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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view &] 대선 경제토론 잘하는 법

중앙일보 2017.04.27 01:00 경제 9면 지면보기
서경호경제기획부장

서경호경제기획부장

처음 세 차례의 대선후보 TV토론을 보면서 많이 답답했다. 혀를 끌끌 차면서 토론회를 지켜본 사람이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물론 대통령 선거가 말 잘하고 지식이 뛰어난 사람을 뽑는 이벤트는 아니라고 본다. 그래도 자신의 대표적인 공약을 입말로 요령있게 설명하거나 상대 후보 공약의 헛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장면을 보고 싶었다. 그나마 그제 밤의 네 번째 토론은 과거에 비해 정책 토론이 많았다. 일자리 정책 등에 있어서 후보들 간의 정책 차이가 잘 드러나 볼 만했다.
 

기재부 국장에게도 대통령에게도
숫자는 중요하고 자체로 의미 있어
포퓰리즘과 체감 정책 한 끗 차이
문제의식과 현실 감각 보여줘야

내일(28일) 저녁엔 경제분야 토론회가 열린다. 딱딱하고 어려운 경제 문제에 대한 후보들의 철학과 식견을 엿볼 수 있는 기회다. 아직 지지후보를 정하지 않은 유권자의 입장에서 희망사항 몇 개를 정리해봤다. 이런 토론을 기대한다.
 
첫째, 숫자는 중요하다. 의미 있는 숫자는 주장을 설득력 있게 만든다. 디테일에도 강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특히 경제 이슈는 한두 개 숫자만으로 쾌도난마식의 진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렇다고 미리 준비한 숫자를 들이대는 상대 후보에게 과잉대응은 할 필요는 없다. ‘기획재정부 국장’이나 ‘(대선 캠프의) 정책본부장’ 수준에서나 나올 얘기라고 치부하지는 마시라.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가장 닮고 싶은 리더십 모델로 꼽은 박정희 전 대통령도 숫자 자주 챙겼다. 박 대통령 자신이 수출전선의 사령관이었다. 매달 경제동향보고와 수출진흥확대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실적을 따졌다. 경부고속도로 건설 때는 건설비를 챙기는 것은 물론, 용지매입 가격까지 지시했다.
 
대선 후보가 아닌 보통사람들도 경제의 큰 그림이 되는 숫자를 어림잡아 기억해두면 대충 감을 잡는 데 편리할 때가 많다. 이를테면 올해 우리나라 예산(총지출)은 400조원쯤이다. 각 후보들이 내놓은 대표공약을 실행하기 위해 들어가는 재원과 한번 비교해보시라. 나라 곳간을 어느 정도 축내야 하는지 감이 올 것이다.
 
치밀하게 갈고 닦은 숫자를 상대후보가 테이블에 올리더라도 당황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숫자 모두를 다 알 수도 없는 일이고 그게 허물이 될 일도 아니다. 오히려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하게 인정하거나 나중에 잘 챙겨보겠다는 답변에서 후보의 ‘그릇 크기’를 읽어내는 유권자가 더 많을 것이다.
 
둘째, 경제에는 공짜가 없다.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 많이 알려진 ‘외팔이 경제학자’ 농담을 아실 게다. 트루먼 전 대통령이 “경제학자는 늘 ‘한편으로는(On the one hand) 이렇고, 다른 한편으로는(On the other hand) 저렇다’고 한다. (한쪽 편만 얘기해주는) 외팔이 경제학자를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한 데서 유래했다. 경제적 선택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얘기다.
 
공약에는 돈이 들어간다. 그래서 각 후보에 재원 조달방안까지 함께 제시하라고 요구하지만 계산 근거를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내일 토론에서는 산타클로스처럼 인심 좋게 나눠주는 공약만 선전하지 마시고 주어진 예산 제약 아래에서 어떤 고민의 결과로 그런 공약을 냈는지를 함께 보여줬으면 한다.
 
피부에 와닿는 경제정책이라고 하면 왠지 좋은 것 같고,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하면 문제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둘 사이에 무슨 대단한 차이가 있는 건 아니다. 피부에 와닿는다고 곧 포퓰리즘 정책은 아니지만 모든 포퓰리즘 정책은 피부에 찰싹 달라붙는 것처럼 체감도가 높다. 공공부문 일자리, 유류세 인하, 기초연금 인상, 사병 월급 인상 등등 숱한 공약들이 그 둘 사이 어디쯤 있다고 본다. 왜 포퓰리즘이 아닌지 그 한 끗의 차이를 보여달라.
 
셋째, 경제관 혹은 경제철학도 궁금하다. 한국 경제가 어렵다. 어떤 생각으로 오롯이 중심 잡고 난관을 헤쳐나갈지 알고 싶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후배 정치인들에게 ‘서생(書生)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함께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보가 그리고 있는 큰 그림과 이를 실사구시(實事求是)로 풀어가는 능력을 보고 싶다. 혹시라도 문제의식은 지나치게 눈앞의 현실만 좇고 현실 감각은 물정 모르는 서생의 그것이 아닌지도 꼼꼼히 따져봐야겠다. 후보들의 건투를 빈다.
 
서경호 경제기획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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