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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래 위해 나무 심는 교육 대통령 기대한다

중앙일보 2017.04.24 02:49 종합 33면 지면보기
정제영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정제영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이번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많은 교육제도가 급격하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 공약을 살펴보면 대입 제도를 포함해 고등학교 유형과 고입 제도, 학제 개편과 교육부 폐지 등 교육제도의 전면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공약으로 제시되는 다양한 정책이 모두 중요하지만 교육정책은 많은 국민의 관심사다. 특히 우리나라 국민들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교육열을 갖고 있어서 더욱 관심이 뜨겁다.
 

교육 개혁은 국회 입법 통하고
장기 관점에서 제도 마련하며
제도 도입은 시범 적용 거쳐야
미래 대비한 철학·비전이 핵심

대통령 선거는 교육 공약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확인받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 과반수의 찬성을 받기도 어려울뿐더러 과반수의 국민이 지지했다고 해서 모든 교육 공약에 대해 찬성한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교육 분야에서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공약은 대학 입시와 고등학교 정책이다. 학부모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제도이기 때문에 유권자를 겨냥한 공약으로는 안성맞춤이다. 대학 입시는 11명의 대통령 교체 기간 동안 14차례의 큰 변동이 있었다. 대입 전형의 요소는 정부가 관리하는 국가고사,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대학별 전형, 고교 교육 정상화를 위한 내신 성적으로 구성되는데 전형 요소의 비중을 달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가고사는 연합고사·자격고사·예비고사·학력고사를 거쳐 수능시험으로 변해 왔다. 대학별 전형은 대학별 고사, 본고사, 논술, 면접, 입학사정관제, 학생부 전형으로 바뀌어 왔다. 10년 전에는 세 가지 전형 요소를 고르게 반영하기도 했는데, 학생의 입장에서 세 가지를 모두 준비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고 불렸다. 이번 대통령 선거의 논점은 수시 선발과 정시 선발의 비중을 어떻게 할 것인지인데, 결국 국가고사와 대학별 고사의 비중에 관한 정답 없는 논쟁이다.
 
고등학교 유형과 입학 전형의 변화 역시 선거의 단골 공약으로 제시돼 왔다. 1974년 고교 평준화 제도의 도입부터 시작해 과학고·외국어고·국제고 등의 특목고 제도 도입, 자립형 사립고, 공영형 혁신학교, 개방형 자율고, 자율형 사립고, 자율형 공립고, 기숙형고, 마이스터고 등 많은 고등학교가 생겼다가 사라졌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외고와 자율형 사립고 폐지, 고등학교 선발 방식의 변경이 공약으로 제시됐다.
 
 
선거 결과에 따라 급격하게 변하는 교육정책은 교육 당사자들에게는 거의 재앙에 가깝다. 학부모들은 교육정책에 대한 예측을 아예 포기하고 있다. 각급 학교와 교사들은 이미 교육 개혁 피로감이 수십 년간 누적돼 있다. 실제 교육정책을 담당하는 교육부의 공무원들은 정권 변화에 맞춰 정책 방향을 바꾸다 보니 영혼이 없다는 비판을 듣는다.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는 논할 수준도 안 된다.
 
우리나라 헌법 제31조 제6항에는 “교육제도와 그 운영, 교육재정 및 교원의 지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교육제도 법정주의’라고 한다. 교육제도의 기본적인 사항은 대통령이 정하지 말고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에서 법률로 정하고 신뢰받는 제도를 만들라는 게 헌법의 명령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그동안 수많은 교육제도가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 대통령령·교육부 부령으로 정해지거나 심지어 교육부의 내부 규정으로 만들어져 시행됐다. 대입 전형은 시행하기 3년 전에 정할 수 있고, 고교 입학 전형은 시행하는 당해 연도에 정하도록 돼 있다. 헌법 정신에 맞지 않게 정치적 영향을 심하게 받는 시스템은 교육정책을 급격하게 변화시키고, 결과적으로 교육 당국을 불신하게 만드는 원인이었다.
 
대선후보들에게 올바른 교육정책 추진을 위한 제언을 하고 싶다. 첫째, 교육 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입법 과정을 통해 안정적인 교육제도의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 대선에 교육정책을 기획하는 사회적 합의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미래교육위원회·교육미래위원회)가 제안됐다. 위원회를 통해 논의된 교육제도의 틀이 법률로 제정돼 추진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장기적 관점에서 교육제도가 예고되고 안정적으로 지속돼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교육제도의 운영을 위해 최소한 중학교에 입학하는 시기에 학생 본인에게 해당하는 고입 전형과 대입 전형이 결정돼 있어야 한다.
 
셋째, 새로운 정책을 시행할 때에는 우선 교육 현장에서 시범 적용을 통해 우수사례를 만들고, 이를 점차 확산해 가는 현장 중심의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학생과 교사는 실험대상이 아니다. 검증되지 않은 아이디어들을 전국적으로 실험하는 과오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넷째, 미래 사회 변화에 대비해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철학과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시행해야 한다. 국가 수준에서 반드시 추진돼야 할 교육복지 정책, 유아교육과 보육의 통합,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학교교육의 혁신, 저출산에 대비한 대학 구조개혁, 대학 교육과 연구의 국제 경쟁력 강화 등에 대한 정책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대통령 임기 내에 성과를 내려는 조급한 교육정책은 반드시 실패한다. 당장의 열매를 바라지 않고 미래를 위해 나무를 심는 교육 대통령을 기대한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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