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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플레이 다음은 누구?" "밴드 공연 기대해줘"

중앙일보 2017.04.24 13:03
지난 15~16일 서울 잠실주경기장에서 데뷔 17년 만에 첫 내한공연을 가진 콜드플레이. [사진 현대카드]

지난 15~16일 서울 잠실주경기장에서 데뷔 17년 만에 첫 내한공연을 가진 콜드플레이. [사진 현대카드]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3 다프트 펑크. 2019년 1월 17일 상암 월드컵경기장.’  
이는 현대카드가 공식 발표한 라인업이 아니다. 팬들이 염원을 담은 일종의 페이크 뉴스다. 어디 서울 하늘 아래서 만나고 싶은 해외 아티스트가 다프트 펑크뿐이랴. U2ㆍ마돈나ㆍ롤링스톤스에 이어 아델까지 슈퍼콘서트를 통해 보고 싶은 뮤직팬들의 위시리스트는 차고 넘친다.

2007년 팝페라 그룹 일디보로 시작해
올해 10주년 맞은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폴 매카트니 등 첫 내한 공연 성사시켜
섭외 기준 "시간 흘러도 변치 않는 전설"

 
슈퍼콘서트가 이같은 위상을 갖기까지는 꼭 10년이 걸렸다. 2007년 1월 팝페라 그룹 일 디보를 시작으로 지난 15~16일 잠실주경기장에서 22번째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주인공이 된 영국 수퍼밴드 콜드플레이까지 내노라 하는 가수들 내한을 성사시키면서 믿고 볼 만한 공연이라는 신뢰 관계를 구축한 셈이다. 2015년 5월 폴 매카트니 이후 한동안 잠잠해 “이제 공연사업을 접는 것 아니냐”는 소문도 돌았지만 다음달 31일 ‘현대카드 큐레이티드 34 스팅’을 발표하면서 이같은 우려를 잠재웠다. 여기에 오는 28일 서울 신사동에 쿠킹 라이브러리 오픈 소식까지 알렸다. 디자인ㆍ트래블ㆍ뮤직에 이은 네 번째 도서관이다. 대체 이 금융회사의 문화영토 확장은 어디까지일까.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류수진 브랜드본부 브랜드2실장. 서울 여의도 현대카드 본사에 마련된 대기실에는 내한 공연을 펼친 아티스트의 사진이 빼곡히 걸려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류수진 브랜드본부 브랜드2실장. 서울 여의도 현대카드 본사에 마련된 대기실에는 내한 공연을 펼친 아티스트의 사진이 빼곡히 걸려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2003년 정태영 부회장(당시 부사장) 취임 이후 입사해 함께 문화마케팅의 길을 닦아온 류수진 브랜드본부 브랜드2실장은 “첫 공연에는 번호가 없었다”며 “과연 이 정도 규모의 행사를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05년 열린 마리아 샤라포바와 비너스 윌리엄스의 여자 테니스 슈퍼매치처럼 스포츠에서 스폰서쉽은 익숙한 개념이었지만, 공연계에서 기업 타이틀을 붙이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가수도, 기획사도 자신들의 이름 앞에 붙는 낯선 기업명을 꺼려할 수밖에 없었다.
 
“2회가 비욘세였는데 당시 삼성 애니콜의 글로벌 모델이었어요. 삼성이 엄청난 규모의 광고비를 지급하고 있었을 텐데 현대카드 이름을 붙인다고 하니 당연히 난리가 났죠. 협상이 쉽진 않았지만 덕분에 해외에서도 어느 정도 인지도를 확보할 수 있었고, 휘트니 휴스턴(2010년)과 레이디 가가(2012년)는 월드투어 첫 무대를 서울에서 할 수 있었습니다.”
 
2010년 8월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공연을 펼친 스티비 원더. [사진 현대카드]

2010년 8월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공연을 펼친 스티비 원더. [사진 현대카드]

2010년에는 여세를 몰아 1월 록밴드 그린데이부터 10월 바이올리니스트 이차크 펄만까지 6회 공연을 연속으로 진행한 적도 있다. 류 실장은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그해 7월 3일 어셔 공연 전날 ‘다음은 그래미상 25번을 받은 가수’라고 티저 광고를 내보냈는데 공연 도중 스티비 원더의 아시아 투어가 취소됐단 연락을 받았을 때”를 꼽았다. 다행히 어셔의 공연에 만족한 투어 매니저가 직접 스티비 원더 측에 편지를 보냈고, 아시아 투어 없이 서울 단독 공연으로 이뤄졌다.  
 
공연 회차가 쌓이면서 섭외 노하우도 생겼다. 지난해 11월 콜드플레이 공연 예매 전쟁에 90만 명이 뛰어 들었을 당시 류 실장은 이미영 브랜드 본부장과 함께 미국 뉴욕 JFK 공항에 서 있었다. “출장을 마치고 공항에 딱 도착했는데 막막하더라고요. 5년을 공들인 그룹인데 추가 공연을 성사시키려면 어디로 가야할까. 아티스트가 공연 중인 뉴질랜드냐, 공연 기획사가 있는 LA냐 고민하다 매니지먼트사가 있는 런던으로 갔죠.” 이들의 전략은 주효했고 콜드플레이는 이틀 연속 주경기장에서 10만 관객을 모은 첫 해외 아티스트로 기록됐다.  
 
류 실장은 “관객들의 기대치가 높아져 섭외가 더욱 쉽지 않아졌다”고 고백했다. 미국 그래미 어워드, 영국 브릿팝 어워드 등을 현지에서 챙겨보고 일단 위시리스트에 오르고 나면 앨범 발매일부터 월드투어 일정까지 빠삭하게 꿰고 있지만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전설’급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슈퍼콘서트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는 것 또한 이들의 고민이었다.  
 
서울 이태원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 지하에 마련된 공연장 언더스테이지. 400석 규모 소극장으로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다음달엔 스팅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중앙포토]

서울 이태원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 지하에 마련된 공연장 언더스테이지. 400석 규모 소극장으로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다음달엔 스팅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중앙포토]

“그래서 일상 생활에서 보완재를 찾다 보니 만든 게 라이브러리와 언더스테이지예요. 디자인과 뮤직은 저희가 리더쉽을 가지고 있는 분야고, 트래블과 쿠킹은 카드 고객들이 관심을 많이 갖는 분야거든요. 스팅 역시 이미 2011년에 슈퍼콘서트를 했기 때문에 다른 형태의 공연을 원했고 저희도 사회활동가란 이유로 중국 공연이 허가가 나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에 소극장 공연이 가능했던 거예요.”  
 
문화에 관심이 많은 고객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고, 1회 때 50%에 불과했던 현대카드 결제율은 10년 만에 90%를 넘어섰다. 공연을 즐겨 볼수록, 도서관을 즐겨 찾을수록 1인당 카드 사용금액이 높아진 것 역시 괄목할 만한 성과다. 류 실장은 “심지어 콜드플레이 때는 잠재고객인 대학생들의 체크카드 발급이 급증했다”며 “빈 필하모닉 같은 클래식이나 페스티벌 형태의 시티브레이크도 시도해봤지만 더이상 하지 않는 이유 역시 20~30대 젊은층에게 최적화된 공연이 아니고 우리가 제일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들이 마음 속에 품고 있는 ‘다음’ 아티스트는 누굴까. 그는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가수들은 모두 포함돼 있다”며 말을 아꼈다. 대신 “올해도 이게 끝이 아니다”라며 “연말쯤 밴드 공연을 기대해달라”고 힌트를 건넸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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