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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혁명도 모르는 대학생 많더군요”

중앙일보 2017.04.25 01:22 종합 25면 지면보기
“최선을 다해 ‘선정적으로’ 썼다.”
 

『유럽인 이야기』 펴낸 주경철 교수
요즘 젊은이들 너무 세계사 몰라
책 읽게 하려고 ‘선정적’으로 써
4차 산업혁명도 인문학이 기본

새 책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휴머니스트)를 펴낸 주경철(57·사진)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이렇게 밝혔다. 이미 『대항해시대』 『문명과 바다』 등 숱한 스테디셀러를 내놓았던 그가 새삼 독자의 눈길을 끌어보려 애쓰는 이유는 뭘까. 지난 21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난 주 교수는 “젊은 세대들이 세계 역사를 너무 모른다는 자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의를 하다보면 당연히 알 만한 내용을 모르는 학생들을 많이 만난다. 이를테면 ‘프랑스 혁명 이후 이런 법이 나왔다’라고 설명할 때 ‘프랑스 혁명? 중학교 때 배우긴 했는데…’란 표정을 짓고 있으니,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다.
 
왜 세계사에 그토록 무지한 젊은 세대들이 양산됐나.
“대입 수능 과목으로 세계사를 선택하는 학생이 5%도 안된다. 입시에 필요 없는 과목은 배우지도 않는다. 대학 입학생들 대부분이 세계사를 안 배운 학생들인 셈이다. 한 번 배운 것과 안 배운 것은 천지차이다. 그렇다고 입시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바보짓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사를 수능 필수로 하라는 주장은 아이들을 괴롭히는 일이 된다. 아이들을 꼬셔서 역사책 보게 만들어 역사가 중요하고 흥미로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싶다.”
 
젊은 독자를 ‘꼬시기’ 위해 그는 두 가지 전략을 썼다. 하나는 가장 ‘내러티브’ 요소가 강한 인물 이야기를 앞세운 것이고, 다른 하나는 책 출간에 앞서 인터넷 연재를 한 것이다.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는 지난해 3월부터 매주 화요일 네이버캐스트 ‘파워라이터 ON’에 연재한 내용을 모은 책으로, 잔 다르크·카를 5세·콜럼버스·루터 등 유럽의 근대를 연 여덟 인물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터넷용 글쓰기는 기존 책쓰기와 어떻게 다른가.
“온라인에서는 정보성 지식을 담고 있는 글이 인기다. ‘공민왕은 성격이 어떤가요’에 대한 답을 다섯 줄 정도에 소화하는 맛집 찾기 류의 지식을 요구한다. 이런 지식만 습득하면 사고가 단편화된다. 역사는 이런 짧은 질문의 답으로 다룰 수 없다. 진지한 내용을 넣되 그림 등 볼거리를 많이 배치하는 식으로 글을 담아내는 그릇을 예쁘고 재미있게 만들었다.”
 
‘재미있는 그릇’을 만들기 위해 유머와 위트도 자주 썼다. 루터의 대학 생활을 묘사하는 장면에서 “첫해 시험에선 57명 중 30등을 했는데, 1505년 2월 석사 과정을 마칠 때는 전체 300명 중 2등을 했다”고 적은 뒤 “학업 성적이 역사에 길이 남는다는 사실을 기억해두자”고 한마디 얹는 식이다.
 
주 교수는 “인터넷 연재라고 해서 글 쓴 뒤 후속 작업이 간단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글을 완성한 뒤 그림 저작권과 인명·지명·연도 등을 확인하고 편집을 거쳐 독자들에게 공개되기까지 꼬박 3주가 걸렸다. 그의 글은 회당 조회수가 최대 20만 건에 이를 정도로 독자들의 호응이 컸다.
 
젊은이들에게 꼭 역사책을 읽히고 싶어하는 이유가 뭔가.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건 교양 차원의 한가한 얘기가 아니다. 젊은이들이 세계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넓은 안목으로 세밀하게 읽어내려면 역사를 알아야 한다. 요즘 제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긴 역사에서 보면 1, 2, 3, 4차 산업혁명이 크게 한 덩이의 산업혁명일지 모른다. 새 기술이 나올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적응 능력과 혁신 능력이다. 앞으로 인문학이란 구식 학문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글·사진=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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