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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평양 초유의 주유대란 미스터리··· "주유하러 1㎞ 줄 서"

중앙일보 2017.04.26 16:29
주유난을 겪고 있는 평양 주유소의 최근 모습. [중국 CC-TV 캡처]

주유난을 겪고 있는 평양 주유소의 최근 모습. [중국 CC-TV 캡처]

 평양 시내 주유소들이 공급량이 바닥나 문을 닫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그 결과 평양 거리의 차량 숫자가 확연히 줄어들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중국의 원유 공급 중단 등 만일의 위기에 대비한 비축에 나선 것이란 추정이 제기되고 있으나 아직 정확한 원인은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중국 CC-TV 특파원 르포 "기름값 70% 뛰어"
원유공급 중단 대비해 특권층 사재기 나선 듯
공급량 달려 일부 주유소 문 닫기도

 북한에 체류중인 한 외신기자는 26일 본지 기자와의 문자 메시지를 통해 “지난주까지는 체감하지 못했는데 이틀 사이에 평양의 차량 통행량이 확연히 줄었다”며 “내가 본 주유소는 모두 문을 닫은 상태였지만 아직 문을 연 곳도 있다는 얘기는 돌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중앙TV(CC-TV)는 25일밤 평양 주유소의 영업 제한 실태를 현지 특파원의 리포트로 내보냈다. 자오먀오(趙淼) 특파원은 “19일 평소 다니던 외국인 거주 지역의 주유소에 갔더니 외교관 차량 이외의 차에는 주유를 해 주지 않았다”며 “그때만 해도 나머지 주유소는 정상 영업을 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주유량을 제한하거나 아예 문을 닫는 주유소가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그는 “외국인들은 예비용 기름통을 준비해 미리 기름을 사두려고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다”며 “한 주유소에선 주유를 위한 차량 행렬이 1㎞ 늘어서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공급량이 제한되면서 기름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해 원래 15㎏을 넣을 수 있는 기름표 1장이 90위안(1만4700원)에서 최근엔 70% 오른 160위안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자오 특파원은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는지, 얼마나 오래 갈지에 대해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유난을 겪고 있는 평양 주유소의 최근 모습. [중국 CC-TV 캡처]

주유난을 겪고 있는 평양 주유소의 최근 모습. [중국 CC-TV 캡처]

하지만 태양절(4월15일) 취재를 위해 방북했던 외신 기자는 ”10일 평양에 들어가 22일 돌아올 때까지 자동차 통행량에 큰 변화를 느끼진 못했다“고 말했다. 외신 기자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주유 규제가 본격화되고 그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이번주 들어서인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로 확인된 ‘주유난’의 정확한 원인은 파악되지 않았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비축설이다. 중국의 원유 공급 중단에 대비하기 위해 석유 소비를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북한 당국이 6차 핵실험 강행 이후 원유 공급 제재를 대비해 미리 비축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복수의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중국이 북한에 원유 공급 카드로 압박하고 있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며 ”다만 아직까지는 공급을 중단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의 비축 방침보다는 특권층 수요자들이 제재에 대비해 ‘사재기’에 나선 것이란 해석도 있다. 베이징에 체류하는 한 대북 전문가는  ”주유소들이 영업을 중단한 것은 휘발유 품귀 현상에 대비한 특수 계층이나 북한 기업 관계자의 사재기에 따른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주유소는 고려항공 등 국유 업체들이 운영한다. 예기치 못한 원인에 의한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관측도 있다. 가령 군에서 특별한 수요가 있거나  정유 공장 가동에 문제가 발생해 휘발유 생산에 차질을 빚었을 가능성 등이다.  
 
과거엔 이런 사례가 없었다는 게 북한 체류 경험자들의 설명이다. 평양 근무 경험이 있는 중국인은 “기름값 인상 직전 일시적으로 주유소 영업이 중단된 적이 있었지만 일주일씩 길어진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평양 특파원 출신의 한 중국인 기자도 “내가 근무했던 3년 동안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지 못했던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고 말했다.  
2010년 무렵부터 평양을 포함한 북한 도시의 자동차 숫자는 꾸준히 증가했다. 평양 취재를 마치고 22일 돌아온 일본인 기자는 “좌회전이 허용되는 큰 사거리 구간에서는 정체까지는 아니더라도 신호대기 차량이 상당히 늘어서는 현상도 목격했다”고 말했다. 접경지역인 단둥(丹東)의 대북 사업가는 “2012년 무렵부터 평양에는 유로화로 결제하는 택시가 등장해 외국인들의 이용이 늘어나는 등 자동차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늘어난 차량의 대부분은 중국제다. 단둥의 사업가들 사이엔 자동차 거래로 돈 번 사람이 여러명 있다는 사실이 퍼져있다. 중국인 기자는 “중국제 차량의 브랜드 종류가 그렇게 다양한 줄 평양에 가서 처음 알았다”고 말할 정도다.  
중국은 단둥시와 북한 평안북도 피현군을 잇는 송유관을 통해 북한에 원유를 공급하고 있다.

중국은 단둥시와 북한 평안북도 피현군을 잇는 송유관을 통해 북한에 원유를 공급하고 있다.

 
이런 차량 증가를 감당할 만큼의 연료는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중국 세관의 공식통계로는 2014년 이후 북한에 대한 석유 수출량은 0이다. 이 때문에 자신의 집권초기인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에 분개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대북 석유 수출 전면 중단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추정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이 여전히 북한에 석유를 공급하고 있음은 여러가지 경로로 드러났다.  본지 취재진도 지난해 단둥 인근의 조중(朝中)송유관 주변에서 송유 작업이 진행되는 현장을 목격하기도 했다.  
복수의 당국자에 따르면 북한은 연간 100만t 정도의 석유를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익명을 요구한 당국자는 “중국은 연간 53만t의 원유를 1%의 저리차관으로 공급하는 데 결국 대금을 탕감해 줘 사실상 무상원조나 마찬가지”라며 “이와 별도로 휘발유 등 정제유 형태로  20만t 가량이 더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게 다가 아니다. 북한은 중국 이외에 러시아나 동남아 국가들로부터 연간 수십만t의 정제유를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은 중국과 관계가 냉랭해진 2014년부터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석유를 상당량 공급받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대외무역 관계자도 2014년 “우리라고 기름을 중국에만 목매란 법이 있나”고 말한 적이 있다.  
 
이런 현상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중국에 원유공급 중단 카드를 사용하라고 압박하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정부 당국자는 “3개월만 석유가 끊기면 북한이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며 “문제는 중국의 태도인데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에는 중국도 전면 중단은 아니더라도 상당 폭의 공급 제한 카드를 꺼내 들 분위기”라고 말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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