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예대마진' 통한 은행권 '깜짝 실적'…"누워서 떡먹기식 이자장사 탈피해야"

중앙일보 2017.04.24 17:26
“손발 다 잘라놓고 이제 와서 ‘이자 장사’한다고 욕하면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시중은행 1분기 '깜짝 실적 발표'
‘예대마진’에 의존...“건강하지 못한 수익구조”
“사업영역 확대 통해 경쟁력 강화해야”

4대 시중은행의 한 본부장급 인사는 ‘은행 경쟁력 제고 방안’을 묻는 말에 대답 대신 한숨만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은행을 수족처럼 부리며 줄 세우기를 하는 상황에서는 은행업계가 예대마진(대출 이자에서 예금 이자를 뺀 수익)에 목을 매는 구조가 바뀔 수 없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정부 입김에 휘둘리는 동안 은행의 수익구조는 ‘이자 장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은행이 돈을 잘 벌면 ‘서민 등골 빼먹는다’고 욕하고, 돈을 못 벌면 ‘경쟁력이 없다’고 지적하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첫 번째 과제는 은행의 자율성·독립성 보장”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시중은행은 외형상 규모가 점차 확대되며 성장하는 추세다.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조 5000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32.5% 증가했다. 지난 1분기만 해도 금융지주회사는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시중은행을 기반으로 시장 전망을 훌쩍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국내 최대 금융지주사인 신한금융은 1분기 9971억원의 순이익을, KB금융도 지난해 1분기보다 59.7% 늘어난 870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두 금융사 모두 지주사 설립 이후 분기 기준 최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셈이다. 특히 KB금융의 경우 KB국민은행의 당기순이익이 6635억원에 달했고, 신한금융 또한 신한은행의 당기순이익이 5235억원이나 됐다. 두 금융지주가  ‘깜짝 실적’을 일궈낸 일등공신은 은행이었다. 
 
문제는 은행의 수익 대부분이 예대마진에 의존한 실적이라는 점이다. 실제 각 은행은 지난 1분기 저금리 기조 속에서도 대출 금리를 인상하며 이자수익을 극대화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평균 대출 이자율이 지난해 말 연 2.96%에서 올 1분기엔 연 3%로 0.04%포인트 높아진 반면, 예금 이자율은 연 1.30%에서 연 1.26%로 0.04%포인트 낮아졌다.  
 
다른 은행들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국민은행은 순이자마진(NIM)이 전 분기보다 0.05%포인트 오른 1.66%를 기록했고, 신한은행도 1분기 NIM이 1.53%로 전 분기보다 0.04%포인트 올랐다. 1분기 호실적의 배경엔 각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높이고 예금 금리는 낮추는 ‘이자 장사’가 자리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특히 가계대출을 억누르기 위한 금융당국의 규제조치가 오히려 대출금리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예대마진은 더욱 확대된 상태다.  
 
국내 은행의 전체 수익에서 이자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80% 중반대를 넘어 미국(60%)·일본(70%) 은행보다 월등히 높다. 
 
 
전문가들은 각 시중은행이 거둔 ‘깜짝 실적’에도 ‘건강하지 못한 수익구조’라고 입을 모은다. 은행들이 ‘누워서 떡먹기’식 이자장사를 벗어나 중소기업 발굴이나 인수합병 활성화 등 건강한 수익구조 마련을 위해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현재 시중은행 대부분은 ‘주인 없는 은행’이라는 점 때문에 낙하산 인사가 횡행하고 정부의 눈치만 보는 철밥통 구조를 벗어나지 못해 부가가치 높은 새로운 서비스에 도전하지 못 한다”며 “차기 정부에서도 이같은 관치금융을 청산하지 못하는 한 은행업계의 경쟁력 강화는 요원하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