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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커 뉴스] 전투기 타이어 만드는 방산기업 … 금호타이어 매각 딜레마

중앙일보 2017.04.26 01:00 경제 3면 지면보기
 
 
세계 14위 금호타이어가 중국에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금호타이어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25일부터 중국 더블스타와 금호타이어 매각협상을 시작했다.
 
채권단이 관리 중인 금호타이어를 우선 인수할 권리는 원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있었다. 그러나 산은이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하지 않자 박 회장은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때문에 지난달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던 더블스타가 인수 협상권을 얻었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주식 6636만8844주(지분율 42%)를 955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산은과 더블스타가 세부 조건에 동의하면 금호타이어는 중국 기업이 된다.
 
문제는 금호타이어가 국가 안보에 필요한 군수품을 생산하는 방위산업체라는 점이다.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르면 외국인이 방산업체 주식 10% 이상을 취득하려면 사전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광주상공회의소는 20일 “방위사업체인 금호타이어 해외 매각은 국익을 저해한다”는 성명을 냈다. 반면 산은을 비롯한 금융권은 ‘타이어는 보안·기술력이 필요 없고, 군납 물량도 미미하다’고 맞선다. 뭐가 진실일까. 방위사업법 제35조는 중요한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기업을 ‘주요 방산기업’으로 지정하고, 중요도가 다소 떨어지는 방산물자를 생산하면 ‘일반 방산기업’으로 분류한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에 따르면 3월 기준 정부가 ‘주요 방위산업체’로 지정한 기업은 총 65개다. 이중 금호타이어는 유일한 타이어업체다. 일반 방산기업이나 비회원사·준회원사 중에도 타이어업체는 없다.
 
 
중국서 인수 땐 방산산업 지속 의문
제조공정 얽혀 분리매각도 힘들어

T50훈련기·지프차 타이어 군납
65개 방산기업 중 유일한 타이어사

외국인이 주식 10% 이상 살 경우
법률상 산업부 장관의 허가 필요 
 
물론 원칙상 금호타이어가 중국 기업이 된다고 방산업체 자격을 박탈당하는 건 아니다. 문제는 수요가 적은 군수용 타이어는 수지타산이 안 맞는 사업이란 점이다. 주요 방산기업은 전쟁 등 유사시에도 물자를 적기에 공급할 능력을 갖춰야 하고, 품질도 엄격히 관리해야 하므로 비용이 많이 든다. 금호타이어가 중국 기업이 되면 이익이 안 나는 방산사업을 굳이 붙들고 있을지 의문이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은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트집 잡아 보복을 하는 상황인데, 중국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면 얼마든지 군용 타이어 생산·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금호타이어 방위산업 관련 매출액은 75억원으로, 전체 매출(2조9472억원)의 0.3% 미만이다. 그렇다고 기술력이 필요 없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금호타이어가 생산하는 F5 전투기와 T50 훈련기용 타이어는 이·착륙 시 순간적인 고하중·고열·충격과 빠른 분당회전수(rpm)를 한꺼번에 견뎌야 한다. 전투기용 타이어가 ‘타이어 기술의 꽃’으로 불리는 이유다. 금호타이어는 고하중에도 끄떡없는 타이어 섬유코드를 특수 설계하고, 축적되는 고열을 배출할 수 있는 구조설계·고무설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금호타이어가 납품하는 군용트럭타이어도 일반 타이어보다 외경·단면·폭·하중이 크다. 그래서 차량 개발 과정부터 완성차업체·방위사업청과 협의한다. “기밀 사항을 다루는 테이블에 중국 기업을 앉힐 수 있는가”라는 문제 제기가 나온다.
 
일각에선 한국타이어·넥센타이어를 대체지정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 역시 문제다.
 
채우석 학회장은 “T50 훈련기용 타이어만해도 개발·승인에 10년이 걸렸다. 방산업체를 갑자기 바꾸고 신규 지정하려면 기술력 확보는 물론이고, 생산 라인 투자 과정에서 납품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한편에선 방위사업 부문만 분리매각하는 방안도 제시한다. 이 또한 쉽게 볼 일이 아니다. 방산 타이어와 일반 타이어 제조공정이 뒤섞여 있어서다. 예컨대 소형전술트럭용 타이어는 일반 라인에서 생산하고, 수작업 공정이 필요한 전투기용타이어는 연구동에서 생산한다. 협상기일(9월 23일)까지 남은 5개월 동안 방위사업 공정·인력만 떼어내는 것은 제조공정상 어렵다는 뜻이다.
 
산은과 더블스타가 협상을 마무리하고 산자부의 인·허가를 받으면, 금호타이어는 더블스타 품에 안긴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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