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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 탐독하던 '문학 청년', 대통령에 도전하다

중앙일보 2017.04.24 17:16
23일(현지시간)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최다 득표로 결선투표에 진출한 신생정당 앙마르슈(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39) 후보는 '문학청년'이었다. 어려서부터 소설가를 꿈꿨던 마크롱은 학창시절 프랑스 고전문학을 탐독하고 시와 소설을 즐겨 썼다. 
 
 
문학에 빠져 살았던 마크롱은 프랑스 문학 교사였던 24세 연상의 여성 브리짓 트로뉴와 사랑에 빠졌다. 트로뉴가 가르친 연극 수업에 참여한 마크롱은 트로뉴와 매일 만나 극본을 쓰며 연애 감정을 키워갔다. 16세가 된 마크롱이 학업을 위해 파리로 떠난 뒤에도 두 사람은 매일 전화로 몇 시간씩 통화하며 사랑을 확인했다.
 
이처럼 문학적 감수성이 풍부한 로맨티스트 청년 마크롱을 정치판으로 이끈 것은 무엇이었을까. 정계에서 마크롱의 멘토 역할을 했던 알랭 맹크는 BBC에 "15년 전인 2002년 마크롱을 처음 만나 '20년 뒤엔 뭘 하고 있을 것 같냐'고 묻자 '대통령이 돼 있을 것'이라고 답하더라"며 "마크롱은 항상 최고의 자리로 향하고자 하는 야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올랑드 정부에서 재정경제부 장관을 하던 시절 자신이 야심차게 추진한 경제 개혁법들이 의회의 반발로 무산되면서 마크롱은 하루 빨리 자신의 세력을 형성해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마크롱은 2022년에 출마하자는 맹크의 조언을 거부하고 올해 곧장 대선 출마를 강행했다. 맹크는 "마크롱에겐 도박사 기질이 있다. 그는 대담하고 위험을 감수할 줄 안다"고 평했다.
 
마크롱의 대권 도전기는 그의 연애담만큼이나 극적이었다. 마크롱은 프랑스인 수천 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지지자들을 통해 2만5000명의 시민들을 심층 인터뷰해 자신만의 중도 성향 정책 선언문을 만들었다. 뚜렷한 좌파도, 우파도 아닌 마크롱의 정책에 비난과 조롱이 쏟아졌지만 마크롱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초기 4명으로 시작한 마크롱의 지지단체는 몇 개월만에 수천, 수만 명으로 불어났다. 
 
마크롱의 인기요인을 분석한 저널리스트 안느 풀다는 "마크롱은 작은 시골 마을에서 애가 셋이 있는 24살 연상 이혼 여성에 구혼해 주변의 온갖 조롱과 입소문에도 불구하고 결혼까지 성공했다"며 "마크롱의 연애사는 그의 의지가 얼마나 굳건하고 자기 확신이 강한 인물인지 보여주는 사례다. 마크롱은 프랑스 대통령 자리도 같은 방식으로 차지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자료 분석에 기반한 용의주도한 준비 작업과 과감한 출마 결단, 주변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뚝심이 이번 프랑스 대선을 뒤흔든 '마크롱 돌풍'의 원동력이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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