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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세 달이냐, 석 달이냐

중앙일보 2017.04.27 01:00 경제 9면 지면보기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3D 프린터 논란은 일단락됐다. 정답은 없다. ‘삼디’든 ‘스리디’든 편한 대로 읽으면 된다. 이쯤 되면 또 다른 3으로 고민하던 이들은 궁금하다. 3개월은 세 달이냐, 석 달이냐.
 
“세 달간 이어졌던 탄핵정국” “석 달간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탄핵 심판사건”과 같이 혼용되는 것에 대한 의문이다.
 
단위를 나타내는 의존명사 앞에 오는 수관형사 중 수량이 ‘셋/넷’임을 가리키는 말은 ‘세·서·석/네·너·넉’의 형태를 띤다. 그 형태는 뒤에 오는 단위명사에 따라 선택된다. 돈·쌀·무게·길이 등의 단위로 사용하는 ‘돈·말·발·푼’은 ‘서/너’와, ‘냥·되·섬·자’는 ‘석/넉’과 어울린다. 비슷한 발음의 몇 형태가 쓰일 경우 의미에 아무런 차이가 없고, 그중 하나가 더 널리 쓰이면 그 한 형태만을 표준어로 삼는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구슬 서 말” “금 너 돈짜리 반지” “비단 석 자” “쌀 넉 섬”처럼 사용한다. 이를 “구슬 세 말” “금 네 돈짜리 반지” “비단 세 자” “쌀 네 섬”이라고 하면 안 된다.
 
‘달’은 이 규정에 나와 있지 않다. 어떻게 써야 한다는 규칙이 없으므로 관용적 쓰임에 따라 ‘세 달’ 또는 ‘석 달’로 표현할 수 있다. ‘네 달’ ‘넉 달’도 마찬가지다. 규정에 명시돼 있지 않은 단위명사의 경우 ‘세/네’ ‘석/넉’과 자연스레 어울리면 둘 다 표준어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다만 ‘세/네’를 원칙 표기로 본다.
 
“종이 네 장 가운데 세 장이 찢어졌다” “우유 세 잔이랑 탄산수 네 잔을 시켰다”를 “종이 넉 장 가운데 석 장이 찢어졌다” “우유 석 잔이랑 탄산수 넉 잔을 시켰다”로 표현해도 무방하다.
 
이은희 기자 e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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