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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문현성 감독, "'임금님의 사건수첩' 찍으며 안재홍 씨 팬 돼"

중앙일보 2017.04.27 00:00
뛰어난 추리력을 가진 조선의 임금 예종(이선균). 그림자처럼 그를 따르지만 매번 실수를 연발하는 신입 사관 이서(안재홍). ‘임금님의 사건수첩’(4월 26일 개봉)은 이들 콤비가 한양에 떠도는 괴소문을 파헤치는 과정을 담은 코미디 사극이다. 데뷔작 ‘코리아’(2012) 이후 문현성(37) 감독이 5년 만에 선보이는 두 번째 장편영화다. 순정만화인 동명 원작 웹툰(허윤미 지음)의 ‘샤방한’ 기운은 이선균과 안재홍의 조합을 통해 유쾌한 코믹 수사 활극으로 재탄생했다. 문 감독을 만나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사진=라희찬(STUDIO 706)

사진=라희찬(STUDIO 706)

 

'임금님의 사건수첩'
문현성 감독 인터뷰

5년 만에 신작을 개봉한 소감은.

“‘선거에 입후보한 기분’이다. 제18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던 2012년에 ‘코리아’가 개봉했는데, 어쩌다 보니 ‘임금님의 사건수첩’도 제19대 대선을 앞두고 개봉하게 됐네(웃음). 5년이 금세 흘렀다.”

 
사극 연출은 처음이라 많이 낯설었을 텐데.

“사극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잠깐 망설였던 건 사실이다. ‘사도’(2015, 이준익 감독) ‘관상’(2013, 한재림 감독) 같은 진지한 웰메이드 사극을 과연 내가 연출할 수 있을지 의구심도 들었다. 복잡한 마음으로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예상과 달리 밝고 유쾌한 톤을 가진 코믹 사극이더라. 사극은 늘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연출해야 한다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조금이라도 젊을 때 연출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나리오 초고를 어떻게 각색하고자 했나.

“장르의 제약에서 벗어나려 했다. 조선 시대가 배경인 사극이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이 현대극처럼 느끼게끔 ‘모던하게’ 만들고 싶었다. 실제 역사에 대한 기본적인 고증은 지키되, 최대한 영화적 상상력을 발휘하려고 애썼다. 무엇보다 예종과 이서, 두 캐릭터의 케미스트리를 영화 끝까지 이어나가는 게 관건이었다. 영국 드라마 ‘셜록’(2010~, BBC One)이나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2014, 매튜 본 감독) 같은 유쾌한 버디물처럼 말이다. 일부러 웃기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다. ‘관객을 웃기는 영화’보단 ‘나부터 재밌는 영화’가 목표였다.”

임금님의 사건 수첩

임금님의 사건 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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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균과 안재홍, 두 배우와 함께 작업한 소감은.

“영화 속 역할(왕)도 그렇지만, (이)선균씨의 리더십이 돋보였던 현장이었다. 영화의 주역이자 선배로서 매번 쾌활하게 현장 분위기를 리드해줘서, 감독 입장에서 무척 고마웠다. 자신이 맡은 역할과 책임에 대해 늘 치밀하게 고민하고 실천하는 배우다. (안)재홍씨는 이번 영화에서 함께 작업하며 더욱 팬이 됐다. 향후 그가 어떤 유형의 배우가 될지 몹시 궁금하다. 확실한 건, 지금껏 여느 국내 배우들에겐 없었던 개성을 가진 사람이란 거다(웃음).”

 
코미디·수사물 등 여러 장르 요소를 사극 안에 녹이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나와 두 배우 모두 사극이 익숙지 않았기에, 촬영 초반엔 꽤 시행착오가 있었다. 도저히 이대로 안될 것 같아 머리를 맞대고 긴급 회의를 했다. 서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사극에 갖고 있던 오랜 고정관념이었다. ‘사극인데 이렇게 가벼운 톤으로 만들어도 괜찮을까?’ ‘관객들에게 욕을 먹으면 어떡하지?’ 같은 고민으로 우리 스스로를 옭매고 있었기 때문에. 선균씨가 맨 먼저 ‘과감해지자, 좀 더 즐기며 작업하자’고 배우와 제작진을 독려했고, 그제서야 나도 ‘에라 모르겠다’ 하고 원래 생각했던 콘셉트를 밀고 나갈 수 있었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굉장히 애매한 사극이 탄생했겠지.”

 
코믹 사극이지만, 역사적 고증에 대한 압박도 있었을 것 같다.

