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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회담’ 알베르토 몬디, “투표권 없는 나, 선거 공부하는 게 비정상?”

중앙일보 2017.04.24 17:27
한국에 온 지 어느덧 10년이 됐다. 한국 속담에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다’고 하던데 내가 느끼기엔 ‘하루가 무섭게 변한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더구나 요즘 한국은 말 그대로 ‘다이나믹 코리아’가 아닌가.
이탈리아 출신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 [사진 서울국제도서전]

이탈리아 출신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 [사진 서울국제도서전]

 

[중앙일보-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동기획] 선거와 나 ⑦ 알베트로 몬디의 공부

 
아직도 많은 한국 사람들이 나를 신기하게 본다. 이탈리아 사람이 한국에서 사는 데 대해 호기심이 많은 모양이다. 그런 시선 때문인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이탈리아로 돌아가게 되면 한국의 무엇을 가져가고 싶느냐’다. 그럴 때마다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몇몇 단어가 있다. 그 중 가장 선명하게 떠오르는 게 바로 ‘열정’이다. 한국인은 심장이 뜨겁다. 한번은 한국인의 열정이란 무엇일까 깊이 생각해본 적이 있다.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한국인의 열정은 무언가를 이루려는 ‘의지’와 통한다는 것이었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해내는 집념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의지의 한국인’이라는 말도 있는 것 같다. 지난 겨울 그 추운 날씨에 서울 광화문에 모인 촛불들을 보면서도 그랬다. ‘의지의 한국인이 맞네.’
 
그런데 이렇게 열정 가득한 한국 사람들에게 한 가지 의아한 게 있다. 투표에 관해선 마음의 거리를 둔다고 해야 할까. 심지어 어떤 사람은 "뭐하러 투표를 하냐"며 서슴없이 이야기를 해 속으로 놀라기도 했다.
 
고향 얘기를 하자면, 이탈리아에서는 투표를 하지 않는 데 대한 인식이 굉장히 좋지 않다. 스스로도 무척 부끄럽게 생각하고 심하게는 죄의식까지 느낀다. 투표를 기권하더라도 투표소에서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 즉, 일단 투표소에는 무조건 가야한다는 게 통념이다. 심지어 투표를 안 하면 투표권이 없어진다는 헛소문도 돌았다. 그만큼 우리의 삶을 이끌어가는 가장 기본이 되는 행위라고 여긴다. 그런 인식 때문에 제도적인 뒷받침도 잘돼있다. 업무중에도 투표할 수 있도록 시간을 보장해주고, 국영철도 요금 할인 등의 편의도 제공한다. 이런 국민 인식과 제도적인 장치 덕분인지 이탈리아는 투표율이 높은 나라다.
 
외국인인 나는 투표권이 없다. 하지만 한국인 아내와 틈틈이 토론을 한다. 특히, 우리 아들 레오가 행복하게 자랄 수 있으려면 어떤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지 열심히 공부한다.
 
나는 이번 대선에서 한국인 특유의 열정이 드러나길 기대한다. 투표를 할 때 단순히 출신 지역이나 후보의 이미지, 소속된 정당에 따라 휩쓸려 투표하는 일도 없으면 한다. 한 표를 후회 없이, 소중하게 썼으면 좋겠다.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이탈리아인ㆍ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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