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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할 시간 없고 유니크 명품을 좋아하는 한국인에겐 온라인 명품 편집숍이 딱이죠"

중앙일보 2017.04.24 17:04
요즘 국내 명품시장 분위기가 심상찮다. 일부 백화점의 지난해 명품 매출은 마이너스 성장했다. 백화점의 얼굴인 1층 매장의 ‘안방마님’이었던 명품 브랜드가 철수하고 난 자리에 햄버거 매장이 들어선다. 국내 대표 명품 집결지인 서울 청담동 명품거리엔 빈 상가가 생겼다. 소비자들의 명품 사랑이 식은 것일까. 딱히 그렇진 않은 것 같다. 온라인몰의 명품 매출은 오히려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가의 명품시장에도 오프라인(매장)에서 구경하고, 온라인에서 사는 ‘쇼루밍(Showrooming)족’이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독일 최대 온라인 명품편집숍 마이테레사닷컴 CEO 마이클 클리거 인터뷰
영어·프랑스어 등에 이어 6번째로 한국어 서비스 선봬
반품 배송료·한국어 고객 상담 전화 서비스 무료 제공

콧대 높았던 명품 브랜드가 온라인 판로 개척에 나서고, 해외 유명 온라인 명품 편집숍이 앞다퉈 한국에 진출하는 것도 이런 소비 패턴의 변화를 반영해서다. 독일 최대 온라인 명품 편집숍인 마이테레사닷컴도 그런 회사 중 하나다. 
이 회사의 마이클 클리거(51) 대표는 “오프라인 매장이 줄어들고 온라인 시장이 커지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IT 강국으로 불리는 한국은 한발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으로 몰려들고 있는 유명 온라인 명품 편집숍 중에서도 마이테레사닷컴의 ‘한국사랑’은 유독 눈에 띈다. 지난달 영어‧이탈리아어‧프랑스어 등에 이어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6번째 외국어 서비스다. 제품 반품은 무료다. 제품 수령 후 30일 안에 반품하면 항공 운송료를 받지 않는다. 한국어 고객 통화 상담 서비스도 가능하다. 한국인의 체형에 맞는 별도의 ‘사이즈 차트’를 제공하고 배송료 할인(30유로) 혜택도 내놨다. 
 
지난달 3일 독일 뮌헨에 있는 마이테레사닷컴 본사에서 만난 클리거는 “지난해 한국 매출은 150% 이상 성장했다”며 “한국 명품시장은 빠르게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고 이들 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특별한 서비스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마이테레사닷컴의 태생은 오프라인 매장이다. 1987년 뮌헨 ‘테레사’ 매장에서 시작해 2006년 온라인몰을 열었다. 2014년 버그도프굿맨 백화점을 보유한 미국 니먼마커스그룹에 합병된 후 클로에‧구찌‧발렌시아가‧보네타베네타 등 200여 개 유명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클리거는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국외 진출이 기술적으로 쉬워졌고 매장을 확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 온라인에 집중한 것”이라고 말했다.  
 
클리거는 한국에서 이른바 명품 쇼루밍족이 빠르게 증가하는 데는 ‘높은 업무 강도’의 영향이 크다고 봤다.  
“업무 강도가 높고 업무 시간이 긴 한국인은 자주 쇼핑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처지에요. 그런데 명품을 살 수 있는 경제적인 여력이 되는 수요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죠. 한 눈에 원하는 상품을 살펴보고 언제, 어디에서나 간편하게 구입할 수 있는 온라인 명품 편집숍이 한국인의 구미에 잘 맞을 수밖에 없죠.”
 
‘나만의 개성’을 좇는 성향도 이유로 꼽았다. 클리거는 “한국인은 같은 명품 브랜드라도 다른 사람하고 같은 제품은 원하지 않고 독특한 제품을 찾는다”며 “마이테레사닷컴에서만 파는 프라다‧돌체앤가바나‧토미힐피거‧발렌시아의 한정판 상품이 잘 팔리는 것도 이런 영향”이라고 말했다.  
 
클리거는 이베이·엑센추어·맥킨지&컴퍼니 등을 거쳐 2015년 3월 마이테레사닷컴 CEO로 영입됐다. 그간 온‧오프라인 유통 방식을 두루 익혔다. 그는 “이미 온‧온프라인 유통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있다”며 “패션업계만 해도 패션과 IT‧고객서비스 마인드가 합쳐져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클리거는 최첨단 시대에 놓칠 수 있는 ‘감성적인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뮌헨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키르히하임에 있는 마이테레사닷컴 물류센터에는 ‘사이즈 전담’ 직원이 있다. 예컨대 같은 브랜드, 같은 디자인의 코트라도 생산국에 따라서 크기가 조금씩 다를 수 있어 전체 코트의 길이, 소매 길이 등을 측정해 정보를 제공한다. ‘포장 전담’ 직원은 세 번에 걸쳐 제품을 포장한다. 해당 제품의 브랜드 상자, 마이테레사닷컴 전용 포장 상자, 배송을 위한 택배 상자다. 포장을 담당한 직원의 사인이 담긴 카드도 함께 넣는다.  
 
“로봇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이 하듯 마음을 전달하긴 어려워요. 거센 IT화 바람에서 유통업계는 어떤 서비스로 차별화를 이뤄낼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합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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