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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21만대 강제 리콜 당하나 … 정부 권고 거부, 내달 8일 청문회

중앙일보 2017.04.27 02:35 종합 14면 지면보기
현대·기아차가 26일 국토교통부의 자발적 리콜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다음달 8일 ‘리콜 청문회’를 거쳐 강제 리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대상은 제네시스·쏘나타·카니발 등 현대·기아차의 주력 차종 21만여 대다. 국토부의 리콜 요구에 대해 자동차 업체가 이를 거부하고 이의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네시스 등 주요 차종 결함 의심
현대차, 안전운전 지장 없다는 입장
정부 “근거 제시 못하면 강제 리콜”

국토부는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의 조사를 바탕으로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 5건에 대해 리콜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토부가 지적한 결함 내용은 ▶진공파이프 손상(아반떼 등 3개 차종) ▶허브너트 풀림(모하비) ▶캐니스터 결함(2011년 생산된 제네시스·에쿠스) ▶R엔진 연료호스 손상(쏘렌토·카니발·싼타페) ▶주차 브레이크 경고등 불량(LF쏘나타·쏘나타하이브리드·제네시스) 등이다.
 
진공파이프는 브레이크를 밟을 때 드는 힘을 줄여 주는 부품으로, 손상되면 브레이크가 제대로 듣지 않는 현상이 나타난다. 허브너트는 타이어와 차체를 연결해 준다. 결함이 있으면 주행 중 자칫 타이어가 빠질 수 있다. 캐니스터는 연료통 앞에 있는 부품으로, 불량이면 정차 직전에 시동이 꺼지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연료호스가 손상되면 연비가 낮아지고 심한 경우 주행 중 화재가 날 수도 있다. 국토부는 “계기판 주차 브레이크 경고등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으면 운전자가 주차 브레이크를 풀지 않은 채 주행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이 같은 리콜 권고 결정에 대해 조무영 국토부 자동차정책과 과장은 “자동차안전연구원 소속 전문 연구원들의 철저한 기술조사와 두 차례의 제작결함심사평가위원회를 거쳐 결론 낸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날 “국토부가 리콜을 요구한 5건에 대해선 ‘안전운행에 지장을 준다’는 국토부의 조사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달 말 국토부의 공문을 받고 내부적으로 면밀히 재검토한 뒤 안전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 정상적 절차에 따라 이의를 제기했다”며 “리콜을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청문이라는 최종 절차를 통해 더 면밀하게 살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8일로 예정된 청문회는 자동차 전문가가 주재하고 리콜 여부를 조사한 자동차안전연구원 소속 연구원들과 국토부 담당자, 현대·기아차 직원 등이 참여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 청문회에서 현대·기아차 측이 리콜하지 않아도 될 만한 ‘상당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강제 리콜을 명령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번 권고와 별개로 국토부가 지난달 요구한 세타2 엔진 관련 리콜은 현대·기아차가 받아들여 지난 7일 리콜이 결정됐다. 그랜저(HG)·쏘나타(YF)·K7(VG)·K5(TF)·스포티지(SL) 등 5개 차종 17만1348대가 대상이다. 주행 중 시동 꺼짐 등의 현상이 일어나는 결함이 발견된 게 이유였다.
 
현대·기아차에 대한 잇따른 국토부의 리콜 권고는 김광호 전 현대차 부장이 지난해 8~10월 “현대차가 자동차 제작 과정 결함 32건을 알고도 시정하지 않는 위법을 저질렀다”며 미국 도로교통안전국과 국토부 등에 자료를 전달한 것이 단초가 됐다. 국토부는 지금까지 14건에 대해 조사를 마쳤다. 이 중 3건은 리콜이 진행되고 있고, 5건은 이번 청문회에서 리콜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국토부는 나머지 18건에 대해서도 리콜이 필요한지 검토하고 있다. 
 
함종선·최준호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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