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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갚아도 되는 빚인데 대부업체가 독촉?…25일부터 사라진다

중앙일보 2017.04.24 12:00
 은행에서 돈을 빌렸는데 이름도 처음 들어본 대부업체에서 독촉 전화를 하는 일이 가끔 있다. 대출에 대한 권리, 곧 대출채권을 은행이 대부업체에 팔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대부업체가 어떻게 해서든 돈을 받으려고 하기 때문에 불법ㆍ부당한 빚 독촉이 이뤄지기 쉽다.
 

금감원, ‘대출채권 매각 가이드라인’ 시행
소멸시효 완성, 소송 중 채권 등 매각 금지
불법 추심한 대부업자에도 채권 팔면 안 돼

금융감독원은 이런 불법ㆍ부당한 빚 독촉을 막기 위해 ‘대출채권 매각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25일부터 시행한다고 24일 밝혔다. 적용대상은 대출원금이 5000만원 이하인 개인채권이다.
 
가이드라인 시행의 목표는 서민 채무자 보호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대출채권 등을 매각해서는 안 된다. 식품에 유통기한이 있는 것처럼 채권에도 소멸시효가 있다. 일정 기간 동안 채권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그 권리의 소멸을 인정하는 제도다. 채권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대부분의 채권 소멸시효는 10년이다.  
 
곧, 일정 기간 동안 빚을 못 받았다면 더 이상 갚을 의무가 없어지는 대출채권을 다른 금융회사에 팔아서는 안 된다. 그밖에 현재 소송 중인 채권이나 채권ㆍ채무관계가 불명확한 채권도 매각이 금지된다. 만약 일단 매각한 뒤에 매각 제한 대상 채권으로 확인되면 다시 되돌려받아야 한다.
 
대출채권을 누가 사는지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채권추심법 등 관련법규 준수 여부, 채권추심 인력 및 과거의 채권추심 행태 등을 평가하는 ‘현지조사(due diligence)’를 통해 채권 매입 금융회사에 대한 리스크를 평가해야 한다. 그래서 리스크가 낮은 금융회사에 채권을 팔아야 한다.
 
한 번 판 대출채권은 일정 기간(예를 들어 최소 3개월) 동안은 다시 팔아서는 안 된다. 애초 금융회사가 대출채권을 매각하면서 계약서를 쓸 때 이를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 임채율 금감원 신용정보실장은 “일정 기간 재매각을 금지하면 채권자가 바뀌어 금융소비자가 단기간 내 다수의 채권자에게 추심 받는 경우는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도 정확히 제공해야 한다. 금융회사는 채권매각 시점에 채권 관련 중요정보(원금, 이자, 수수료, 소멸시효 완성여부 등)를 매입 금융회사에 정확히 알려야 한다.
 
불법 추심한 대부업자 등에게는 채권 매각이 아예 금지된다. 금융회사는 사후 점검을 통해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되는 금융회사에는 다시 대출채권을 팔아서는 안 된다. 임 실장은 “불법채권추심을 일삼는 매입 금융회사가 점차 시장에서 퇴출돼 금융소비자에 대한 불법추심행위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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