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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청년들이 선전으로 빨려드는 이유

중앙일보 2017.04.27 18:05
중국 남부 해안가에 위치한 선전(深圳). 이곳으로 전세계 청년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ICT 산업에 도전장을 내밀기 위해서다.  
 

중국에서 가장 젊고 부유한 도시
화웨이, DJI,텐센트, BYD 등 중국 대표 혁신 기업들의 요람

선전 시민들의 평균 연령은 33세다. 외지인이 인구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젊은 도시다. 지난 2015년 한해 창업된 회사가 40만개가 넘을 만큼 창업 열기도 뜨겁다.(2016년 선전시 정부 성과 보고)
중국의 IT 도시 선전의 스카이 라인은 지금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출처: 이매친 차이나]

중국의 IT 도시 선전의 스카이 라인은 지금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출처: 이매친 차이나]

텐센트, 화웨이, BYD(전기차), DJI(드론) 등 글로벌 혁신 기업들이 태어난 곳도 바로 이곳 선전이다. 기업가치 10억 달러(약 1조 2400억원) 이상 스타트업은 11개로, 우리나라의 3개를 크게 웃돈다. 국제 특허 출원 수도 1만 3300건으로 중국에서 가장 많다.
 
중국 대도시들의 경제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9% 대의 성장 속도를 이어갈 수 있는 배경이다. 2016년 말 기준 선전의 1인 평균 GDP는 2만 4315 달러로 중국 1위다. 말 그대로 중국에서 가장 젊고, 역동적이며 동시에 가장 잘사는 도시인 셈이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는 선전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출처: 화웨이]

세계 최대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는 선전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출처: 화웨이]

선전은 한때 개혁 개방의 상징으로 중국 제조업을 이끌었다. 그리고 이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제4차 산업혁명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글로벌 IT 인재들이 선전을 다음 목적지로 선택하고 있는 이유다.
 
물론 한국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다양한 분야의 젊은 인재들이 선전 기업에 취직하거나, 아예 창업 전선에 뛰어들며 중국인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차이나랩이 직접 이들을 만나 ‘선전’의 무엇에 끌렸는 지 직접 들어봤다.

 
이현주 텐센트 수석 UX 디자이너
작년에 텐센트에 합류하며 선전에 오게 됐다. 그 전에는 알리바바에 있었다. 중국어를 잘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중국 회사를 택한 것은 가능성이 큰 곳에서 일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선전 텐센트 본사에서 만난 이현주 수석 UX 디자이너 [출처: 차이나랩]

선전 텐센트 본사에서 만난 이현주 수석 UX 디자이너 [출처: 차이나랩]

텐센트는 약 8억 명이 쓰는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서비스한다. 중국인들은 이 위챗을 통해 결제도 하고, 음식도 시켜먹는 등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누린다.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큰 게임회사이기도 하다. 시가총액이 아시아에서 제일 높지만 여전히 40% 대의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선전의 주요 IT 기업들은 시니어급 인재들에게 미국 실리콘벨리 못지 않는 대우를 해준다. 실리콘벨리에서 중국으로 돌아온 인재들의 경우 미국보다 더 높은 조건을 제시한다. 그렇다보니 많은 해외 인재들이 선전으로 돌아온다.
 
텐센트의 직원은 3만명 정도 있는데, 평균 연령이 29세다. 이마저도 중국 IT 기업치고는 높은 편이다. 이중 40% 이상이 R&D 소속으로 석사 학위 이상 직원 비중도 30%가 넘는다.
선전을 방문한 한국 비즈니스 트립 일행 [출처: 차이나랩}

선전을 방문한 한국 비즈니스 트립 일행 [출처: 차이나랩}

기업 문화는 대체로 젊고 빠르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들과 비교해 개인의 성장을 중요시한다. 경쟁이 상당히 치열한 데,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그 지표로 평가 받도록 한다. 출퇴근이 엄격하지 않고 업무 효율을 위한 자유가 보장되는 편이다. 
 
하나 흥미로운 점은 다들 미혼이고, 외지인 비중이 높다 보니 자발적으로 회사에 남아 늦게까지 동료들과 게임을 하는 등 시간도 보낸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건설적인 아이디어들도 탄생한다.
 
또한 커뮤니케이션이 자유로운 편이라 갓 입사한 직원이 높은 매니저한테 ‘맞짱’ 뜨듯이 자신의 의견을 견지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위에서 오더가 들어오면 군대처럼 일사 분란하게 움직인다.    
 
