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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인도 가는 대한통운, 한국 노리는 UPS … 택배업계 빅뱅 온다

중앙일보 2017.04.27 01:00 경제 2면 지면보기
택배 업계에 인수합병(M&A) 바람이 불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인도와 중동의 물류업체 두 곳을 동시에 인수하며 해외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국내 1위 택배 물류업체인 만큼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물류 시장을 벗어나 가장 먼저 아시아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또 한편에선 글로벌 선두권 물류업체인 미국 UPS가 국내 택배 업체 인수를 통해 한국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인수합병 바람, 업계 지각변동 예고
CJ대한통운 ‘범아시아’ 1등 야심
두바이 물류기업 경영권도 확보
UPS, 국내 5위 로젠택배 인수 유력
성사 땐 10년 만에 한국 시장 재진출

CJ대한통운은 인도 물류업체 ‘다슬로지스틱스(Darcl Logistics)’의 지분 50%(570억원어치)를 인수해 1대 주주에 올랐다고 26일 발표했다. 1986년 설립된 다슬은 인도 내에 210개의 거점을 두고 있고, 1만5000대의 차량·장비를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약 3200억원, 임직원 수는 3400명가량이다. 인도 수송 분야 1위, 종합 물류 분야 3위에 올라 있다.
 
 
또 CJ대한통운는 같은 날 두바이에 본사를 둔 종합물류기업 이브라콤(IBRAKOM)의 지분 51%도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95년 설립된 이브라콤은 15개국에 21개 법인을 두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2400억원, 임직원 수는 630명이며 이란·우즈베키스탄 등에 총 11만906㎡ 규모의 물류센터를 가지고 있다. 중동·중앙아시아 지역 중량물(부피가 크고 무거운 화물) 물류 분야에서 독보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인수 금액은 약 773억원이다.
 
CJ대한통운이 두 회사를 동시에 인수하는 과감한 행보를 보인 것은 국내 물류 시장에서 더 이상의 성장을 하기가 쉽지 않아 글로벌 시장 진출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택배 업계 관계자는 “국내 물류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고, 규모 전체의 성장도 더딘 편이다. 또한 국내 택배업계만 놓고 보면 다른 업체와 격차가 꽤 큰 ‘거인’이다. 해외로 진출하지 않으면 더 이상 성장이 어렵다”고 했다.
 
또한 CJ는 그룹 전체가 ‘그레이트 CJ’란 이름으로 2020년까지 매출 100조원, 해외 매출 비중 7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둔 상태다. CJ대한통운 역시 이 목표를 향해 진격을 시작한 것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포화 시장을 벗어나 성장 활로를 찾는 것은 물론, 이미 세계에 진출해 있는 한국 업체들에게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해외 물류 네트워크도 구축할 수 있다. 또 2020년 글로벌 5위 물류업체 등극이라는 비전을 위한 움직임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점유율 44.1%로 국내 택배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는 CJ대한통운은 해외 진출에서도 선봉에 서 있다. 4년 전부터 해외로 발을 넓히기 시작했다. 2013년 4월 중국 물류업체 ‘스마트 카고’를 인수해 중국에 첫 발을 디뎠고, 2015년엔 중국 냉동·냉장 물류기업 ‘룽칭물류’(현 CJ로킨)를 인수했다. 또 지난해 8월엔 중국 종합 가전업체 TCL과 물류 합작법인 ‘CJ스피덱스’를 설립했다.
 
이어 9월엔 말레이시아 종합 물류기업 ‘센추리 로지스틱스’의 지분을 인수해 동남아시아에 진출했고, 11월엔 인도네시아 현지 대형 물류센터를 샀다. 곧바로 12월엔 필리핀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물류기업 TDG그룹과 합작법인 ‘CJ트랜스내셔널 필리핀’을 설립해 중국과 동남아를 잇는 물류 벨트를 구축했다. 한진택배나 롯데글로벌로지스 등도 동남아 등에 해외법인을 설립했지만, CJ대한통운과 같이 M&A를 통해 해외로 본격 진출한 단계는 아니다. CJ대한통운 측은 “중국과 동남아에 이어 인도와 중동, 중앙아시아까지 ‘범아시아 일괄물류 체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추진해 온 범아시아 1등 전략이 힘을 얻게 됐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사이, 택배 업계를 긴장시키는 또 다른 소식이 알려졌다. 미국의 특송물류기업 UPS가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로부터 국내 5위 택배기업 로젠택배의 지분 100%를 2700억원에 인수하는데 합의했다는 내용이다. UPS는 DHL, 페덱스와 함께 세계 시장을 이끄는 글로벌 특송물류 업체로, 지난해 매출액이 609억 달러(68조원)에 달한다. 로젠택배 인수가 마무리되면 지난 2008년 대한통운과 합작해 세운 UPS-대한통운을 청산한지 10년 만에 다시 국내에 진출하게 된다. ‘진짜 거인’이 국내 택배 업계로 손을 뻗는 것이다.
 
 
다만 로젠택배 시장 점유율이 10% 미만인데다, 택배시장 상위 업체들과 로젠택배의 주 영업 분야가 달라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택배 시장 상위 업체들은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가, 로젠은 C2C(소비자간 거래)가 주력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UPS가 당장 로젠택배를 인수한다고 해도 단기적으로 상위권 업체들이 받는 영향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내 업체들과 비교가 힘들 정도로 덩치가 큰 UPS가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설 경우 이번 로젠택배 인수는 택배 업계 지각변동의 전조가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UPS가 로젠택배 인수 의사를 갖고 있고 양측이 서로 미팅을 한 것도 맞지만, 아직 인수를 발표하거나 특별한 입장을 내놓은 적이 없어 큰 변화를 예측하긴 이르다. 다만 UPS가 어떤 전략을 위해 로젠을 인수했는지, 한국 시장을 어떻게 판단하는지에 따라 장기적으론 시장 상황이 크게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로젠택배 측은 UPS의 인수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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