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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측도 문건 공개 “노 대통령, 16일 기권으로 가자고 해”

중앙일보 2017.04.24 02:43 종합 2면 지면보기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싱가포르 쪽지’ 공개에 맞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이 2007년 11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결정을 내렸을 당시의 회의 메모를 지난 22일 제시했다. ‘기록 대 기록’의 폭로전 양상이다. 핵심 쟁점과 그간의 경과를 정리했다.
 

‘기록 대 기록’ 누구 말이 맞나
문 측의 11월 16일 관저회의 메모엔
노 “외교장관 말 맞지만 양보해라
국내서 얼마나 조질지 귀 따가워 … ”

송민순 “내가 찬성 주장 안 굽히자
18일 다시 논의해보라고 지시했다”

송 “18일 회의, 북에 물어보기로 결론”
문 측 “북에 통보할 우리 입장 논의”

◆기권 결정 시점은 언제?=송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 발간한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 』에서 2007년 11월 15일 안보정책조정회의, 11월 16일 노무현 전 대통령 주재의 관저 회의, 11월 18일 청와대 서별관회의 등 세 차례에 걸쳐 관련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문 후보 측은 “기권 결정은 이미 2007년 11월 16일에 났다”는 입장이다. 반면 송 전 장관은 부인한다. 기권 결정 시점이 중요한 이유는 문 후보 측 주장대로 이미 2007년 11월 16일 기권 결정이 내려졌다면, 북한에 “인권결의안 표결 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느냐”고 물어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문 후보 측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관련 문건 2개를 23일 공개했다. 그중 하나가 김경수(현 문 후보 대변인) 당시 연설기획비서관이 작성한 2007년 11월 16일 관저 회의 기록이었다. ‘16:20~16:50/외교부 장관, 통일부 장관, 비서실장, 안보실장, 안보수석, 1부속실장’이라고 회의 시점과 참석 인원이 명시돼 있었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우리가 부담이 되더라도 모험이 안 되게 갑시다. (송민순) 외교부 장관이 양보해라. (인권결의안에 찬성하자는 송)장관 말이 백 번 맞는데, (찬성 시) 상대방 반응을 예측할 수 없으니까…. 지난번(2006년 인권결의안, 당시 찬성)에는 제재이고, 이번에는 다시 원위치로 돌아와서 (남북 정상회담 당시) 북에 내정간섭 안 하기로 약속을 해 놔서, (정상회담 합의 이행의) 판 깨버릴까 해서 못 하겠다고 봐 달라고 해라. 국제정치보다 국내에서 (인권결의안 기권 시) 건수 잡았다고 얼마나 조져낼지 귀가 따가운데…”라고 말했다. 윤병세(현 외교부 장관) 당시 외교안보 수석비서관이 “인권 문제는 국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국제적으로 일반화되어 있어서”라고 하자 노 전 대통령은 다시 “이번에는 기권하는 것으로 하자”고 말한다.
 
하지만 송 전 장관은 16일 이후 한 차례 더 회의가 열렸음을 강조하며, 당시 회의는 결론이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송 전 장관은 “다른 참석자들은 16일에 이미 기권으로 결정된 사안으로 넘기길 원했을 수 있지만, 주무장관인 내가 찬성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대통령도 내가 16일 보낸 호소 서한을 읽고 18일 다시 논의해보라고 지시했고, 이는 (16일엔) 최종 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반박했다(2016년 10월 24일 입장 발표).
 
◆기권 결정 뒤 통보? 북한 문의 후 기권?=송 전 장관은 11월 18일 회의에서 “남북 채널을 통해 북한 의사를 알아보자”고 결론이 났다고 회고록에 기록했다. 하지만 문 후보는 지난 21일 “북한에 (기권 결정을) 통보해 주는 차원이지 물어본 게 아니다. 국정원에 확실한 증거자료(우리 측이 북한에 보낸 통지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 측은 11월 18일 회의에 배석했던 박선원 당시 안보전략비서관이 수첩에 기록한 내용을 공개했다.
 
▶송 전 장관=“북한에 사전 양해를 구해야 할 일이라면 차라리 시도하지 않는 게 낫다. 최대한 한다면 작년처럼 (찬성)한다는 정도로 설명해 북한 반응에 따라 보고해서 결정한다. 작년에는 유럽연합(EU) 초안에 수정 의견 없이 찬성했고, 올해는 애썼다는 것을 설명하자. 통보성에는 찬성이라는 의미다.”
▶김만복 국정원장=“(외교부가) ‘이런 노력을 했다. 그러니 찬성한다’는 내용을 넣어 북에 전하자.”
 
문 후보 측은 북한에 ‘통보’했다는 취지로 관련 대화 내용을 제시했다. 문 후보 측은 2007년 11월 18일 회의 다음 날인 19일 국정원이 통지문을 북측에 보냈다고 밝혔다.
 
문 후보 측이 소개한 대북통지문 내용은 ▶북한인권결의안에 담길 표현 등을 완화시키기 위해 외교부가 (국제사회에) 노력했으며 ▶우리가 (인권결의안 표결 시) 어떤 입장을 취하든지 10·4 남북공동선언을 비롯한 남북 간 합의사항을 적극 실천한다는 의지는 분명하다는 내용이라고 했다.
 
하지만 송 전 장관은 11월 20일 노 전 대통령이 순방지인 싱가포르의 숙소에서 자신에게 북한이 보내온 반응이 담긴 ‘쪽지’를 보여줬다고 회고록에서 밝혔다.
 
◆‘싱가포르 쪽지’는 어떤 입장에 대한 답인가=송 전 장관은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이렇게 (북한에) 물어까지 봤으니 그냥 기권으로 갑시다. 묻지는 말았어야 했는데”라고 말했다고 회고록에 적었다. 북한에 문의한 결과를 바탕으로 11월 20일 기권 결정을 내렸다는 주장이다. 송 전 장관이 공개한 쪽지의 표현만으로는 어떤 입장에 대한 북한의 반응인지 판단하기 힘들다. “우리 정부가 찬성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의’에 대한 답일 수도, “우리가 어떤 입장을 취하든…”이라는 ‘통보’에 대한 답일 수도 있다.
 
다만 관련자들의 진술이 바뀌면서 논란이 커진 측면이 있다. 백종천 안보실장은 지난해 10월 “북한의 메시지를 담은 쪽지는 없었다. (싱가포르 문서는) 정보기관이 하는 통상적인 동향 보고였다”고 했다.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은 “북한에 물어본다는 자체가 거론된 적이 없다”고 했다가 지난 20일 “북에 ‘우리가 인권결의안에 어떤 입장이든, 찬성이든 반대든 기권이든 취하더라도 남북관계에 변함 없다’는 입장을 보냈다. 우리가 기권할 것이란 뉘앙스였다”고 했다.
 
유지혜·위문희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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