“그 생각은 아예 처음부터 배제했다. 앞서 말했듯, 이 영화만의 독창적인 상상력이 없다면 이도 저도 아닌 사극이 될 것 같더라. 시나리오를 각색하며, 종종 이 영화가 수퍼 히어로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예종의 비밀 공간 같은 작전 캠프라던지, 오랜 세월 예종을 보좌해온 직제학(주진모) 캐릭터 등은 바로 수퍼 히어로영화 속 설정을 떠올리며 만든 것이다. 사극을 만들고 있지만, ‘만약 사극이 아니라면 어떻게 연출했을까’라는 생각을 계속했던 것 같다.”

'임금님의 사건 수첩'

'임금님의 사건 수첩'

 
두 인물을 내세운 사극 수사물인 만큼, ‘조선명탐정’ 1·2편(2011·2015, 김석윤 감독)을 떠올리는 관객들도 있을 텐데.

“기획 단계에서부터 예상했던 반응이다. 조선 시대가 배경이고, 두 주인공이 사건을 파헤친다는 설정만 보면, 많은 관객들이 ‘조선명탐정’ 1·2편 혹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2012, 김주호 감독) 같은 영화를 떠올릴 거다. ‘임금님의 사건수첩’이 좀 더 특별한 작품이 되기 위해선, 나와 제작진이 본래 상상하고 표현하고자 했던 방향을 끝까지 사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성공했는지는 이제 관객들이 판단할 문제다(웃음).”

 
예종과 이서의 캐릭터 묘사에만 공들이다보니 스토리텔링이 취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나 역시 영화를 만들며 여러 번 고민했다. 예종·이서 콤비와 악당 남건희(김희원)의 대립 구도를 강화해 보기도 했는데, 그러다 보니 자꾸만 영화가 심각한 분위기로 흐르더라. 애초 내가 구상했던 콘셉트와는 꽤 거리가 멀었다. 요리에 비유하자면, 이 영화를 만드는 일은 비빔밥 레시피 같았다. 만든 사람 입장에서 영화를 보면, 액션 연출을 포함해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비빔밥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건 갖가지 재료가 어우러지는 맛의 균형이잖나. 내가 특정 재료에 과한 욕심을 부리면 영화 전체의 맛이 훼손될 것 같았다. 두 캐릭터의 호흡이 바탕이 돼야만, 그 밖의 요소들이 자연스레 어우러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다.”

'임금님의 사건 수첩'

'임금님의 사건 수첩'

 
그만큼 이선균·안재홍 콤비에 대한 확신이 강했던 것 같다.

“물론이다. 감독 이전에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 두 배우들이 주고받는 연기 호흡이 무척 재밌었다. 특히 영화를 만들며 내 자신부터 항상 즐겁고 가벼운 마음을 가져야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아마 배우들도 같은 마음이었을 거다. 배우들이 신나게 연기하는 걸 보며, 나 역시 용기가 솟고 호기심이 생기더라.”

 
영화를 연출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영화감독의 역할을 정의하는 기준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감독이 ‘배우에게 연기를 지시하는 존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코리아’를 찍을 때도 그랬지만, 배우들과 함께 의논하며 자연스레 호흡의 결을 가다듬을 때가 더 행복하다. 그래야만 배우 역시 캐릭터가 느끼는 감정을 디테일하고 진솔하게 표현할 수 있으니까.”

 
'코리아'

'코리아'

영화감독으로서 가장 큰 자극이나 영향을 받은 영화를 꼽는다면. 

“‘8월의 크리스마스’(1998, 허진호 감독)를 보고서 처음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캐릭터의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에 강하게 매료됐다. 비록 연출된 상황과 공간 안에서 배우들을 통해 표현되는 감정이지만, 배우들이 연기할 때 느끼는 감정만큼은 실제로 ‘살아 있다’고 믿는다. 그 외에 ‘비포 선셋’(2004,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이나 ‘걸어도 걸어도’(2008,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처럼 자극적이지 않지만 삶의 정수가 담긴 소소한 작품들이 좋다. ‘인생의 맛’이 깃들어 있다고 할까.”

 
준비 중인 차기작이 있나.

“멜로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최근 한국영화를 보면 멜로뿐 아니라 감성적인 소재나 내용을 다룬 드라마가 별로 없더라. ‘멜로·드라마 장르는 흥행하기 힘들다’는 통념 때문에, 대부분의 국내 제작자는 이런 영화를 만드는 것에 공포심마저 갖고 있을 정도다. 그래도 난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 ‘라라랜드’(2016, 데이미언 셔젤 감독)나 ‘어바웃 타임’(2013, 리차드 커티스 감독) 같은 외화를 보라. 국내 관객들이 멜로·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절대 단정 지을 수 없을 테니(웃음).”

 
고석희 기자 ko.seokhee@joongang.co.kr 사진=라희찬(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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