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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독립리그 출범시킨 '저니맨' 최익성

중앙일보 2017.04.24 14:13
최익성

최익성

야구판 '미생'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독립리그가 24일 개막했다. 흰색 유니폼을 입은 남자는 자신의 옆에 선 선수들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인동초 같이 야구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던 남자, 최익성(45) 저니맨 외인구단 대표였다.f
 
저니맨 외인구단과 연천 미라클이 맞붙는 2017 스트라이크존배 한국독립야구리그 개막전이 24일 오후 2시 목동구장에서 열렸다. 2011년 최초의 독립구단으로 탄생한 고양 원더스가 KBO 퓨처스리그에 번외경기로 참여한 적은 있지만 독립구단끼리 별도 리그를 운영한 건 최초다. 사단법인 한국스포츠인재육성회가 주최 주관하고, 뉴딘콘텐츠가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다. 야구기록사이트 게임원도 후원사로 참여한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각각 9개와 3개 리그가 운영되고 있다. 이번 대회엔 진동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저니맨 외인구단과 전 MBC 출신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연천 미라클 두 팀이 20차례 대결을 펼친다. 양승호 감독이 이끄는 파주 챌린저스도 참여를 고려했으나 불발됐다.
삼성 라이온스의 최익성

삼성 라이온스의 최익성

최익성은 대표적인 저니맨(journey man·여러 팀을 떠돌아다니는 선수)이다. 1994년 삼성에 입단한 그는 1997년 타율 0.297, 22홈런·65타점을 올리는 등 주전 외야수로 활약했다. 그러나 99년 한화로 이적한 것을 포함해 2005년 은퇴할 때까지 6번(삼성→한화→LG→해태→현대→삼성→SK)이나 팀을 옮기며 여섯 개의 유니폼을 입었다. 은퇴 후 해설위원과 프로야구선수협의회 등에서 활동한 그는 아마추어 및 사회인선수들의 야구강습과 프로 선수들의 재활을 돕는 저니맨야구사관학교를 설립했다.
 
5년간 사관학교를 운영한 최익성 대표는 지난해 말 독립야구단 창단을 결정했다. 숙소나 연습장이 이미 확보돼 있고, 선수 육성에 대한 노하우에도 자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자생력 있는 구단을 꾸릴 수 있겠다는 자신이 생겼다. 무엇보다 미라클이 있었기 때문에 리그 운영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매주 독립리그에서 1경기씩을 치르고, 2~3번은 프로 육성군 및 대학 팀들과 연습경기를 한다. 향후 참가팀이 더 늘어나면 리그 경기도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라클은 연천을, 저니맨은 목동구장을 홈으로 사용한다.
 
최익성 대표가 구단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더 많은 선수들이 자신처럼 야구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해나가길 바래서다. 독립리그에 소속된 선수들은 프로에서 방출을 겪거나 대학 졸업 후 길을 찾지 못한 선수들이 태반이다. 임의탈퇴중인 김상현(전 kt)과 유창식(전 KIA)도 이날 경기에서 저니맨 소속으로 출전했다. 최 대표는 "한국을 떠나 일본 독립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도 있다. 개인적으로 안타깝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최익성 대표는 "지금도 군복무와 부상 재활 이후 다시 프로에 가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많다. 고등학교에서 따로 연습을 하는 친구들도 있다. 하지만 그 선수들이 당장 프로의 지명을 받긴 어렵다. 독립리그가 탄생하면 기량이 눈에 띌 것이고, 당연히 많은 선수가 기회를 얻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5년 창단한 미라클은 이케빈(삼성)을 비롯한 4명의 선수를 프로에 보냈고, 저니맨사관학교도 여러 선수들의 프로행을 도왔다. 실제로 이날 경기에는 프로야구 스카우트 관계자도 자리했다. 선수협도 리그 출범은 물론 운영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
 
김선웅 선수협 사무총장과 최익성 저니맨 대표.

김선웅 선수협 사무총장과 최익성 저니맨 대표.

독립구단의 현실은 열악하다. 작은 돈이나마 월급을 받는 미·일 구단과 달리 선수들이 구단에 50만원~80만원 정도의 숙식비를 납부해야 한다. 야구단 1년 예산이 2억~3억원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미라클은 연천군이 스폰서로 나섰고, 저니맨은 용품회사 등 작은 스폰서 기업 여러 개를 유치했다. 최익성 대표는 "원더스는 1년 예산이 50억원 가까웠기 때문에 오래 유지되기 어려웠다. 자생력을 키우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우리 팀의 경우도 춘천시 등 여러 지자체들과 이야기를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최익성 대표와 선수들이 꿈꾸는 건 역시 프로야구에 선수들을 보내는 것이다. 독립리그 영어 명칭도 'KDL(Korean Dream League)'이다. 최 대표는 "이곳에 온 선수들은 '남 탓'을 많이 한다. 하지만 박병호나 오승환 같은 1류 선수들은 모든 걸 자신의 잘못으로 돌린다. 야구도 중요하지만 '야구선수'가 되는 과정에 힘을 쓰고 있다. 올 시즌 뒤 2~3명의 '프로 선수'를 배출하는 게 소망이다"라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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