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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이젠 대학이 성장산업 창출 주도해야

중앙일보 2017.04.27 01:00 경제 9면 지면보기
이재훈한국산업기술대 총장

이재훈한국산업기술대 총장

지난해 우리나라 20대 실업률은 9.8%로 최고였고, 고용률은 58.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았다. 취업 후도 문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대졸 취업자 중 1년 내 퇴사율은 2016년 27.7%로 2010년 15.7%에 비해 많이 늘어났다. 퇴사 이유로는 ‘조직 및 직무적응 실패’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자가 속한 대학은 수도권 4년제 대학 중에서 6년 연속 취업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산학협력기반 교육과 연구를 특성화함으로써 학생들은 3학년부터 현장실습을 나가 기업이 요구하는 엔지니어 역량을 체득한다. 기업은 우리 대학에 연구소를 두고 교수·학생들과 공동으로 24시간 연구하는데 대체로 같이 일했던 학생을 졸업 후 채용한다. 그 결과 취업의 질적 수준을 나타내는 유지취업률도 96.1%로 국내 대학 중 가장 높다. 하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다.
 
저성장·저물가·저고용으로 대변되는 뉴노멀 시대에는 취업의 양적 확대에 한계가 생긴다. 스마트공장의 대표 격인 독일 지멘스의 암베르크 부품공장은 25년 전보다 생산량은 8배 늘어났지만, 일자리는 1000명으로 지금도 동일하다. 이에 더해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고 있다. 현존하는 직업의 절반 정도가 사라지고, 단선적인 전공 위주의 교육만으로는 ‘융합과 연결’을 키워드로 하는 새로운 직무 수요에 대처할 수 없게 된다. 대학이 취업시장에만 안주할 수 없는 이유이다.
 
최근 다녀온 싱가포르 난양공대는 ‘연구·혁신 그리고 기업’(RIE, Research, Innovation and Enterprise)이라는 모토를 표방하고 있다. 매년 정부로부터 막대한 연구지원을 받지만, 모든 연구의 목표가 혁신을 통해 기업을 창출하는 데 있음을 뜻한다. 정부차원의 RIE위원회는 수상이 직접 위원장을 맡고 있다고 한다. 산업계에 대한 수동적 인력공급보다는 미래 산업사회에 필요한 연구역량을 키우고 새로운 성장산업을 일으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실리콘밸리의 스탠포드대, 중관촌 칭화대, 베를린 베를린공대, 핀란드 알토대학 등과 같이 지역 내 산업혁신인자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난양공대는 공과대학이지만 교과과정도 공학 40%, 과학 20%, 경영학 20%, 인문학 20%로 구성되어 과학·기술뿐 아니라 인문학과 경영 마인드까지 고루 함양할 수 있도록 하였고 조만간 의학도 추가한다고 한다. 기술중심의 미래 경영자 양성이 교육의 목표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덕분에 3만4000명 재학생 중 1만여 명이 외국 유학생이며 그중 60%는 유럽에서 온다고 한다.
 
우리나라와 싱가포르는 1960년대 비슷한 시기에 경제개발에 착수해 비약적인 성장을 한 공통점이 있다. 아시아의 4마리 용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10년째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데, 싱가포르는 5만6000달러로 우리의 2배가 돼버렸다. 깨끗한 정부, 과감한 해외투자유치, 규제개혁 등을 싱가포르의 성공요인으로 꼽지만 대학도 큰 몫을 하고 있다. ‘기업가 대학’으로서 그 지향점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재훈 한국산업기술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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