한국 기업에 입사하면 자연히 사원, 대리, 과장, 부장 순으로 매니저 직급으로 승진한다. 반면 텐센트에서는 매니저가 아닌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는 또다른 진로 코스가 마련돼 있다. 본인만 노력하면 회사 내에서 존경받는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선전 모바일 산업의 경우 이미 우리나라의 수준을 넘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고 느꼈다. 공유 교통 서비스의 경우 전세계 시장을 다 합쳐도 중국에 못 미친다고 한다. 정부가 규제를 느슨하게 해 새로운 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다. 샤오미를 두고 대륙의 실수라고 말하곤 하지만, 이제는 대륙의 실력이다.
 
단점도 있다.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이 정돈돼 있지 않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동시에 국가와 당의 영향력이 커 한 기업의 생사를 결정 짓기도 한다. 규제를 느슨하게 할 때는 좋지만 본격적으로 규제에 들어가면 위협요소가 된다.  
 
삶의 질이 지역에 따라 크게 차이난다. 선전의 부동산 가격이 상당히 비싼 편이다.
 
한국 A 인터넷 기업 R&D 연구소 대표
지난해 선전에 R&D 연구소를 세웠다. 회사 차원에서 차세대 먹거리인 하드웨어 기술 분야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다. 다양한 스마트 기기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1년이 넘는 스터디 기간을 거쳐 가장 적합한 곳이 바로 이곳 선전이라고 판단했다.  
선전에 조성된 대규모 창업밸리, A 기업은 지난해 이곳에 R&D 연구소를 설립했다. [출처: 차이나랩]

선전에 조성된 대규모 창업밸리, A 기업은 지난해 이곳에 R&D 연구소를 설립했다. [출처: 차이나랩]

선전에는 다양한 하드웨어 인프라가 구축돼 있어 원하는 부품과 솔루션을 빠르게 공급받을 수 있다. 과거 선전에서 짝퉁을 만들던 기업들의 기술력이 축적되면서 새로운 하드웨어 생태계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완벽한 분업이 이뤄지고 있어서 시제품을 제작, 시험해 볼 수 있는 최상의 환경이다.  
 
메이커 스페이스. 하드웨어 컨설팅 업체들을 말한다. 아이디어만 가지고 오면 디자인, 설계 업체들을 연결해주고 부품도 직접 구해준다. 선전에만 이런 민관 기관이 50개에 육박한다. 정부 쪽도 빠르게 늘고 있다. 제품화, 비즈니스 모델 구축, 마케팅, 판로개척, 자금조달까지 논스톱으로 이뤄질 수 있는 특수한 환경이다. 전세계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이 선전으로 모이는 이유다.  
전의 대표적인 메이커 스페이스 '잉단', 아이디어를 제품화 할 수 있는 토탈 솔루션을 제공한다 [출처: 차이나랩]

전의 대표적인 메이커 스페이스 '잉단', 아이디어를 제품화 할 수 있는 토탈 솔루션을 제공한다 [출처: 차이나랩]

실제로 어떤 하드웨어 시제품을 만들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한국 국내 업체와 선전 업체 모두에게 문의를 한적이 있다. 그런데 완전히 똑 같은 제품을 놓고 한국 업체는 수 천만원, 중국 업체는 백만원을 달라고 하더라. 우리가 필요했던 건 딱 제품 하나인데 우리나라 업체들에게는 라이선스 비용, 엔지니어 용역비용 등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선전은 새로운 시스템이 빠르게 확산되는 곳이다. 모바이크와 같은 자전거 O2O 서비스가 도입된지 딱 한달만에 선전 전역에 30만대 넘게 깔렸다. 한국과 비교해 엄청나게 새로운 기술이 있는 것이 아니다. 단지 혁신의 확산이 빠르게 이뤄질 뿐이다. 딱 그 차이다.  
 
사업에 접근하는 방식도 다르다. 중국 사람들은 어떤 아이템이 생기면, 이를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모은다. "너는 이것을 잘하니 이걸 맡아, 나는 이걸 책임질게" 이런식이다. 그리고 철저하게 이익을 분배한다. 여러 회사들이 출자해 공동의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 익숙하다.
 
반면 한국은 M&A나 인원을 빼오거나 방식을 통해 아이템을 독점하려고 한다. 한 곳에서 다 하려고 하니 잘 안되는 경우가 많다.    
 
