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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민군” “친일파” … 가짜 뉴스, 로봇이 24시간 지워도 퍼져

중앙일보 2017.04.27 03:11 종합 4면 지면보기
19대 대선 관련 ‘가짜 뉴스(fake news)’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범람하고 있다. 2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선거범죄대응센터에 따르면 25일까지 적발한 사이버 위법 게시물 3만1004건 중 76.6%(2만3749건)가 네이버밴드·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스토리 등에서 유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관위가 24시간 모니터링한다지만 원천 차단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대선 관련 가짜 뉴스 3만 건 적발
매일 수억 건 모니터링 역부족
단체대화방은 감시할 수도 없어
선관위, 글 삭제 중심 대응 한계
독일, 거짓 선동 600억 벌금 추진

◆“고발해도 또 게시”=26일 오후 1시 문재인(더불어민주당)·안철수(국민의당) 두 후보와 관련해 중앙선관위가 삭제한 가짜 뉴스를 구글을 통해 직접 검색해 봤다. 문 후보와 관련해선 “부친이 6·25 당시 월남한 피란민이 아니라 북한 인민군 상좌(대령) 출신이며 반공포로”라는 것이 나왔다. 법원 판결로 허위로 판명된 내용이다. 하지만 검색과 동시에 트위터에서 관련 내용이 나온 것이다. “문 후보가 세월호(선주 유병언)의 자문 변호사였다” “일제 금괴 200t, 20조원의 비자금을 갖고 있다”도 각종 블로그 등에 아직 삭제되지 않은 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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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후보가 일제 부역자의 자손”이라는 가짜 뉴스도 검색했더니 특정 후보 지지자로 보이는 사람의 트위터 계정에서 발견됐다. “2011년 9월 여성중앙 인터뷰에서 ‘할배는 일제 때 금융조합 직원이었다’고 했고, ‘조선미창’(대한통운 전신)에서 퇴직했다” 등의 허위 사실이 적혀 있었다.
 
“안랩 계열사이던 안랩코코넛(2007년 안랩으로 합병)이 선관위의 투표지분류기를 만들었다”는 가짜 주장이 퍼져 중앙선관위가 16일 “18대, 19대 투표지분류기 제작사는 모두 안랩과 무관하다”는 보도자료까지 내야 했다.
 
◆사이버 전문가 20명, 280개 검색어 감시=선관위 사이버선거범죄대응센터는 사이버수사 경력자, 디지털포렌식(과학수사) 전문가 등 사이버 전문가 20명이 모인 조직이다.
 
이들은 각 후보자 이름에 ‘종북좌빨’ ‘공산당’ ‘인민군’ ‘친일파’ ‘안랩’ 등 280여 개의 연관 검색어를 사전에 입력한 자동검색시스템(로봇)을 통해 가짜 뉴스와 불법 비방글을 포착하고 있다. 가짜 뉴스가 검색 순위를 조작하는지에 대한 사이버증거분석시스템도 가동한다. 지금까지 20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4명을 수사 의뢰했다.
 
하지만 이들이 매일 수억~수십억 건의 SNS 게시글을 모두 모니터링하긴 역부족이다. 게다가 카카오톡 단톡방(단체대화방)은 선관위가 감시할 수도 없다. ‘초대’되지 않으면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단톡방에서 문 후보를 비방한 혐의로 고발된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의 경우는 내부 제보가 있었다. 김수연 사이버선거범죄대응센터장은 “카톡처럼 폐쇄형 SNS의 사생활 영역으로 파고든 가짜 뉴스형 허위사실이나 비방은 내부 제보나 고발이 없으면 적발하기 어렵다”고 했다.김 센터장은 "이번 대선부터 누구나 자유롭게
사이버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 상대 후보를 낙선시킬 목적의 가짜 뉴스 문제가 부작용으로 대두됐다"며 "각 대선 후보 캠프가 SNS 전략을 네거티브→포지티브 선거운동으로 바꾸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가짜 뉴스에 대한 선관위의 대응책은 글 삭제 중심이다. 적발된 가짜 뉴스는 3만건을 넘었지만 사안의 중대성과 횟수, 중복성 등을 고려해 형사조치까지 간 사례는 24건(고발 20, 수사의뢰 4)에 불과하다.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독일 정부는 난민들을 대상으로 한 가짜 뉴스와 사이버 증오범죄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자 거짓 선동을 부추긴 SNS 기업에 최대 5000만 유로(약 609억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지난 6일 의회에 제출했다.
 
전문가들은 포털의 역할도 강조한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의 실험에 따르면 뉴스 소비자층에 주요 매체의 기사와 하위 매체, 가짜 뉴스를 동시에 제공했을 때 이들 사이 신뢰도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걸 발견했다. 한 교수는 “포털사이트를 통해 600여 개의 언론매체 기사가 동시다발적으로 게재되는 상황에서 뉴스 소비자가 구분 없이 이를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져 있다”며 “뉴스 신뢰도를 높일 수 있도록 포털 등이 (공급자를) 검증된 매체로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효식·박성훈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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