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주일 새 뒤집힐 수 있다”‘문재인 멘토’ 이해찬의 엄살?

중앙일보 2017.04.27 17:10

 “대통령선거는 굉장히 민감한 선거다. 일주일 새 뒤집어지는 수가 있다.” (26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친노 좌장’인 이 위원장은 대선 승리를 두 번이나 경험했다. 97년 김대중, 2002년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는 데 일조했다. 그런 그가 “방심은 금물”이라며 이같이 주장한 것이다.

소속 의원들에게 “방심은 금물”이라며 ‘경계령’ 내려
역대 대선에선 후보등록 무렵 지지율 1위가 ‘최종 승리’
4·13 총선, 英 브렉시트 투표, 美 대선에선 이변 속출

 
한 정당의 대선후보 유세에 모인 시민들이 후보의 연설에 손을 들어 화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 정당의 대선후보 유세에 모인 시민들이 후보의 연설에 손을 들어 화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 위원장은 “5월 3일부터는 여론조사 발표도 금지되고 TV 토론도 없기 때문에 사실상 5월 2일까지가 공개된 선거운동기간”이라며 “우리가 좀 앞서간다고 해서 자만했다가는 금방 뒤집어진다”고 경고했다.
 
 같은 당의 이철희 의원도 동료 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한 표에 지고 한 표에 이기는 것이 선거”라며 긴장을 늦추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해찬(왼쪽) 국무총리가 2004년 7월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문재인 시민사회수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이해찬(왼쪽) 국무총리가 2004년 7월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문재인 시민사회수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이 의원은 2015년 영국 총선과 지난해 미 대선을 예로 들었다. 보수당은 여론조사에서는 뒤졌으나, 자신들이 이길 수 있는 주제인 경제 메시지에 집중함으로써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이 의원은 미 대선과 관련해서는 “힐러리(클린턴)와 달리 트럼프는 바닥을 훑으면서 표를 모으고 그들(지지자들)을 최대한 동원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미 대선에서 맞붙었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중앙포토]

지난해 미 대선에서 맞붙었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중앙포토]

 그렇다고 이 위원장의 말처럼 대통령선거에서 1주일 만에 전세가 뒤집힐 수 있을까.
 
  “중도·보수층이 작게 보이는 착시현상 빚어져”
 
 87년 이후 역대 대선을 돌아보면 후보등록 전후 지지율 1위 후보가 단 한 차례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최종 승자가 됐다.(한국갤럽 조사 결과 기준) 87년 노태우, 92년 김영삼, 97년 김대중, 2002년 노무현, 2007년 이명박, 2012년 박근혜 후보는 후보등록일 즈음 1위로 나섰다. 그리고 결국 청와대 입성에 성공했다.  
 
 2012년 대선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론조사 공표 허용 마지막 날이었던 12월 13일 보도에 따르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6개 언론사의 조사 중 5개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박 후보가 0.1~6.7%포인트까지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일보만 ‘문재인 45.3% 대 박근혜 44.9%’로 발표했다.
 
국내 주식시장이 지난해 6월 28일 브렉시트에 대한 주요국의 정책 공조 기대감에 힘입어 층격에서 회복했다. 하나은행 딜러장에서 매니저들이 거래상황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중앙포토]

국내 주식시장이 지난해 6월 28일 브렉시트에 대한 주요국의 정책 공조 기대감에 힘입어 층격에서 회복했다. 하나은행 딜러장에서 매니저들이 거래상황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중앙포토]

 여러 정황상 박 후보의 우위를 부정하기 어려웠다. 전화면접, 자동응답(ARS), 유·무선전화 등 표본 구성·조사방식 등과 상관없이 결과는 비슷했다.
 
 그렇다고 문 후보가 낙담할 정도의 격차는 아니었다. 단일화에 합의했던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가 선거운동에 본격 동참하면서 동력도 얻었다. 그럼에도 문 후보는 끝내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마지막 1주일의 ‘지배자’는 네거티브라는 데 이견은 많지 않다. 민주통합당은 대선 1주일 전인 12월 12일 불법선거를 주도하는 국가정보원 아지트로 의심된다며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국정원 여직원의 집을 급습했다.
 
 그러나 구체적 증거는 나오지 않았고, 선거 3일 전인 12월 16일 경찰은 “개입 흔적이 없다”고 발표했다. 민주당은 박근혜 후보의 TV 토론회 아이패드 지참, 신천지, 굿판, 여론조사 조작 등 갖가지 의혹들을 쏟아냈으나 판세를 뒤바꿀 정도의 위력은 없었다.
 
추천기사
 전문가들은 선거 막판에 난타전이 계속되자 투표율이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투표율은 75.8%로 매우 높았다. 2007년 대선 때 63.0%에 비해 15% 이상 올라갔다. 70% 이상이면 문재인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결과는 반대였다.
 
 익명을 원한 여론조사 전문기관 관계자는 “2012년 민주당의 네거티브 공세가 박근혜 지지층의 위기감을 자극했고, 이는 보수층 결집효과로 이어졌다”며 “이번 대선의 경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에서 진보성향 유권자들의 다소 과격하고 거친 표현이 중도·보수층을 움츠러들게 만들고 있다. 중도·보수층의 의견이 실제보다 작은 것처럼 비치는 착시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 대선만 보면 막판 1주일 새 역전이 일어난 적은 없다. 그러나 지난해 한국 총선, 영국의 브렉시트(EU 탈퇴) 투표, 미 대선 등에서 여론조사 예측이 모두 빗나갔던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이번 대선에서는 침묵하는 부동층 유권자들, 즉 샤이(Shy) 보수의 결집 여부가 승패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