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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청년 공시생과 장애인 인턴의 비극

중앙일보 2017.04.27 03:28 종합 33면 지면보기
최종권내셔널부 기자

최종권내셔널부 기자

대선을 약 보름 앞두고 취업 절벽을 마주한 20대 청년 두 명이 잇따라 비극적인 선택을 했다.
 
뇌전증을 앓고 있는 청년 A씨(28)는 지난 24일 경기도 수원에 있는 도청 건물 옥상에서 몸을 던져 현재 의식불명 상태다. 2011년 경기도의 한 대학을 졸업한 그는 지금까지 4개월짜리 공공기관 단기 인턴을 네 곳이나 전전했다. 오는 6월 ‘청년 인턴직’ 임기 만료를 앞둔 그는 향후 진로가 막막해지자 답답한 마음에 투신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A씨는 평소 주변 동료들에게 “인턴이 끝나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걱정”이라며 절박함을 자주 토로했다고 한다.
 
같은 날 오후 5시쯤 경찰공무원의 꿈을 꿔 온 청년 B씨(25)는 어머니와 고향 경북 구미로 가던 길에 경부고속도로 청주 옥산휴게소 화장실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지난달 18일 치러진 경찰 공무원(순경) 공채시험에서 떨어졌다. 3년 동안 모두 일곱 번 도전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시면서 크게 낙담했다고 한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두 청년의 비극은 한국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 줬다. 이태백·N포세대·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등 높은 취업 문턱과 사회 양극화에 시름하는 청년들의 자조 섞인 목소리가 만연해 있다. 청년 취업난은 고질병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분기(1∼3월) 실업자 116만7000명 중 대졸 이상 실업자는 54만3000명이나 됐다. 전체 실업자 중 46.5%가 대졸 이상 학력자다. 대졸이 취업을 보장하지 못하면서 일반직 공무원을 준비하는 청년 공시생(공무원시험 준비생)은 2011년 18만5000명에서 2016년 25만7000명으로 38.9%(7만2000명) 증가했다.
 
청년 실업난 해결은 절박한 국가적 현안 과제 중 하나다. 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들도 청년층을 겨냥한 다양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81만 개 공공일자리 창출을 공약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취업준비생 40만 명에게 6개월간 30만원씩 청년성장 지원금을 지급하고 중소기업 취업 청년에게는 2년간 1200만원을 지원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격차를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공공일자리 창출이나 임금 격차를 바로잡기 위한 중소기업 보조금 지원 정책은 단기적인 대책에 불과하다”며 “노동시장 구조를 개혁하고 근로조건과 질을 개선하는 등 장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두 청년의 비극을 개인적인 불행이나 우발적인 사건으로 치부하면 안 된다. 이번 대선이 이런 구조적 문제를 풀 근본적인 해법을 고민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제시하는 생산적인 전기가 되어야 한다.
 
최종권 내셔널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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