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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시설 타격 용인, 38선은 넘지 말라” 김정은·트럼프에 보낸 시진핑 레드라인?

중앙일보 2017.04.24 02:24 종합 1면 지면보기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가 22일 “미국의 북한 핵시설에 대한 ‘외과수술식(정밀) 타격’에 대해 일단 외교적 수단으로 억제하겠지만 (중국의) 군사적 개입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북핵, 미국은 중국에 어느 정도의 희망을 바라야 하나’라는 제목의 사평(社平·사설)을 통해서다. 또 “핵시설 이외의 공격 또는 한·미 군대가 38선을 넘어 북한 정권을 전복하려 한다면 즉시 군사 개입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5일(북한군 창건 85주년) 북한의 6차 핵실험 도발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중국이 내놓은 초유의 메시지다.
 

환구시보 사설 통해 주장
내일 북한군 창건일 앞두고
도발 땐 원유공급 축소 시사

외교가 소식통은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든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중국 정부가 정책 풍향계 역할을 해 온 환구시보를 통해 북한과 미국을 향해 마지노선을 제시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대북정책 가운데 중국이 수용할 수 있는 옵션으로 ▶북핵 시설 타격 ▶대북 원유공급 축소를, 거부할 옵션으로 ▶한·미의 38선 침범 ▶무력에 의한 북한 정권 붕괴를 제시했다는 것이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 미국이 북핵 시설을 공격해도 제한적인 형태라면 군사 개입을 않겠다고 밝힌 것”이라며 “어마어마한 대북 압박”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이 중국의 이익에 반하는 도발을 해 그런 일이 생길 경우 북·중 우호조약상 보호 대상이 아니란 점도 명백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중은 1961년 평화·안전 수호를 위해 한쪽이 침략받으면 자동 개입해 군사적 지원을 제공한다는 ‘조·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을 체결했다. 중국은 북핵 개발이 평화·안전을 수호하는 행위가 아니고 따라서 군사지원 의무도 없다는 것을 내보이며 북핵 불용 의지를 명확히 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도주의적 재앙이 일어나지 않는 수준’이라는 단서를 달아 대북 원유공급 감축까지 시사했다. 
 
‘38선을 넘을 경우 중국이 개입하겠다’는 언급은 미군의 영향력이 38선 이북으로 넘어서는 것은 전면전을 불사하고라도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한국전쟁 이후 남북 분단이라는 ‘현상 유지’(status quo) 상태가 흔들리는 것, 압록강을 경계로 미군과 맞닥뜨리는 상황은 용납할 수 없다는 중국의 속내도 내보였다. 이날 환구시보의 언급이 지난 20일 트럼프 미 대통령이 언급한 ‘중국의 유례없는 협조와 매우 특이한 움직임’과 연관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언론은 미국의 외교안보 수뇌부가 오는 26일 상원의원들에게 새 대북정책을 비공개 브리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최익재·유지혜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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