보한 검찰은 최근 7개사의 회장과 대표이사, 실무자 등을 조사해 이들로부터 “담함을 한 게 맞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수사 결과 이들은 담합으로 전체 입찰 규모의 10% 상당(1800억원대)의 부당 이득을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팀 관계자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7개사가 납품한 알루미늄합금은 소나타, 산타페 등 총 300만대의 자동차 생산(엔진 실린더, 변속기 등)에 사용되어 이를 구입한 국민들에게 담합 피해가 전가됐다. 계산해 보면 자동차 한 대당 1만원 정도 생산 비용이 증가한 셈이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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