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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최측근 리잔수, 러시아 방문해 푸틴 면담

중앙일보 2017.04.27 16:3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리잔수(栗戰書) 중국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을 만나 면담했다. 리 주임은 5월 중순으로 예정된 푸틴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모스크바를 찾아가 일정과 의전 등을 최종 조율하고, 시 주석의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관측된다. 주요국 정상과의 회담을 앞두고 고위 관료를 보내 사전 조율 작업을 하는 것은 외교관행에 속한다.  
리잔수 중국 공산당 판공청 주임

리잔수 중국 공산당 판공청 주임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리 주임의 방문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통상적으로 이런 일을 담당하는 양제츠(杨洁篪) 외교담당 국무위원이나 왕이(王毅) 외교부장 등 외교 채널을 제쳐놓고 리 주임이 직접 외교 전면에 나섰다는 점에서다.  

푸틴 방중에 앞서 일정 등 조율한 듯
외교채널 제치고 당 판공청 주임이 방문
“중ㆍ러 관계 특수성 보여주는 것”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비서실장 격인 리 주임은 20대 시절부터 시 주석과 친분을 쌓은 측근 중의 측근이다. 그는 시 주석의 해외 순방이나 국내 시찰에 빠짐없이 동행하고 배석한다. 하지만 그가 단장이 돼 수행원을 이끌고 해외 방문을 나서는 일은 없다. 유일한 예외가 러시아와의 외교활동이다. 
리잔수(왼쪽 첫째) 중국 공산당 판공청 주임은 시진핑(가운데) 주석의 외부 활동에 빠짐없이 수행하는 측근 중의 측근이다.  [중앙포토]

리잔수(왼쪽 첫째) 중국 공산당 판공청 주임은 시진핑(가운데) 주석의 외부 활동에 빠짐없이 수행하는 측근 중의 측근이다. [중앙포토]

그는 2014년 3월에도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을 면담하고 그 해 5월로 예정돼 있던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을 조율한 적이 있다. 그의 활동은 당시에도 베이징 외교가에서 파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외교 소식통은 “2014년 봄 시 주석이 왕치산(王岐山) 기율위 서기를 미국으로, 리 주임을 러시아로 보내는 등 직업 외교관을 제쳐두고 자신이 신임하는 측근 인사들을 외교 전면에 내세운다는 소문이 나 화제가 됐는데, 결과적으로는 리 주임의 러시아 방문만 실현됐다”며 “이 때문에 리 주임이 러시아 권부 깊숙이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리 주임을 대러 외교의 최일선에 내세운 것은 시 주석이 그만큼 중ㆍ러 관계를 중시하고 특수하게 여긴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리 주임은 26일 푸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 공산당 중앙판공청과 러시아 대통령궁 판공청 사이의 협력 시스템은 두 나라의 대외 관계에서 모두 ‘유일무이’한 것이며 양국 관계의 높은 수준과 특수성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중ㆍ러 양국이 공식 외교 채널을 뛰어넘는 수준의 소통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2012년 11월 집권한 시 주석이 가장 먼저 방문한 나라도 러시아였으며 푸틴 대통령과는 매년 5∼6 차례의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ㆍ쿠바ㆍ베트남 등 옛 사회주의 국가와 외교부 채널과는 별도로 대외연락부를 내세운 ‘당(黨)대 당’ 외교를 가동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앙판공청과 대외연락부의 위상과 격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리 주임을 중용하는 시 주석이 올 가을 19차 공산당 당대회에서 상무위원으로 승진시키기에 앞서 외교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과 리 주임은 5월 정상회담 일정 이외에 국제 정세 등 공통 관심사를 논의했다고 인민일보가 보도했다. 여기엔 최근의 한반도 정세와 함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 논의도 이뤄졌을 것으로 분석된다. 두 나라는 유럽에서의 미국 미사일방어(MD) 구축과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에 보조를 취하며 역할 분담을 하고 있다. 리 주임의 러시아 방문 기간에는 양국 군 고위층이 참석한 모스크바 국제안보회의가 열렸고, 이 자리에서 양국은 사드 반대 입장을 공동으로 천명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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