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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IoT의 두뇌 '엑시노스 아이' 개발…빛 발한 先투자 전략

중앙일보 2017.04.24 16:40
삼성전자가 사물인터넷(IoT) 전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아이’를 개발했다. 엑시노스 아이는 PC로 치면 중앙처리장치(CPU), 스마트폰으로 치면 모바일 AP에 해당하는 반도체 칩이다. 메모리나 비메모리와 구별해 통상 '시스템 반도체'로 분류되는 이 칩은 명령어를 수행한다 해서 '두뇌'라고도 불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성능 연산 기능과 강력한 보안 기능을 하나의 칩에 통합한 ‘엑시노스 아이 T200’ 개발을 완료하고 이르면 2분기에 양산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스마트 기기, 가전업체 등을 대상으로 제품 설명을 진행 중이다.

고성능 연산, 강력한 보안 기능
이르면 2분기부터 양산 계획
사물의 '두뇌' 개발 앞서가면서
IoT 시장 개발 주도권 확보

 
엑시노스는 삼성전자가 세계 시장에서 퀄컴의 스냅드래곤, 애플의 A시리즈와 경쟁하는 대표적인 AP 브랜드다.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8의 경우에도 퀄컴의 신제품 스냅드래곤 835와 함께 엑시노스 9시리즈가 탑재된다.
 
삼성전자 측은 IoT 전용 엑시노스 아이의 장점으로 강력한 보안 기능을 꼽고 있다. 모든 스마트 기기는 보안이 중요하지만 IoT의 경우 보안 관리가 특히 중요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엑시노스 아이에는 칩마다 고유한 키를 생성하는 복제 방지 기술이 적용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존의 OTP(One Time Password) 방식보다 월등하게 안전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IoT 시대에는 어떤 사물도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어느 한 곳이 뚫리면 개인 정보나 기기 간 주고 받는 다량의 데이터가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 개인이 매일 소지하고 들여다볼 수 있는 스마트폰과 달리 IoT는 보안 관리가 쉽지 않아 AP의 보안성이 높을수록 상품성이 높다. 미국의 비즈니스 리서치 전문지인 'BI 인텔리전스'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 디바이스'의 개수가 2013년 말 19억 개에서 2018년에는 90억 개로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IoT용 AP 분야는 그간 경쟁이 치열한 모바일 AP와 달리 뚜렷한 강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선공을 날리면서 이 분야에서 경쟁이 격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IoT용 칩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최근 보고서에서 IoT 반도체 시장이 지난 2013년 96억 달러(약 11조원)에서 지난해 154억 달러(약 17조원)로 연평균 25%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오는 2019년에는 296억 달러(약 33조원, 연평균 17.5%)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보고서는 특히 자동차와 웨어러블, 스마트시티·스마트홈, 산업용 IoT 시장이 가까운 미래에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제품을 먼저 내놓으면서 삼성전자는 IoT 경쟁에서 한 발 앞서 나가게 됐다. PC 시대라 불리던 과거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IBM·마이크로소프트같은 소수 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했다. 하지만 IoT 시대에는 칩 제조사, 가전업체, 통신사, 네트워크 장비 업체 등이 다양하게 존재하고, 이들이 어떻게 합종연횡을 하느냐에 따라 시장 판도가 달라진다. IT 전문가인 박용후 피와이에이치 대표는 "세계 최대 가전업체이자 반도체 회사인 삼성전자가 IoT 전용 칩 개발에 성공하면서 관련 분야를 주도할 기회를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가 다른 강자들을 제치고 IoT용 AP를 먼저 내놓은 것은 '선 투자' 전략이 빛을 발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IoT용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집중 투자를 시작했다. CPU나 모바일 AP, 모뎀칩 같은 주요 시스템 반도체 분야는 미국의 대형 반도체 기업이 주도하고 있지만, IoT용 반도체는 '무주공산'이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삼성전략혁신센터(SSIC), 글로벌혁신센터(GIC), 삼성전자미국연구소(SRA) 등을 중심으로 IoT용 반도체를 연구개발해 왔다. 지난해 상반기에 삼성전자는 미국 워싱턴에서 'IoT 정책 포럼'을 열고 4년간 약 12억 달러를 투자해 IoT 세상을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인텔과 공동으로 '국가 IoT 전략 협의체'도 발족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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