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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문재인 경남고 vs 안철수 부산고...뜨거운 동문 대결

중앙일보 2017.04.27 00:01
“2012년과 달리 이번엔 문재인 동문이 무조건 (대통령)된다. 지지하는 경남고 동문이 많다.” (경남고 45회)
“우리도 모교(부산고) 출신 대통령을 한번 만들어 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 (부산고 47회)

야구·학업 등 부산지역 라이벌 고교
경남 최동원·이대호, 부산엔 추신수

"우리 학교서 대통령 나와야" 경쟁
역사 1년 빠른 경남 이미 YS 배출

文은 비평준화, 安은 평준화 세대
총동창회에 "지지" 전화 쏟아져

 
부산이 들썩이고 있다. 경남고·부산고가 이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크게 한판 붙은 모양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경남고 25회이고, 안철수 국민의 당 후보는 부산고 33회라서다. 동문대결이 벌어진 셈이다.
경남고와 부산고는 2012년 대선에서도 대결할 뻔했다. 하지만 당시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게 양보하면서 대결이 무산됐는데 이번에 제대로 붙게된 셈이다. 
부산에서 경남고와 부산고는 공부면 공부, 야구면 야구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선의의 경쟁을 벌여온 전통의 명문 라이벌 고교다. 야구는 비기는 간혹 경기도 있지만, 대선에서는 무승부가 없다. 이번 대선에서 어느 고교 출신이 마지막에 웃을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의 고교시절 사진.[사진 경남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의 고교시절 사진.[사진 경남고]

 
1974년 고교평준화 제도가 시행되기 이전까지 두 고교는 전국 10대 명문고에 들었다. 당시 명문고의 기준은 대체로 서울대 합격자 수로 따졌다. 서울대 입학생을 기준으로 72년 경남고는 173명이 합격해 전국 4위, 부산고는 141명이 합격해 5위를 기록했다. 73년에는 순위가 바뀌어 부산고가 5위(183명), 경남고가 6위(130명)를 차지했다.  하지만 두 학교는 평준화 이후 전국의 다른 전통 명문 고교들과 마찬가지로 예전만큼 실력을 내지 못하고 있다. 문 후보는 경남고 25회로 비평준화 세대이고, 안 후보는 부산고 33회로 평준화 세대다.
국민의 당 안철수 대선후보의 고교시절 사진.[사진 부산고]

국민의 당 안철수 대선후보의 고교시절 사진.[사진 부산고]

 
두 고교의 색깔은 조금 다르다. 전통적으로 경남고는 YS(고 김영삼 대통령)의 영향으로 정치인이 많고, 부산고는 관료 출신이 많았다. 또 평준화 이전까지 경남고는 부산 원도심을 중심으로 한 부잣집 아들들이 많이 입학했다. 부산진역이 가까워 통학이 쉬운 부산고는 경남지역 출신이 많이 다녔다고 한다.  
 
야구에서는 두 고교가 쌍벽을 이뤘다. 농구에서 연세대와 고려대가 숙적의 라이벌이듯, 야구에서 경남고와 부산고는 상대방 학교에 절대 져서는 안 된다는 승부 의식이 강했다. 한국 야구의 전설 김용희·허구연·최동원·이대호가 경남고 출신이다. 양상문·마해영·추신수는 부산고를 나왔다.
고교시절 친구와 함께 찍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의 모습(뒷줄 가운데).[사진 경남고]

고교시절 친구와 함께 찍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의 모습(뒷줄 가운데).[사진 경남고]

 
국내 3대 고교야구대회 성적을 보면 올해까지 나란히 10번씩 우승을 차지했다. 청룡기 고교야구에서 경남고가 7회, 부산고가 3회 우승했다. 대통령 배 고교야구에서는 경남고가 1회, 부산고가 7회 우승했다. 황금사자기 고교야구에서는 경남도가 2회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3개 대회의 준우승 횟수는 경남고가 16회, 부산고가 7회다. 두 학교가 유일하게 맞붙은 1992년 대통령 배 고교야구대회에서 부산고가 7대0으로 경남고를 눌렀다.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학교 분위기에 맞게 모두 야구를 좋아한다. 문 후보는 부산 야구의 상징같은 고 최동원 선수가 1988년 프로야구선수협의회 결성을 주도하며 구단 측과 갈등을 겪을 때 최 선수를 도왔다. 2012년 대선 당시 고양원더스의 김성근 감독을 만났을 때는 “동네 야구 4번타자 출신이다. 대학(경희대) 시절에도 야구선수로 뛰었고, 사법연수원시절 4번 타자였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2012년 5월말 부산대 강연과 같은 해 7월 출간한 『안철수 생각』에서 자신의 고교시절 야구 응원 스토리를 공개했다. 안 후보는 “야구 명문이라 응원하러 많이 다녔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의 고교시절 단체사진(앞에서 두번재줄 오른쪽 네번째). [사진 부산고 동기회]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의 고교시절 단체사진(앞에서 두번재줄 오른쪽 네번째). [사진 부산고 동기회]

 
고교 설립은 부산고가 1950년, 경남고가 1951년이다. 두 학교의 누적 졸업생수는 경남고 3만2783명,부산고 3만2514명로 거의 비슷하다. 
두 학교는 수많은 유명인사를 동문으로 배출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양승태 대법원장, 박희태 전 국회의장,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 허창수 GS그룹 회장, 서병수 부산시장 등이 경남고 출신이다. 
 부산고 출신으로는 최병렬 전 서울시장(자유한국당 상임고문), 정의화 전 국회의장,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 임채진 전 검찰총장, 허태열 전 청와대비서실장,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 언론인 조갑제, 강경식 전 재무부 장관 등이 있다. 대부분 한 시대를 호령한 인물들이다.   
 