IOT 스타트업 메텔의 정기 대표
지난해 9월 세계적인 하드웨어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핵스(HAX)에 입주하며 처음 선전에 오게 됐다. 핵스가 지난 2015년 본사를 선전으로 옮겼다.
 
핵스는 입주 스타트업들에게 하드웨어의 설계부터 시제품 제작까지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또한 프로그램이 끝나는 시점에는 실리콘 밸리로 건너가 투자자와 미디어를 대상으로 시연회까지 진행한다. 투자를 유치할 확율이 그만큼 높다. 전세계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에게는 꿈의 무대라 할 수 있다. 
중국 핵스 사무실 전경 [출처: 메텔]

중국 핵스 사무실 전경 [출처: 메텔]

메텔은 몸이 불편한 사람, 독거 노인들을 위한 스마트 제품을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삼성전자를 그만두고 나와 스타트업을 차렸다. 아이템과 기술력을 인정받아 한국 업체로는 세번째로 핵스에 합류 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영국, 독일, 인도는 다양한 국가에서 온 스타트업 팀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함께 정보를 공유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한국에서보다 일이 빠르게 진행되고 경쟁력도 생긴다.  
 
실제로 핵스의 도움 속에서 프로토 타입(시제품)을 빠르게 만들 수 있었고, 여러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메텔은 현재 스타트업X의 투자를 받아 스마트 배게 개발에도 나선 상태다. 선전에는 이런 역할을 하는 기관들이 많다. 다양한 국가의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이 선전을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핵스는 선전에 위치한 세계 최대 전자 부품 시장 화창베이에 자리를 잡고 있다. 용산전자상가에서 3~4일 걸리는 부품을 이곳에서는 단 10분 만에 구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훨씬 저렴하다. 코트라는 물론 많은 한국 기업들의 견학도 잦다. 우리는 핵스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제품 양산을 위해 선전과의 연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과 비교해 전체적인 코스트를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선전에 처음 왔을 때 말도 안통하고 음식도 안맞아 힘들었다. 외형적으로 우리나라보다 뒤쳐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조금 시간이 지나니 안보이던 게 보이기 시작하더라. 대부분의 결제가 모바일로 처리되고 음식배달, 차량 호출 등 많은 생활 서비스가 이미 스마트폰 속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동시에 거리에는 전기차들이 즐비하고 드론이 많이 날라다닌다. 기술적으로 우리나라를 앞서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교통 시스템 스타트업 이지식스의 우경식 대표
지난 2014년 선전에서 차량 관리 및 예약 서비스를 주로하는 교통 솔루션 스타트업 이지식스를 창업했다. 현재 선전과 홍콩의 21개 운수회사가 이지식스와 파트너 십을 맺고 솔루션을 제공받고 있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도 앞두고 있다.  
 
선전은 빠르게 변하고, 그만큼 재미있는 곳이다. 스타트업들을 향한 당국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실패가 어느 정도 용인되는 분위기가 있다. 특히 새로운 서비스나 제품에 적응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이지식스가 현지 전통 렌터카 업체들에게 새로운 모바일 시스템을 제공,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었던 배경이다. 한국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시장 전반에서 이 같은 융합이 잦다보니, 그만큼 기회도 많다. 
우경식 이지식스 대표 [출처: 차이나랩]

우경식 이지식스 대표 [출처: 차이나랩]

난산이라는 곳에는 중국의 유명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모여있다. 텐센트 본사도 여기에 있다. 오후에 난산 스프트웨어 밸리 카페에 가면 중국의 젊은 소프트웨어 인재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선전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스타트업들에 열린 마음을 가진 적극적인 파트너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이들은 경쟁이 치열한 중국 시장에 진입하는 데 큰 힘이 된다.  
 
중국에 별다른 연고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 도전할 수 있다는 데 주목했다. 실패해도 자산이 될거라 생각했다. 선전은 그런면에서 시작하기 적합한 곳이었다. 홍콩과 맞닿아 있는 점도 해외 창업자들에게는 매력적이다.
 
한국과 IT 경쟁력을 비교하자면, 개인적으로는 많은 부분에서 중국에 추월당했다고 생각한다. 이제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중국의 새로운 서비스와 기술을 스터디한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이 먼저 할 수 있었지만 못했다. 중국 당국의 대대적인 창업 지원 정책과 느슨한 규제,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가 누구든 도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는게 가장 인상적이다. 선전의 젊은이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  
 
선전= 차이나랩 이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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