경남고 주요동문

경남고 주요동문

두 학교처럼 역사가 오래된 명문일수록 동문들의 영향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동문들이 학맥에 따라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켜 있어서다. 때로는 학연과 지연을 너무 강조해 지탄을 받기도 했다. 92년 대선을 앞두고 경남고 출신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부산지역 기관장 모임에서 경남고 선배인 YS를 대통령으로 만들자며 “우리가 남이가”라고 건배사를 한 ‘초원복집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부산고 주요동문

부산고 주요동문

부산은 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주로 여당 지지가 강했던 곳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선 야·야 대결로 바뀌면서 여당 지지분위기가 상대적으로 옅어졌다. 평준화 세대 이후의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문재인·안철수 후보 등 야권 지지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대체적인 여론조사 결과다.
 
문재인·안철수 후보도 각각 동문 챙기기에 상당히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동문회에 별로 참석하지 않았던 2012년 대선 전후와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문 후보는 지난해 초가을부터 경남고 동문과 만나기 시작했다. 경남중·고교가 동시에 모이는 총동문회는 물론 서울의 재경동문회에도 참석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25회 동기회 모임과 동기회 주최의 등산모임에도 참석했다고 동문회 측이 전했다. 문 후보와 동기인 황호선 부경대 교수는 “문 후보가 사적인 모임에서 ‘동문에게 박수를 받으면 출마하고 싶다’고 발언했고, 지난해 가을부터 동문회 모임에 적극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도 마찬가지다. 안 후보는 지난달 23일 부산 동래온천장에서 열린 부산고 동기모임에 참석했다. 안 후보 참석 소식에 이 모임은 평소 40여명보다 많은 60여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이 자리서 안 후보는 “(대선에서)열심히 하겠다”고 말해 동기들의 박수를 받았다. 안 후보는 23일 모교에서 열린 ‘부고인의 날’ 행사에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를 대신 보내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안 후보의 동기인 이만수(56)회장은 “안 후보는 동기회에 좋은 일을 하고도 밖으로 표현하지 않아 동문 일에 소극적이라는 얘기가 있었지만 지난 대선이후 동문회에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요즘 두 학교 총동창회 사무실 전화벨은 쉴새 없이 울린다. "모교 출신 후보를 지지하자"는 전국 각지 동문들의 전화다. 경남고 50회인 김모(39)씨는 “평준화 이후 세대가 지금 동문회 주류로 자리잡으면서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더라도 눈치를 보지 않게 됐다.보수성향이 강한 74년 이전 선배들이 동문회를 장악하고 있던 2012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고 말했다. 
40~50대 동문이 문 후보로 정권교체를 이뤄보자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경남고 45회인 이모(44)씨는 “2012년에는 문 후보의 당선이 어렵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이번에는 무조건 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동기와 후배들이 만장일치로 문 후보를 밀어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부산고 동문은 더 절실한 분위기다. 이웃 경남고에서 YS(고 김영삼 대통령), 부산상고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을 배출했으니 이번에는 부산고에서 대통령을 만들어보자는 여론이 강하다는 것이다. 부산고 총동창회 이상철(35회·54)사무국장은 “선거법 위반이어서 동창회 차원의 지지선언을 할 수 없지만 모교에서 대통령이 나왔으면 하는 동문들의 기대감은 그 어느때보다 높다”고 전했다. 부산고 43회 최용혁(47·자영업)씨는 “애 셋을 키우는 아버지로서 미래 우리아이를 위해 기성정치와 한국을 바꿔야 한다. 동문들의 안 후보 지지여론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경남고 출신 동문들이 문후보를 지지하고 부산고 출신 동문들이 안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며 세대와 정치적 성향에 따라 지지하는 후보가 다르다는 사실을 두 고교 동문들은 인정하고 있다.  
 
두 후보를 지지하는 수십여개 SNS(사회관계망 서비스)에선 동문들이 결속력을 과시하기도 한다. 경남고 동문 300여명은 지난해 10월 SNS에 ‘열린포럼’을 창립했다. 동문만 활동하면 선거법 위반이어서 일반인이 많이 참여하면서 이 모임 회원은 현재 2600여명으로 늘었다. 이 포럼은 문 후보의 동기 황호선 부경대 교수가 이끈다.    
 
회원 1700여명에 이르는 ‘안철수와 국민희망’ 밴드에는 부산고 출신이 수백명을 넘는다고 한다. 이 밴드에 부산고 출신의 가입은 계속 늘고 있다. 부산고 재경총동창회는 지난 13일자 회보에서 안 후보의 국민의 당 대선후보 선출 소식과 간단한 경력을 소개하기도 했다. 
 
대선이 임박하면서 부산 지역 전통 명문 고교 출신인 문재인·안철수 후보 중에서 누가 마지막에 웃을지 부산 지역이 긴장하며 주시하고 있다.
부산=황선윤·이은지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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